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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그믐
소크라테스였던가 플라톤이었던가
비스듬히 머리 괴고 누워 포도알을 떼 먹으며
누군가의 눈을 바라보며 몇 날 며칠 디스커션하는 거
내 꿈은 그런 향연이었어
누군가와는 짧게
누군가와는 오래
벌거벗고 누운 그랑드 오달리스크처럼
공작새 깃털로 뒷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살짝 뒤돌아 누군가의 손을 기다리는 팜므의 능선들
그 파탈의 능금들을 깨물고 싶었어
누군가에게는 싸게
누군가에게는 비싸게
오 마리아의 팔에 안긴 지저스 크라이스트!
누군가의 품에 그렇게 길게 누워
나 다 탕진했노라 쭉 뻗은 채
이 기립된 생을 마감하고 싶었어
누군가는 하염없이 울고
누군가는 탄식조차 없고
검은 관 속에 누운 노스페라투 백작처럼
그날이 그날인 이 따위 불멸을 저주하며
새벽마다 목숨을 걸고
내 사랑의 이빨을 누군가의 목에 꽂고 싶었어
누군가처럼 목욕탕에서 침대에서
누군가처럼 길바닥에서 관속에서
누운 사람을 보면 나도 따라 눕고 싶어
누구든 누워야 바닥에 가까워지고
누워야 누구든 쉽게 들고날 수 있을 테니
그렇게 다시 차오를 수 있을 테니
詩/정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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