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사진 일기

2013. 11. 1. 사진 일기(생 라면 부셔 먹는 어린 손자가 찾아 왔다.)

무봉 김도성 2013. 11. 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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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벌써 11월 첫날 세월이 빠름을 실감한다.

두장 남은 달력을 바라보며 11월 일정을 살펴 보았다.

나이에 비례해 세월도 속도가 빠르다는 선배들의 말이 몸소 느껴 왔다.

 

이른 아침 7시 아내가 서울에 갈 일이 있어 출근시간 자리잡아 버스를 탈 수 있도록 네정거장 거슬러 올라가 내려 주었다.

나는 곧바로 테니스 코트에 나가 아침 운동을 했다.

어제 하루 종일 서각작품을 새겨 놓았기에 오늘 사포질 한 후 라카칠을 했다.

테니스 동호인 가운데 사형선고를 받고 무기에서 20년 감형 수영 생활을 한 본인의 수기를 책으로 출간했다면서 선물했다.

본인이 사형수로 20년간 복역후 출소한지가 몇년 안되었다고 솔직히 말할 때 믿어 지지가 않았다.

그런데 "행복한 사형수"라는 제목의 책이 출판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테니스 코트에서 서각작품 만들기 작업 하면서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대충 살해동기와 내용을 보니 20여년전 우발적으로 노교장 부부살해한 사건으로 신문과 방송되었던

사회가 떠들석했던 것으로 희미하게 기억되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시내버스 운전 기사로 생업을 하면서 쉬는 날은 우리 같이 테니스를 즐긴다.

처음부터 정독으로 읽어 내려가다 보니 곳곳에 진실성과 내면적인 죄책감에 대한 심적 변화를 간결하며서도 간증적으로 서술했다.

10시경 늦은 아침을 근처 전주식당에서 5천원 짜리 백반을 먹었다.

 

 

 

반찬 중에 파김치가 보였다.

그 파김치를 보는 순간 경기대 평생교육원 시문학 대학원에서 과제로 준 "모텔"이라는 시 주제가 생각이 났다.

나는 메모지에 몇가지 시상을 종이에 메모를 했다.

타원형의 파접시는 마치 침대처럼 보였고 파김치 두쪽을 담았는데 마치 두남녀가 끌어 안은 형상으로 보였다.

여인과 남자는 얼굴을 서로 마주보고 있었으며 여인의 다리가 남자의 사타구니에 들어가 있었고 사내의 다리는 여인의 엉덩이를 끌어 않고 있었다.

마치 연인이 열정적인 정사 장면을 그리고 있었다.

사내는 힐끔 전주식당 과부를 바라 보았다.

바로 앞에 있는 모텔을 바라보며 요상한 미소를 지으며 사내에게 눈웃음을 쳤다.

피곤으로 파김치가 된 사내는 하부에 묵직한 꿈틀임을 느꼈다. 

욕정을 억제하느라 이쑤시개로 욕정을 다독이며 식당을 나섰다.

 

죽음에서 새로운 생을 시작한다는 희망으로 높은 담장으로 둘러진 영어의 생활이지만 자유롭게 볼 수 있는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 기도했다.

풀 한포기 숨을 쉴 수 있는 생명의 공기마저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하루를 감사함으로 열고 감사함으로 영어의 생활에 충실하다보니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행복이라는 꿈이 자라기 시작했다.

 

서각작품 작업을 마무리하고 오후 4시경 집으로 왔다.

책을 절반정도 읽었다.

 

막내 딸이 전화를 했다.

초등학교 2학년 손자가 5:30경 우리 집에 올테니 1시간 만화 보고 기다리게 해 달라는 부탁이다.

주문한 오븐 구이 통닭이 배달해 왔다.

내가 먹고 싶어 주문했는데 손자가 먹을 다리 두개는 아내가 챙겨 놓는다.

오랜 만에 오는 손자에게 준다는 말에 나는 이의가 없었다.

막내 딸이 일이 있어 조금 늦는다는 연락이다.

우리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아내는 운동 나가고 나와 손자만 나았다.

만화 보느라 정신이 없다.

고자를 준대도 싫다, 과일을 준대도 싫다, 무엇이 먹고싶으냐 했더니 생라면을 부셔 먹겠단다.

스프를 많아 넣어 부셔 달라고 했다.

나는 손자의 라면 부셔 먹는 모습을 바라 보며 참으로 별난 녀석이라 바라 보며 입 꼬리가 올라 간다.

라면 부서지는 소리가 거실에 메아리 졌다.

 

 

 

 

 

아침 테니스에 열중하는 동호인드

 

 

수원 화성의 동북포루

 

 

아침 가을 하늘의 구름

 

 

아무리 바라보아도 실증이 나지 않는다.

 

 

 

 

 

 

      모텔

 

          김용복

 

작가라는 사내

때 늦은 저녁 시간에

과부댁 전주식당에 갔다.

 

5천 원짜리 백반에

사내의 고향이 차려졌다.

 

비릿한 밴댕이 젓갈 속에

어머니 앞치마가 펄럭이고

나박김치의 아삭하고 달콤함 속에

형제들의 수저질 소리

 

사내는 젓가락을 들고 한곳에

시선을 꼽았다.

 

타원형 접시에

나체의 두 남녀가 누워

여인은 남자의 사타구니에

왼쪽 다리를 깊숙이

남자의 오른쪽 다리가 여인의

엉덩이를 감아 끌었다.

거친 숨소리 마주한 얼굴

붉은 물이 바닥을 적셨다.

 

사내는 정사장면에

첫사랑이 떠올라

뼈도 없는 물을 씹어 꿀꺽

 

사내와 과부의

마주친 눈길

파김치처럼 구겨진 풍선은

바람으로 꿈틀 했다.

 

고급 승용차 문소리에

파김치 부부는

식당 앞 모텔 쪽을 보았다.

 

    2013. 11. 1.

 

괴목에 새길 서각 작품 "연비어약"

 

 

 

 

 

 

 

놓아버림

 

 

 

놓아 버림은

무거운 물건을 떨어뜨리듯

마음속 압박을 갑작스레 끝내는 일이다.

놓아 버리면 마음이 놓이고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면서 한결 기쁘고 홀가분해진다.

마음만 먹으면 의식적으로 몇 번이든

놓아 버릴 수 있다.

 

 

- 데이비드 호킨스의《놓아버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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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에 대한 관찰 젖은 쓰레기 더미 위에서 치자꽃 무리가 피었다 깨진 유리병과 망가진 잡동사니 따위로 딱딱한 형태를 견뎌낸 것들, 텅 빈 공기의 틈으로 주입되는 한 호흡의 향기가 되기 위해 몰입한다 그 속에서 뿌리들이 번식하는 소리, 뿌리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꽃과 열매와 벌레와 여자와 아이들이 익어간다 이곳에 이르면 모든 경계는 모호해지고 날카로움도 망가짐도 눈부신 풍경이 된다 새들 속에서 우는 잡동사니와 나뭇잎 속에서 펄럭이는 고철과 꽃들 속에서 반짝이는 유리조각, 온갖 황홀한 향기로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사물들, 사물들 모두 응고된 공기와 흔적은 아닐지 배설물이거나 발자국이거나 혹은 눈물? 뿌리내린 것들은 지탱할 수 없을 때까지 몸을 부풀려 꿈속 배경이 된다 망가질수록 황홀해지는 지상의 풍경 치자꽃 향기가 코 속으로 스민다 나는 느릿느릿 고정된 생의 형태를 망가뜨리며 수많은 사물들 사이에 눕는다 詩/배용제

          http://cafe.daum.net/sogoodpo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