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무생채를 담그며

무봉 김도성 2020. 3. 10. 20:49

간밤부터 비가 내렸다.

창밖으로 내다 보니  자동차 전조등에 아스팔트 길이 물비늘로 번쩍인다.

오늘 아침 테니스는 못 할 것 같다.

오늘 내리는 저 봄비로 코로나가 수구러지면 좋겠다.

아내가 속이 불편하다기에 아침에 들깨 죽을 끓여 겸상을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에 테니스 코트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동호인들이 있어 7시 30분경에 나갔다.

한 동수 교장선생님이 나왔다.

커피를 마시며 종교 정치 이야기를 했다.

한 교장은 9시경 집으로 갔고 나는 혼자남아 11시까지 독서를 했다.

테니스 코트에 온수 샤워 시설이 되어 있어 더운 물로 샤워를 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마트에 들려 이것 저것 생식품 사는 길에 제주무 1개 1900원 주고 샀다.

그동안 지난번 담근 무생채로 아내가  식사를 했는데 얼마 남지 않았다.


집에 오자마자 내 종아리 만한 무 2/3를 잘라 생채를 담았다.

채칼로 채를 치면 무우가 부스러져 칼로 채를 쳤다.

채를 치며 많은 것을 생각했다.

무꽁다리 꽃에 노랑나비 떼 날고 무명 수건쓰고 김을 매는 어머니가 보였다.

신혼초 대전에 살 때 큰형의 사업 부도로 가세가 기울어

대전에 그 유명한 한밭식당 설렁탕 외식도 못했다.

어느날 아내에게 외식하자며 한밭 식당에 갔다.

한밭식당의 설렁탕보다 깍두기가 유명했다.

깍두기 요리사가 서울에서 새마을호 타고 내려와 담그고 간다고 소문이 났다.


그런데 어제 저녁 아내와 산책길에 잠시 벤치에 앉아 쉬는데 한밭식당 외식 이야기를 했다.

설렁탕 한 그릇 시켜놓고 나는 국물만 조금 달라고하여 먹었단다.

그 때 아내는 깍두기 국물같은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당시 월급 화페개혁 후 2천원으로 기억한다.

쌀 한가니가 2만원 양복 한 벌이 3만원으로 기억 된다.

칼로 무채를 썰며 생각하니 두 손 열 손가락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왼손으로 무를 잡고 오른 손으로 칼질을 하는데 손톱의 역할이 그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다.

손톱이 칼날에 손을 베이지 않도록 1-2미리 간격을 잡아 주기에 채를 칠 수가 있었다.


환경이 나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아내 간병 7년 동안 3권의 시집을 출간했고 이달에 4번째 시집 "아라 메 길에 무릎 섬을 만들다."출판 한다.

또 그동안 음식을 해야 하기에 안해 본 요리가 없다.

김장, 배추김치, 총각무, 깍두기, 열무김치, 나박김치, 생채, 양념게장, 갈비찜, 코다리, 황태국, 콩나물국, 오뎅국, 삼계탕, 돼지고기수육, 미역국, 멸치볶음, 카레라이스, 탕수육, 청국장, 콩장, 민물매운탕, 생선찌개 등등 안해본 요리가 없다.

세상 사는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기에 닥치는 역경을 이기고 살다보니 이리 살고 있다.


네 번째 시집 출판도 아내 간병 덕에 가능했다.


  

 

아라 메 길에 무릎 섬을 만들다

 

                             김도성

 

하루도 잊지 못하는 고향

거기 탯줄이 묻힌 나의 존재의 시작이 있고

나이테처럼 굵어가는 물관에 가족의 사랑이 흐르고

객지 생활에도 가고 싶던 귀소 본능들

 

별을 따려 움켜쥔 주먹 수평선 넘어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던

젊은 날의 강한 모험 앞에 갑자기 나타난 사랑의 흔들림

버려지지 않는 사랑이 있는 곳

 

유년의 나비가 날고 까치 울음에 시달리던 가죽나무

돌담 골목의 붉은 장미 부모형제 모두가 사라져

오직 흑백 영상처럼 희미하게 그려지는 풍정들

이제 거기에 남은 것은 연암산과 천수만, 멀리 간월암

 

이제 바라는 소망

천수만 갯벌에 두 무릎 오그리고 팔베개로 누워

낮에는 천궁을 떠도는 꽃구름 되고 밤에는 작은 별로 떠 있으리

밀물이 차오르면 두 무릎만이 견고히 뿌리내린 섬이 되리라

 



시인의 말

 

서산 아라 메 길이란 바다의 고유어인 '아라'와 산의 우리말인 ''를 합친 말로 바다와 산이 만나는 서산지역의 특색을 갖춘 사람과 자연이 함께 이루어진 대화와 소통의 공간으로 아늑함과 포근함이 담긴 친환경 트레킹 코스로 6개구간 총길이 86.54이다

아라 메 길은 자연스러운 길을 따라 서산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볼 수 있는 길입니다

