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공상(空想)

무봉 김도성 2019. 7. 3. 05:39


 

 



재희


공상(空想)

 

 

김도성

 

 

꿈을 꾸었다

적당한 거리까지

보이는 달밤이다

구름에 달 가듯이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갑자기 바람이 불고

섬광이 하늘을 쪼개듯이

지나갔다

우르르 천둥 치고

비바람이

땅에 깊숙이 뿌리박은

나무를 흔들었다

 

잔가지들이 잘려 나갔고

견디지 못하는

나무의 허리가 꺾이고

뿌리가 뽑혔다

밤새 상엿집에

도깨비들이 몰려와

오방 난장을 치고

놀다간 자리처럼

어지러운 새벽이 왔다

 

멀리 보이는 산은

어제 그대로

그 자리를 지켜

우뚝하게 서 있는데

가까이 보니

거기에도 상처가 있다

 

2019. 7. 3.

 








 


     

     

     

 

   


 



'1. 자작시 원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어 사는 친구  (0) 2019.07.07
여자의 江  (0) 2019.07.04
유년의 나비처럼  (0) 2019.07.02
비밀의 정원  (0) 2019.06.30
여섯 살 아내  (0) 2019.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