삼월의 넋을 산책하다 김도성 삼월의 햇살에 봄날의 꿈을 키우던 너볏한 방년 예닐곱 소녀의 저고리 섶에 숨긴 태극기 핏 멍울 산하를 물들일 때 만개한 선홍빛 벚꽃 한 맺히게 밟고서 아우 내 장터에서 한양 탑골공원으로 소복처럼 흩날리는 목련꽃잎 뚝뚝 떨어져 나가 앉은 꽃샘추위 바람길 절뚝이며 독립을 외치며 마지막 칼끝 막으려던 안간힘 조총에 맞는 순간에도 홍매화 마음 불탔으리라 독립공원의 무궁화 울타리 따라 혹한의 매서운 저항의 시대를 살랐던 빛 부신 영혼들이 비둘기 떼로 난다 잿빛 바람 일렁이는 검은 가시 빈 가지에도 봄꽃들이 속울음 울며 숨어버린 날 당신 손발톱 밑에 대꼬챙이 넣고 시신 여섯 토막 내어 석유통에 구겨 넣었던 왜놈 서대문형무소 붉은 벽돌에 원혼이 서려 있다 삼일절 백 년 세월 열어보는 굳게 닫힌 가슴 날마다 기억 못 하는 기억 없음을 누천년 만개한 무궁화 한 송이 올리고 싶다
-3.1 운동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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