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
김도성
가끔은 유년의 기억이 초행길을 가듯 주변이 생경스럽다
먼지 풀풀 나는 황토 길에 새끼손톱만큼의 꿈,
수없이 서성이며 세월은 날카로운 경계에 세워진다
계절을 스쳐 지날 때 아픔이 도드라져 시퍼런 환부마다
6.25 총성이 들리고 돌부리에 걸려 다친 정강이 흉터가
붕대를 매듯 꼭꼭 여민 사춘기를 풀어주지 않고 다독인다
천수만 파도소리 너머에는 별들이 떨어지고
연암산 계곡물소리 따라 나비들이 춤을 추고
사춘기에 물든 붉은 꽃잎이 햇살에 흩어지며
짓물러진 흉터 아련하게 뼛속에 새긴
햇살 촘촘히 박힌 상처를 더듬어 간다
거미줄에 걸린 끈끈한 흔적을 더듬어
그날의 상처에 핏물이 번져
전설 같은 비밀로 세월이 눌어붙었다
슬픔을 슬픔으로 묶고 사는 것이 더욱 슬픔이듯
세월 갈피 어디쯤 한 움큼 해풍에 뚝뚝 떨어져
부끄러움으로 흐려지는 삶에도
발그레한 미소로 터 잡고 훈장같이 빛나고 있음을
그 야속한 흔적의 언어가 은결 위에 생의 빛으로 번진다
2018.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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