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기획 특집
-내 작품 속에 흐르는 강(2018년 가을 호)-
겨울을 이겨 낸 봄맞이
양 승 본
필자의 청소년 시절 생활은 언제나 꽁꽁 얼어붙었던 겨울이었다.
그런 겨울은 대체로 세 가지 유형이었다.
첫째가 가난이었다.
눈보라가 심하던 날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고아원에 왔는데
식당은 텅 비었고 널빤지로 된 식탁에
내 몫인 고구마 죽 한 그릇이 있었다.
양재기라는 그릇 안에 담긴 그 죽을 허겁지겁 먹는데
다섯 살짜리 여자 고아의 눈동자가
그릇과 내 입 사이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먹다가 죽 한 방울을 흙으로 된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그 순간 아이가 말했다.
“오빠! 땅에 떨어진 죽 한 방울 내가 먹어도 돼?”
나는 죽을 먹다말고 아이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죽을 다 먹은 아이가 나에게 말없이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둘째가 불량집단에서의 활동이었다.
나는 그 가난이 싫어서 사회를 향하여 반항을 했다.
그 반항으로 깡패 조직 속에서 칼잡이가 되었다.
칼을 던지면 목표물에 백발백중이 되도록 익혔다.
나는 어둠속의 독종으로 활동을 했다.
그 독종 생활 속에서 선생님을 잘 만났다.
그녀는 독종이 찌르려 하자 내 눈빛을 보면서 말했다.
“내가 네게 증오의 대상이라면 찔러라.”
나는 그녀의 눈을 피했고 칼을 땅바닥에 떨어트렸다.
선생님이 말했다.
“겨울을 이겨야 봄을 만날 수 있다.
겨울에 얼어 죽은 식물은 봄에 새싹이 돋지 못한다.
넌 너의 겨울을 이겨내고 인생의 봄을 만나라.”
나는 무릎을 꿇고 엉엉 울었다.
다시는 칼을 잡지 않았다.
훗날 내가 남자 고등학교에서 학생 깡패가 깨진 유리창으로 자해를 하고
피를 흘리면서 난동을 부렸을 때 나에게 겨울을 이기라고 했던
선생님의 행동대로,
“내가 네게 증오의 대상이면 찔러라.”
라고 말하면서 그 학생의 눈동자를 바라보았을 때
그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에게서 배운 진심어린 행동을 통하여 난동을 부리는
학생에게 전하자 그도 감동을 했다.
셋째가 공부에 미친 일이었다.
나는 불량청소년이었을 때 66명의 학급에서 65등을 했다.
그러나 봄을 맞이하기 위하여 겨울을 견디는 힘으로 공부를 했다.
동상에 걸려 언 몸으로 책을 빌려 보았다.
그 혹독한 공부의 겨울은 고통이고 아픔이었지만
나는 그 인생의 겨울을 이겨 내었다.
우리나라 헌법을 달달 외우고 꼴등을 했던
불량 청소년이 장학생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인천교육대학을 졸업했다.
초등교사가 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따서
고등학교로 옮겼다.
이때부터 나는 봄을 만났다.
연구사, 장학사, 교감을 거쳐 고등학교 교장이 되면서
나의 봄은 늘 향기로운 꽃을 피웠다.
특히 전국 고등학교 평가에서 전국 1등으로 상금 3000만원을 받아
100여명의 전 교직원과 함께 중국속의 한국인의 발자취를 찾아본 것은
향기로운 인생의 봄날이었다.
결국 내 작품세계는 앞에서 말한 세 가지 유형의 강물이 흐른다.
가난과 불량청소년 생활,
그리고 공부로 겨울을 이겨 내고
봄맞이를 하는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