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오늘의 좋은시

[스크랩] [정끝별]기나긴 그믐

무봉 김도성 2016. 4. 16.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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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나긴 그믐 소크라테스였던가 플라톤이었던가 비스듬히 머리 괴고 누워 포도알을 떼 먹으며 누군가의 눈을 바라보며 몇 날 며칠 디스커션하는 거 내 꿈은 그런 향연이었어 누군가와는 짧게 누군가와는 오래 벌거벗고 누운 그랑드 오달리스크처럼 공작새 깃털로 뒷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살짝 뒤돌아 누군가의 손을 기다리는 팜므의 능선들 그 파탈의 능금들을 깨물고 싶었어 누군가에게는 싸게 누군가에게는 비싸게 오 마리아의 팔에 안긴 지저스 크라이스트! 누군가의 품에 그렇게 길게 누워 나 다 탕진했노라 쭉 뻗은 채 이 기립된 생을 마감하고 싶었어 누군가는 하염없이 울고 누군가는 탄식조차 없고 검은 관 속에 누운 노스페라투 백작처럼 그날이 그날인 이 따위 불멸을 저주하며 새벽마다 목숨을 걸고 내 사랑의 이빨을 누군가의 목에 꽂고 싶었어 누군가처럼 목욕탕에서 침대에서 누군가처럼 길바닥에서 관속에서 누운 사람을 보면 나도 따라 눕고 싶어 누구든 누워야 바닥에 가까워지고 누워야 누구든 쉽게 들고날 수 있을 테니 그렇게 다시 차오를 수 있을 테니 詩/정끝별

          http://cafe.daum.net/sogood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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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오늘의 좋은시
        글쓴이 : 이문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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