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오늘의 좋은시

[스크랩] [박연준]당신이 물고기로 잠든 밤

무봉 김도성 2016. 4. 21.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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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물고기로 잠든 밤 당신 손목 있잖아 책을 펼쳐 내 쪽을 향해 보여줄 때 약간 비틀어진 모양, 난 그게 나무 같더라 물기 없는 갈색 나 거기서 태어난 거 같아 연노랑 잎맥으로 연노랑은 노랑의 이복 자매 가을이 떨어트린 약속 당신 지느러미 있잖아 내 미래 같더라 새벽에 자꾸 떨어지니 주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발꿈치를 들고 침대 주위를 배회하며 물고기 흉내를 내볼까 당신은 잠 미래는 강 전부를 맡기고 흘러가볼까 더듬더듬 헤엄쳐갔지 당신 머리는 이불이 내민 주먹 같더라 여기가 백회인가, 무구한 풀들이 모여 기도하는 백회인가 이마 코 입술은 당신이 덮는 이불인가 심정이 어때요, 내가 물을 때 재빨리 펼쳐 덮는 이불인가 당신 꿈 있잖아 내가 혼곤하게 잠들었을 때 왼쪽 귀에다 부어주는 꿈 뜨거운 주물(鑄物)로 탄생하는 꿈 내 꿈이랑 합쳐져 굽이치는데 가끔 벅차서 내가 흘리는 거 아나? 나비물로 촥, 끼얹어져 침대를 적시는 거 날들이 까마귀 떼로 내려앉아 뒤에 숨고 나는 모른 채, 뭉개진 구절초 얼굴들 하나하나, 펴서, 꼼지락꼼지락 다시 피어나도록 애쓰는 거 당신은 알까? 詩/박연준

          http://cafe.daum.net/sogood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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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오늘의 좋은시
        글쓴이 : 이문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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