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쑥부쟁이꽃 /청원 이명희
가파른
마음 절벽
건너온 저 몸짓
왜 그리
푸른 것이냐
슬픔의 저 밑바닥
함부로
말하지 마라
저 속내를 안다고.
|
개망초 / 청원 이명희
억장 눌린
마른 침
되삼킴을 하면서
만 가지 슬픔 걷어낸
그림자 깊고 깊다
살아서
온몸에 두른 번뇌
고독한 순명의 영혼.
|
매화
詩 청원 이명희
촉촉한 갈망
끈끈하게 혈관을 돈다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소리 없는 그리움
행복한 입술을 연다
슬프도록 창백한 .
|

배꽃 필 때면
詩 청원 이명희
수많은 눈을 뜨고
수많은 손 흔들며
안개 같은 환상 속으로
설레설레 빠져 들며
난만히 깔려있는 추억
환하게 밝힙니다
허물 벗는 그리움 주워
마른 가슴 엽니다
옷섶을 파고드는
희디흰 바람 따라
만 갈래 생각에 젖어
봄 길을 걷습니다
|

꽃 그늘 / 청원 이명희
빈번한 마음자리 그 어디 둘 곳 없어
허리에 바람을 감고 그렇게 흔들리다
꽃들은 그늘을 친다 붉은 정한[情恨]에 물들어
꽃자리 자리마다 먹먹한 사랑의 궤적
절절한 마음 언저리 내려놓은 생의 무늬
꽃들은 그늘로 길을 내며 더욱 활짝 웃는다.
|
동백지다 /청원 이명희
순결한
첫 순정이
절명한 혼 이지만
통째로 무너졌던
그날 밤이 좋았다
원죄의
핏빛이련가
슬픈 인연 눈부시다 .
|
오동꽃 /청원 이명희
속절없이
부서지는 달빛아래 초연히
연보랏빛 꽃등을 킨
오동꽃을 보셨나요
빼어난
그 맵시와 귀품
인연처럼 품고 싶은 .
|

찔레꽃 어머니 /청원 이명희
그리운 가슴 열어 찔레꽃이 되셨나요
어머니 무덤가에 찔레꽃 무성합니다
사방에 꽃 피워놓고 반기시는 어머니
아픔이 출렁거려 할 말을 잃습니다
꽃 속에 파묻혀서 한없이 울고 싶습니다
이제는 꽃이 되신 어머니 찔레꽃 어머니여!
|

봄.봄 / 청원 이명희
오늘에야
말문트인 듯
울컥 터진 무현(無絃)의 언어
한없이 풀어 놓은
바람의 화원에는
숨죽여
타는 불꽃들
만판 흐드러진다.
|

인동초 /청원 이명희
삐걱이는 등줄기
덩굴 되어 휘감기던
벼린 밤
한 줌 깊이
목쉰 울음 베어내고
바람이
긋고 간 향기
심장 속에 묻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