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김도성
생전 처음 보는 메밀꽃 피는 철길에
서녘으로 붉게 넘는 노을 바라보며
소년이 울고 있다
조금 전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수술대를
탈출해 무작정 철길 따라 남으로 달렸던
내일이 벽으로 막힌 어둠의 길에서
유소년의 조 막 한 기억들이 세월의 흐름 속에
낯선 길을 가듯 자갈길에 발자국을 남기며
손톱만큼의 꿈, 수없이 서성이면서
세월은 날카로운 경계에 세워진다
험한 산길을 따라 고개를 넘으면 또 산
막힌 길 돌아 나오면 또 좌우의 갈래 길
스스로 보물섬을 찾아가는 퍼즐을 맞추듯
걸어온 길 위에 삶의 무늬를 그린다
그것들이 때로는 강하고 모질게 견디는 힘
폭풍우 비바람에 시달려도 묵묵히 길을 간다
길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다행히 동행자가 있어
꽃길을 함께 걸어도 마음은 沙丘(사구)를 걸을 때가 있다
아픔의 얼룩들을 새로운 벽지로 도배를 해도 흔적은 남고
전설 같은 비밀로 세월이 눌어붙었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도 홀로 길을 가고 있는 외로움
슬픔을 슬픔으로 묶고 사는 것이 더욱 슬픔이듯
세월 갈피 어디쯤 한 움큼 해풍에 뚝뚝 떨어져
부끄러움으로 흐려지는 삶에도
발그레한 미소로 터 잡고 훈장같이 빛나고 있음을
그 야속한 흔적의 언어가 은결 위에 생의 빛으로 번진다
2018.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