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문3의 발바닥
엄동설한 짚신 신은 버선발 동상으로
고생했던 11문3의 알몸을 만져 본다
섣달그믐 오일장날 지게에 매달려
술 취한 아버지와 함께 흔들려온
한 쌍의 11문3을 바라보던 설렘은
보름달 부풀어 오르듯 두근거렸지
평생 75킬로 등짐을 지고 살았다면
나는 벌써 흙에 묻혔으리
75년 동안 불평 한마디 없이 75킬로
짊어지고 견딘 발바닥을 만져본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
나를 지탱해 가고 싶은 곳에 가게하고
신혼여행 후 재행 날 북어 대가리로
두들겨 맞던 11문 3의 모진 발바닥
오늘도 테니스 코트에서 사방팔방
공이 튀는 곳을 따라다닌 11문 3의 발바닥
가뭄에 논바닥처럼 갈라진
고생 주름 늙은 나의 얼굴 닮았다
땅만 처다 보고 평생 살아 온 너
언젠가는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하늘만
바라보는 날 댓돌위에 올려질 11문 3
* 11문 3의 크기- 265mm 신발 사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