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문리를 바라보며
김도성
초등학교 4학년 때 6.25 전쟁이 일어났다
수복 후 이적 행위자를 총살했다
사형장에서 탄피를 주워 총을 만들어 전쟁놀이했다
어린 나에게는 전쟁이 무엇인지 몰랐다
아직 숨이 멎지 않은 시체를 뒤져 탄피를 주웠다
경찰은 우리들에게 공포를 쏘아 도망치기도 했다
도망하다 넘어져 돌에 무릎이 부딪쳐 멍이 들었다
다음날 걸음을 걷지 못하자 돌팔이 침쟁이를 불렀다
다리가 부러졌다며 미루나무 부목을 대고 무명으로 칭칭 감았다
한 달 후 보건소에 가서 보니 우측 종아리가 노랗게 고름이 잡혔다
골수염으로 뼈를 깎는 수술을 세 차례 했으나 치료가 되지 않았다
관절이 아닌 정강이뼈의 염증이라 걸을 수는 있었다.
어린 나이에 뼈를 깎는 아픔을 견디다 보니 무서운 것이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나보다 두 살 많고 키가 큰 반 친구와 싸웠다
원인은 체육시간에 주번 행세하며 도시락을 훔쳐 먹었다
청소 당번인데 자주 도망쳤다.
어린 나이지만 내게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의협심이 있었다
점심시간에 젓가락만 들고 다니며 밥과 반찬을 뺏어 먹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버릇을 고쳐 주기 위해 정식으로 도전을 했다
그가 창가에서고 나는 오른 주먹으로 턱을 갈겼다
그런데 빗나가 주먹이 유리창에 꽂혔다
유리가 깨지며 밖으로 나간 주먹을 빼는 순간
유리칼 끝이 내 손등을 난자했다
왼손으로 친구의 콧등을 일격 했다
친구는 코피가 터지고 나의 오른손에서 유혈이 낭자했다
이어 옆발치기로 옆구리를 걷어찼다
교실 바닥에 쓰러진 친구가 나 살려라 도망쳐 싸움이 끝났다
다음날 소문을 들은 담임이 불러 잘잘못을 가리어 훈계를 했다
친구는 결국 나를 피해 다녔고 반 친구를 괴롭히는 일이 없었다
중간에 가정형편으로 학교를 그만두었다
지금으로부터 53년 전의 일이다
지금도 나의 손등에는 희미하게 흉터가 남았다
그 친구를 만나면 미안하다며 손을 내밀어 평화 협정을 맺고 싶다
2018.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