庭園師의 사랑
김용복
억새꽃 머리칼 80 노인이
정원수를 예쁘게 다듬고 있다
이름 모르는 아름다운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정원사의 사랑을 기다리는 것 같다
고요가 내려앉은 아담한 집에는
분재 몇 그루가 밖을 기웃거리고
마루 밑에는 암탉이 흙속
반신욕으로 졸고 있다
노후 전원생활을 꿈꾸던
나는 정경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홀로 남은 노인은
아내에 대한 마지막 사랑을
나무에게 옷을 입히듯
다듬고 곱게 빗기고 있다
얼음판에 미끄러져
무릎이 깨지던 날
팔 하나 툭하고 떨어졌다
두 해를 넘겨 살피지만
병상을 떨치지 못하는 나의 분신
온실에 맡겨진 오직 한 그루 나무
가지에 힘이 오르는 날까지
정원수에게 남은 숨 바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