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샤스타 데이지

무봉 김도성 2018. 5. 11. 20:51


 

 

 

 

 

 

샤스타데이지

 

김도성

 

힘든 하루를 정리하는 해 질 녘

저녁식사 챙겨 먹고 나면

온종일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만 바라보던 아내가

미안해하는 눈길로

외출복을 들고 앞에 서성인다

 

바지 갈아입히며

느슨한 고무줄에 흘러내린

팬티 올리고

윗도리 겉옷을 입힐 때

삐딱한 몸으로 서서

성한 손으로 내 허리 감아

기대며

여보! 고마워요

……

 

아직 다 풀지 못한 산수 문제처럼

하루해가 저무는 저녁

기울어진 아내 손잡고 걷는 산책길

반기는 꽃은 샤스타데이지

작년 그 자리에 고만큼 피고

얼굴 들어 환하게 맞이할 때

마슬 가는 바람이

꽃대를 흔든다

 

아내가 독백처럼

잡은 손에 힘주며

! 가장 행복한 이 시간

샤스타데이지야 내년에도

기다린다고 약속해 다오

 

2018. 5. 12.

 

 

 

 

              


 
    


'1. 자작시 원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8.05.13
쇠비름  (0) 2018.05.13
겨울지나 봄  (0) 2018.05.11
나비거리의 산책  (0) 2018.05.10
벼락 맞아 죽은 자들에게 묻는다  (0) 2018.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