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위대한 겨울에게

무봉 김도성 2019. 12. 1. 15:49


 

 

 

위대한 겨울에게

 

 

김도성

 

겨울의 차가움이 나에게 사랑을 주었다

서리 내리는 늦가을 지나 초겨울 밤

초가의 둥근 박이 달빛 받아 영글어 가고


우린 추위를 이기려 가냘픈 어깨 위에

외투를 함께 걸쳐 서로의 체온으로

집 잃은 들개처럼 인적 없는 길로 걸었다

 

자정을 넘어 깊어가는 새벽 한기가 느껴져

하루 종일 햇볕 받은 묘지 앞 상석은

안방 구들장처럼 따뜻했다

 

나란히 누워 바라본 맑은 하늘

북두칠성은 서북으로 기울고

은하수 별무리 흐르는 밤

 

상석은 식어가고 체온에 사랑은 더워지고

여명을 알리는 예불소리에 매듭을 풀고

차가운 겨울, 사랑은 점점 열기를 더한다

 

2019.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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