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초상[肖像] /청원 이명희
초록 꿈 버무려 수묵화로 누운 산
하늘을 이고 선 나무들은 마지막
한 소절 남은 연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푸르게도 강생했던 여름날의 뜨거운 사랑
아직도 식지 않은 온기의 촉수는
잎 새 위에서 한껏 키를 키우며
고달픔은 고독한 자의 몫만이 아니었다고
탁류 같은 그리움 하나
마음 속을 휘졌습니다
지나가는 것은 추억이 아니라
가슴 물들이는 사랑이라 되 뇌이며
낙엽처럼 가벼워진 걸음
벽을 넘어 자유를 찾아
은자(隱者)처럼 길을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