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사진 일기

2020. 3. 15. 사진 일기(80회 생일 가족모임)

무봉 김도성 2020. 3. 15. 05:17

   


 http://blog.daum.net/ybok1004/ 

전국 경기 수원시 장안구(현재접속지역) 읍·면 

오늘이 만 80세 되는 생일이다.

오늘 점심을 세딸 세가위 손자들이 함께 하기로 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모인다는 것이 조심스러워 안모였으면 좋겠다고 했으나

딸들에게는 후일 후회가 될것같아 모이고 싶다고 했다.

이른 아침을 챙겨 먹고 나는 테니스 코트에 나갔다.

50여년을 테니스를 해도 밥처럼 물리지 않는 테니스 아마 죽는날까지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젊은 회원들과 어울려 타이트하게 경기를 하고 나니 이마에 땀이 맺혔다.

땀에 젖은 몸을 샤워하고 집으로 왔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마트에 들려 점심외식후 먹을 과일을 샀다.

12시 정가네외양간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자주 가는 식당으로 항상 친정하게 서빙하는 아주머니에게 시집 한 권을 선물했다.

세 딸 세 사위 손자 2명 우리 내외 해서 10명이 식사했다.

군에 있는 큰 손자 일본에 유학중인 손녀 중3 손자가 불참을 했다.

식사하면서 반주로 소주 몇 잔을 했다.

식사후 집에 오자마자 생일축하 케익을 자르고 다고를 먹었다.

4월 6일 군에 입대하는 손자에게 용돈을 챙겨 주었다.

오후에 잠시 낮잠을 잔후 6시경 저녁 식사후 아내데리고 아파트산책으로 하루를 마감 했다.

 








2020/03/15(일) 문태준을 추모함 (685)

 

문태준을 추모함

     나와는 동갑이던 의사 문태준이 지난 11일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때가 때인 만큼 문병도 못하였고 문상도 못하였다.

     경북 영덕에서 갑부 중의 갑부인 할아버지를 두어서 그런지 한평생 그에게는 부잣집 아들의 풍모가 있었다. 대구에서 중학교를 다닌 그는 서울 의대를 마치고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명성을 떨치었고 의료사업이 국가적 안목에서 선진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국회에 진출하여 네 번이나 당선된 관록 있는 의사 정치인이기도 하였다.

     1988년 문태준은 당시 보사부 장관에 임명되어 그의 숙원이었던 의료보험 제도의 실현을 위해 노심초사 하였다. 오늘 한국의 의료보험은 이에 관심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부러워할 만큼 잘 되어 있다고 한다. 작년에 내가 발가락에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기 위해 세브란스 병원에 다닌 적이 있는데 환자가 만원인 것을 볼 때마다 문태준을 여러 번 생각하였다. 시골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은 병원에 갈 엄두도 못 내던 과거와 달리 요새는 돈이 있건 없건 조금만 아파도 누구나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오늘의 한국이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지만 의사 문태준은 이름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물까지도 주고 간 셈이다. 그가 세브란스의 교수로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를 더욱 가까이 느끼게 됐는지도 모른다.


김동길

Kimdonggill.com




 

 


촛농 1

 

김도성

 

초가가 묻히도록

눈은 내리고

시루 속 콩나물

살며시 엿보며

메주 곰팡이 냄새

방안 가득

 

광목 이불속

세 여인들 사이

두 다리 뻗어

캐럴송 부르던

크리스마스이브

 

발가락 끝으로

톡 톡 톡

신호하면

촛불에 붉어진

수줍은 얼굴로

톡 톡

 

둘만의 비밀을

눈감아 주듯

촛불이 휘청 일 때

촛농처럼 흐르던

뜨거운 우리 사랑





촛농 2

 

김도성

 

세 여인 속의 한 여인과

발가락 신호로 足話

하느라 날밤을 새웠지

동트기 전 새벽

덕산 온천으로 가자

몰래 빠져나온 우린

처마가 묻힐 정도로

쌓인 눈 속을 헤치며

수덕사 말사인 연암산

천장암을 향해 걸었다

 

