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오늘의 좋은시

[스크랩] [박찬일]아버지 형이상학

무봉 김도성 2017. 5. 15. 05:15

아버지 형이상학

 

 


대저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누구더라도 삼가 조의를 표하는 것은
영원한 죽음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모르셨을 리 없다
몰락해주리라, 자발적 몰락 의지가 유일한 수순인 것
동일한 것이 영원히 반복되어도 봄 여름 가을 겨울
똑같은 순서로 영원히 반복되어도
영원히 반복해서 살아주리라 영원히 반복해서 기꺼이 몰락해주리라
아버지가 평소 안 하셨을 리가 없다
하늘이 부정되는 지역, 하늘이 하늘이 부정되는 것 말고
더 가르쳐주지 않았을 때
영원한 몰락에의 의지가 유일한 수순인 것을
아버지가 모르셨을 리 없다
만나보자~ 그때 그날 천국에서
대저 지상에서 부르는 마지막 맹세,
만나보자~ 아버지가 말하셨을 리 없다
아버지의 아버지들은 어디 갔나,
아버지는 영원히 되풀이해서 몰락해줄 것을 요청하셨다
아버지를 믿는다.
몰래 돌아가실 리 없는 아버지시다.

 


詩/박찬일

출처 : 오늘의 좋은시
글쓴이 : 이문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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