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여우와 늑대

무봉 김도성 2017. 7. 1. 19:13

 

 

 

 

 



    여우와 늑대


    무봉 김도성


    붉은 해가 산 능선을 넘어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그들은 두려움과 설렘으로 붉게 타는

    노을을 바라보며 터벅터벅

    비포장 길을 걷고 걸을 때

    어둠과 두려움이 그들을

    묶어 놓았다


    하루에 버스가 두 번 밖에 없는

    산골 오지마을에 갔다가

    막차를 놓쳤을 때 겉으로는

    큰 걱정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드디어 때가 왔구나

    짐승 된 늑대의 속마음

    아마 여우도 어쩌면 같은 속셈일 거야


    아무도 오가지 않는

    오지의 산길

    갑자기 먹구름이

    별을 모두 삼키고

    나뭇잎 사이로 부스럭대는

    미세한 소리가 고막을 타고

    느린 심박을 뛰게 하는데


    심술궂은 먹구름이 후우

    바람을 몰아 후드득

    소나기를 퍼붓는다

    본능적으로

    여우가 늑대에 안기며

    싫지 않은 감정으로 묶인다


    서로는 *나르시스에 빠져

    2인 삼각으로 뛰고 뛰며

    머리끝부터 발끝으로 흐르는

    소나기로 온 몸을 적셔도

    늑대는 먹잇감을

    여우는 온몸 으로 유혹을


    2017. 7. 1.


    *나르시스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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