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설거지
무봉 김도성
음식 만드는 요리 선배라고 아내가 싱크대 옆에 서서 이러쿵저러쿵 잔소리가 많다
아내가 평생을 밥하고 빨래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느냐 잔소리 공치사가 하늘을 찌른다
마치 조리업계 제왕처럼 으스대던 아내마저 몸이 불편하니 이제는 아내 자리를 내가 해야 하는 처지다
얼마 전 코피가 터져 지혈제로 연근 몇 뿌리 사다 갈아먹고 남아 아침에 나름대로 연근 반찬을 했다
연근을 둥글게 가로 자르고 보니 속이 비어 있는 것이 내 안과 같아 연근 뿌리 구멍에 바람이 일어난다
냄비에 물과 소금을 넣고 조리는데 이래라저래라 아내 잔소리가 또 시작 나는 못 들은 체 專業主夫에 충실한다
맛 간장 물엿 개 복숭아 발효액 설탕 불에 익히고 졸여 반들 밤색에 먹음직 아내가 시식해 보고 엄지손 빙그레
다 늙어 사는 노년의 부부 연근 속처럼 얼기설기 엮인 사랑으로 서로를 기대어 못다 한 사랑이 없도록 설거지를 해 본다.
2017.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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