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기억 속의 *찌지

무봉 김도성 2018. 9. 6. 13:35


 

 

 

    기억 속의 *찌지

    - 수학여행 -

     

    김도성

     

    꽃을 찾지 못하는 노랑나비 떼가

    지쳐 버린 듯 바다의 부표처럼

    떠나지 못하고 방황을 한다

     

    속리산 말띠고개를 넘던 버스 8대 중

    마지막 차가 산마루 정상에서 급정차

    핸들 잡은 기사가 떨고 있다

     

    왼쪽 앞바퀴가 가드레일에 걸려 있고

    오른쪽 바퀴는 허공에서 공회전

    내려 보는 굽은 길에 7대의 버스가 내려갔다

     

    상상할 수 없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참새처럼 재잘 대던 차내 공포의 눈들이

    앞 출입문으로 몰려들 기세, 무게가 쏠린다면

     

    ! 꼼짝 마!” 난 소리쳤다

    기사 아저씨 망치 어디 있어요?”

    턱으로 연장통을 가리켰다

     

    망치로 버스 뒤창을 깨고 하차시켜 위기를 넘겼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처럼

    밝게 웃는 얼굴이 스친다

     

    개흙 속의 전복도 알고 바지락도 입 벌려 외치고

    나팔수 소라의 소리침을 아무도 몰랐네

    가슴에 노란 리본 이제는 나비로 훨훨 날라라

     

     

    2018. 9. 5.

    *찌지- 특별히 기억할 만한 것을 표하기 위하여

    글을 써서 붙이는 좁은 종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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