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잔 한 훈계
김도성
나는 얼마나 쪼잔 했던 가
고등학교 2학년 수업 시간에 나를 힘들게 한 학생이 있었다
수업할 때마다 그 학생의 불량한 수업 태도가 못 마땅했다
밀림의 사나운 짐승처럼 풀숲에 숨어 먹잇감을 살피듯 난 그 녀석 주위를 주시했다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거나 옆에 아이들을 괴롭혀 수업 분위기를 망치게 했다
“야 너 덩치 큰 놈 다음에 한 번 걸리면 너는 내게 혼쭐 날줄 알아”
말을 해놓고도 말끝이 흐려져 교사의 위엄이 서지 않았다
남문 파 건달이라는데 잘못 야단쳤다가 망신당할 것이 두려워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치사했지만 거미가 그물을 쳐놓고 먹잇감을 기다리는 것처럼 때를 기다려야 했다
내가 경계하는 위험 수위에 오르지 않아 훈계의 때를 잡지 못했다
약자에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정면으로 도전을 못하는 비겁한 내가 미웠다
다른 수업시간에도 수업 분위기를 망쳐도 그대로 방치한 학생이다
나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저 녀석의 불량한 수업태도를 바르게 잡을 수 있을까
한편 내가 고등학교 2학년 학창 시절 수업태도가 불량했던 친구가 생각났다
화학 수업 시간이었는데 선생님도 나처럼 불량한 학생 때문에 수업하기가 힘들었던 같다
그런데 그 불량학생이 옆에 앉은 학생과 장난하다가 화학 선생에게 들키고 말았다
함께 장난한 학생은 키가 작고 순진한 학생인데 희생양이 되었다
먼저 덩치 큰 불량학생에게 겁을 줄려고 힘없는 학생을 불러내어 학생들 앞에서 종아리를 쳤다
평소 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인데 불량학생 때문에 더 종아리를 쳤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간접 훈계로 비겁하게 불량학생의 기를 죽이려 했는지 모른다
다음에 그 불량학생에게 더 강하게 매를 쳐 잘못했다며 손으로 빌게 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런데 수업시간에 선데이 서울 잡지책의 남녀의 야한 사진을 함께 보다 들켰다
당시에는 수업시간에 불량서적을 보다 들키면 근신에 해당하는 벌을 받게 되었다
1단계로 키가 작고 순진한 학생을 불러내어 걸레대로 엉덩이를 때렸다
“너 키 큰 녀석 이리 나와.”
키가 나보다 큰 학생으로 힘으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엎드려.”
‘요놈 오늘 맛 좀 봐라.’ 속으로 다짐하며 힘껏 내리쳤다
그런데 덩치에 비해 엄살이 심했다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두 손으로 살살 빌었다
“안 돼, 너도 열 대는 맞아야 돼.”
기회는 요 때다 하고 열 대를 때렸다
수업 끝나고 두 학생을 교무실로 오라 했다
내가 매를 든 것은 미안하다며 맞은 곳에 약을 발라 주었다
앞으로 수업태도를 바르게 가지라고 조용히 타 일렀다
그리고 악수를 청했다
교무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으며 용서를 빌었다
“그래 앞으로 잘 한다니 근신을 받지 않도록 학생부에 넘기지 않겠다.”
그 후 수업을 다녀온 선생님들이 그 불량학생 수업태도가 좋았다고 칭찬을 했다.
고교 졸업 후 병점에서 정육점을 했다
해마다 동기동창 체육대회에 돼지 두 마리를 잡아 왔다
그리고 내게 등심 몇 근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