길 없는 삼십 리 눈길

눈으로 덮인 길을 따라

대충 걷다가 벼랑으로

미끄러져 뒹굴며

푹신한 눈 속에 묻혀

끌어안고 큰 대자로 누워

구름 없는 코발트 하늘

눈부신 아침

햇살의 축복을 받으며

대책 없는 사랑의 불꽃으로

열기를 더했다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솔가지 부러지는 소리에

산 꿩 놀래 날고

산토끼 폴짝폴짝 뛰며

하얀 발 도장을 찍는 설원

한기를 느끼는 그녀에게

겉옷 벗어 입히고

- 입김을 불면

실눈을 감으며

호랑나비 더듬이 눈썹

파르르 떨었다

 

두 뼘으로 잡히는

가냘픈 어깨에 걸친

자주색 털 코트

털모자로 가려진 얼굴

격정에 찬

까만 눈동자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촛농 3

 

김도성

 

성탄절 새벽 여명을 뚫고

산길 삼십 리를

7시간 동안

설산을 헤매며

덕숭산을 넘어 12시경

수덕사

대웅전에 도착했다

아침도 점심도 굶었으나

우리 사랑의 힘은

서로를

강하게 밀착시켰다

 

불자인 그녀는

옷깃을 여미고

석가모니 불상 앞에

자비명상으로

108배를 올리고

기독신자인 나는

주머니 속

신약 성경을 만지며

우리의 사랑이

불륜으로 타락하지

않도록 기도를 올렸다

 

마침 공양시간이라

불자들 틈에 끼어

점심식사를 하고 나니

오후 2

피곤이 밀려왔다

덕산 온천여관을 찾아

20리 길을 걷고 걸어

오후 4시경 여관에서

여장을 풀었다

 

한옥 여관 온돌방에는

풀을 먹인 하얀 옥양목

요와 검정 이불 두 채가

나란히 놓였고

머리맡에 두 개의

하얀 베개가 놓여 있다

방안에 들어선 우리는

묘한 감정 때문에

서서 마주 보며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창호지

겉 문과 미닫이

이중문으로

아늑했다

여관에서 운영하는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으로

피곤을 풀었다

30촉 백열전등 아래

두 다리 뻗고 마주 앉아

서로의 눈길을

놓을 줄 몰랐다

여관에서 차려주는

저녁상을 마주해

식사를 하는 기분이

싫지가 않았다

집에 연락도 없이

성탄 전야에 집을 나와

두 밤을 가출했는데

성탄 전야를 함께했던

친구들은 우리 행적에

궁금할 것이고

도적같이 찾아온

이 밤의 불장난을 어찌



촛농 4

 

김도성

 

오늘은 성탄절

음력으로 동짓달 스무이틀

10시 동편의 달이 차갑다

생전 처음 유별한 남녀가

여관방에 들고 나니

미풍에 흔들리는 꽃잎처럼

가슴 안이 뜨거움으로 설렜다

 

불 꺼진 방에서 바라보는

희미한 달빛에 어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삭정이 그림자

떨리는 흥분에 부채질이다

말없는 적막의 방안 공기

거친 숨소리 이불속으로 스민다

 

아랫목엔 여인이

윗목엔 짐승이 된 사내가

나란히 누워 갈등으로

어두운 천정을 바라보았다

둘이는 중대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시험에는 반드시 선이 있고

때가 기다렸다

선을 넘을 때를 기다리자

아직은 선을 넘을 시간이

아니다

 

불자인 여인과

기독교 신자인 사내의

종교적 갈등도 넘어야 할

큰 산이었다

주머니 속 신약 성경책을

나란히 누워있는

이브자리 사이에 놓고

이 선을 넘지 않기로

손가락 걸어 약속하고

잠을 청해 보지만

가끔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문풍지 소리가 비웃는다

 

노-트 : 1963. 12. 24. - 25.(1박 2일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