코스 코뚜레길 2-1구간은 서산시 고북면 장요1리 마을회관(0) 시내버스 종점(0.41) 주차장(0.54) (갈림길) 천장사길입구(0.87) 천장사길 경허와 만공의 바랑이 쉼터(1.57) 천장사(1.87) 혜월선사 토굴(2.17) 내포숲길 갈림길 만월정 쉼터 (2.37) 연쟁이고개(2.72) 편백숲길 수월선사의 물레방아(4.72) 천장사길 입구(4.72) 주차장(5.59) 시내버스 종점(6.13) 장요1리 마을회관(6.54)

 

이 코스는 시인이 20대 초반 첫사랑과 3년간 밤마다 사랑을 나눈 데이트 코스이다


내가 밤길을 걸으면서도 외롭지 않은 것은 평생을 보아도 변치 않는 북두칠성과 동행했던 길, 내가 천수만을 걸으면서도 고독하지 않은 것은 파도소리 밤바다의 밀물 같은 추억, 내가 묘지의 상석에 누워서도 잊혀 지지 않는 것은 난생처음 약속한 첫사랑이 유성처럼 사라진 아쉬움, 물방앗간 짚불 앞에서도 의심하지 않은 것은 소나기로 젖은 옷 말리던 그때 그 얼굴이 그려져, 유령의 상여 집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은 서로 믿고 의지하는 철옹 같은 사랑과 믿음, 내 반백년 전 사랑의 터 연암 산이 굽어보고 간월도 일몰이 지켜보는 천수만의 갯벌에 묻어주오.
내 죽어 바라는 소원은 두 무릎 오그리고 누워 창천의 별들에게 이야기하는

무릎 섬이 되는 것이외다.

 

첫 시집부터 4번째 시집까지 정성으로 평론을 써주신 윤형돈 시인에게 감사드린다. 또 부족한 시에 표사를 써주신 최동호 시인(대한민국 예술원회원)님께 감사드린다. 내 삶을 지탱해 준 사랑하는 아내 세 딸 사위 손자들이 글을 읽으며 날 기억해 주면 한다.

 

 

                                                                                                                                                                      2020년 봄

 

                   무봉 김 도 성 올림




 

2020 김도성 시집 표사(表辭)  / 최동호 시인

 

아라 메 길에 무릎 섬을 만들다.”

 

 

무봉 김도성의 시집을 통독하고 나니 지난 20세기 후반 궁핍한 시대를 살았던 한국인들의 삶이 주마등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그는 아직도 강한 열정과 사랑으로 이 모든 삶을 포용하고 있는 자신의 문학적 길을 꿋꿋하게 걸어 나가고 있다. 이런 시인의 과거와 현재의 삶은 시 어느 시인의 유서에 진솔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의 시에는 고향에 대한, 육친에 대한, 자식과 아내에 대한 그리고 첫 사랑에 대한 깊은 사랑과 연민이 아로새겨져 있다. 이는 그의 시적 원천이자 상상력의 원동력이다. 완행열차의 마지막 칸에 앉아 무심한 철길을 바라보거나, 대문을 향해 놓여 있던 아버지의 고무신을 보거나, 호미 등 뒤에 씨를 쏟아 놓고 뿌리가 뽑히는 완강한 생명력의 씨를 연상하거나, 어깨에 걸친 붉은 브래지어 끈을 잊지 않고 떠올리는 것 등등은 모두 기억에서 우러나오는 이미지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사물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시인으로서 그의 시선이 결코 범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준다.

 

그의 시가 세련된 언어감각의 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독자적인 세계를 그만의 튼실한 언어로 정서적 감응력을 촉발시키는 어법으로 표현했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경험 없는 가상의 시가 유행하는 시단에 그가 가진 시적 공감의 힘이 크게 발휘될 것이라 확신한다.

 

 

최동호(시인, 대한민국 예술원회원)







마트에서 무 1개 1900원 2/3를 잘라 채를 쳤다.



채칼로 썰면 무가 부서져 씹는 맛이 없어 일일이 칼로 채를 쳤다.



무채를 썰며 손톱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다.

칼날에 베지 않토록 손톱등이 안전하게 기준을 잡았다.

왼손으로 무를 잡고 오른 손으로 칼을 잡고 칼질하는데 열손가라 놀고 있는 손가락이 없이 협동을 했다.

여기에 양손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두께 1밀리 넓이 2미리 이내로 정성을 들여 채를 쳤다.



왕소금, 고추가루, 식초, 대파, 새우젓, 다진 마늘, 그린시트, 매실청을 넣고 머무렸다.




손으로 버무렸다.



맛이 새콤 달콤하여 입맛을 돋운다.



완성 무생채




      

 


      병산 우체국 /서일옥 이름 곱고 담도 낮은 병산 우체국은 해변 길 걸어서 탱자 울을 지나서 꼭 전할 비밀 생기면 몰래 문 열고 싶은 곳 어제는 봄비 내리고 바람 살푼 불더니 햇살 받은 우체통이 칸나처럼 피어 있다 누구의 애틋한 사연이 저 속에서 익고 있을까.


 


   









'1. 자작시 원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촛농   (0) 2020.03.14
원피스 도둑  (0) 2020.03.12
하나님께 이끌리어/김인수  (0) 2020.03.08
아라 메 길에 무릎 섬을 만들다  (0) 2020.03.08
무릎섬  (0) 2020.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