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수다
연애 한 번 해봤냐고 묻는 게 생뚱맞지요
봄이 멀다는 소리가 거짓 같지요
스쳐가는 봄바람에도 윙크 한 번
못해 봤다는 중년 여인네들
실눈을 뜬 채 시치미를 떼는 게 좀 그렇지요
지난 가을 숲으로 간 사람은
그늘 깊은 나무가 되었는지
목마른 골짜기가 되었는지
시침 떼며 등판 때리는 바람이 되었는지
아무나 붙들고 물을 수도 없고
낙엽은 또 저 홀로 떨어지며 가슴에 숨고
바깥일 모르는 척 길게 누웠지만
봄이 다녀가는 기척에 속이 황황하네요
한바탕의 연애는 물론이고
꽃비 맞으며 걷자는 전화
한 번 없다는 중년여인네끼리 둘러앉아서
봄비는 질척거려서 나가기 싫다면서도
눈길은 밖을 향한 채 실죽거리는 게 생뚱맞지요
결국에는 돌아온 사 계절 따라
싹이 또 트고 마는 봄을 모른다는 게 거짓 같지요
詩/김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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