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핀 백장미 무봉 김도성 무릎 위에 수틀을 올려놓고 다소곳이 앉아 헝클라진 실 머리를 찾아 가을 동산 무지개에 한 올 한 올 수를 놓던 우리 누이가 생각납니다 파란하늘에 백로 한 마리 하얀 구름 속을 숨어 날던 그가 우리 눈에서 사라져 눈을 비비며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습니다.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도 고개 들어 바라보는 하늘 저 끝에도 기억으로 남는 생각의 끝에도 아무리 더듬어 찾아도 당신을 볼 수가 없습니다 붉은 장미꽃 사이로 고개를 쳐든 백장미 당신 번개 같은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꽃송이를 꺾어 버려 수채화 화가의 붓끝을 멈추고 시상을 잃어버린 시인의 가슴처럼 황량한 들판에서 서성입니다. 당신은 우리의 가슴에 남겨주신 책갈피 속에 그 혼이 오래 오래 기억으로 남아 끝이 아니라 우리의 가슴에 핀 백장미입니다. 2017.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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