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오늘의 좋은시

[스크랩] [강문석]회상回想

무봉 김도성 2016. 12. 31.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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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상回想 까맣게 잘 익어 벌어진 동지섣달 긴긴 밤에 알밤 같은 별똥은 자꾸만 떨어지고, 봄을 애타게 기다리는 삽짝거리 쥐똥나무도 쏟아지는 싸락 눈발에 언 몸을 고스란히 매맞고 섰다. 모진 인고의 시간을 절삭히며 열두 굽이를 돌고 돌아서 신음하듯 흘러가는 앞 도랑 물소리. 뒤란 낡은 흙 담벼락에 걸린 마른 시래기 다발이 밤바람 결에 쓸려서 가려운 등을 긁어대듯이 서걱거린다. 늦은 밤 사랑채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늙으신 할아버지 해소 기침 소리에 외양간 늙다리 암소가 안쓰럽다는 듯이 푸후- 기척을 하며 깊은 한숨을 몰아 쉬고, 밤 이슥토록 만삭의 어머니 베짜는 소리에 좀생이 별은 서산마루로 기우는데... 눈 비비며 오줌누러 앞마루로 나온 나는 앞산 애장골에서 지척인 듯 날아오는 불여우 울음소리에 오싹 조여드는 무섬증으로 금방이라도 쏟아질듯 하늘 가득 찬 눈부신 별들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두 눈을 꼭 감고 언 요강에 오줌을 누면서 진저리를 쳤다. 詩/강문석

          http://cafe.daum.net/sogood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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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오늘의 좋은시
        글쓴이 : 이문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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