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아 죽은 자들에게 묻는다
김도성
며칠 전 기상이변으로 우박이 내렸다. 그날 연희동 대통령 사저 정원에 벼락이 떨어져 소나무 가지가 부러졌다. 사람들은 천벌을 받았다고 했다. 왜 하늘에서 소나무에게 벌을 내렸을까? 예로부터 말 많은 인간들은 근거 없는 말을 만들어 판단을 흐리게 했다. 세상에 죄 없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자신의 죄를 돌아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에 관심이 있다.
어쩌다 벼락을 맞아 사람이 죽었다면 평소에 남에게 못된 짓을 하여 벌을 받았다고 할 것이다. 작년에 우리 나에서 벼락을 맞아 죽은 사람이 11명이다. 인구 5,000만 중에 11명은 500만 명 중에 1명 사망한 꼴이다. 결국 천벌을 받아 죽은 사람이 11명이라는 것이다. 죽은 사람 중에 평소에 착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선행을 많이 한 사람도 있었다.
벼락은 사람에게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산에 가면 *궐리사 공자님 영정을 모신 사당이 있다. 사당 입구에 500년이 넘는 잘 생긴 은행나무가 있다. 사당 관리인의 말에 의하면 양평 용문사에 있는 은행나무보다 잘 생겼다는 것이다. 하늘을 향해 서 있는 은행나무 밑 그루에서부터 둥근 원처럼 가지가 뻗었다. 죽은 가지가 하나도 없어 잘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벼락을 맞아 가지가 부러져 모양이 찌그러졌다는 것이다. 궐리사 입구에 있는 은행나무는 한 번도 벼락을 맞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안내인의 말에 의하면 500년 동안 9번의 벼락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런데도 은행나무에는 떨어지지 않고 궐리사 안 정원에 있는 향나무가 대신 벼락을 맞았다는 것이다. 설명을 들으며 향나무를 보니 가지가 부러지고 껍질이 여러 번 벗겨진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살아 있는 작은 나뭇가지에 잎이 조금 돋아 있었다. 향나무 꼭대기 정수리 부분에 벼락이 떨어져 죽은 가지가 마치 용머리 같다고 설명했다. 자세히 보니 마치 용의 머리처럼 보였다. 저 믿을 수 없는 전설은 언제 부터 전해 왔을까?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전해질까 생각해 보았다.
향나무가 얼마나 많은 죄를 졌단 말인가? 과학시간에 배운 바로는 벼락은 발생한 곳에서 가장 가까운 뾰족한 곳에 떨어진다고 배웠다. 향나무보다 은행나무의 높이가 최소한 5배는 될 것 같았다. 이렇게 근거 없는 사건을 전설처럼 믿도록 많든 것은 착하게 살라는 권선징악에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스님이 기거하는 승방에 꿀벌이 집을 짓고 살았다. 살생을 하지 않는 스님이 꿀벌을 잘 살펴 주었다. 꿀벌은 밀원을 찾아 꿀을 따다 저장했다. 그런데 어느 날 말벌이 들어왔다. 말벌이 닥치는 대로 꿀벌의 목을 잘라 꿀을 빼먹었다. 보다 못한 스님이 배드민턴 채로 말벌을 기절시켜 문밖에 버렸다. 그런데도 말벌이 다시 살아나 꿀벌을 죽였다. 그런데도 스님은 말벌을 살생을 하지 않고 기절시켜 버렸다. 스님이 말벌과 꿀벌에게 평화협정을 맺도록 주선했으나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는 스님이 승방을 비우고 출타했다 돌아와 보니 말벌 떼가 습격하여 꿀벌을 모두 죽여 버렸다. 살생을 금기시하는 스님의 사랑이 허사가 되었다.
죄를 짓는 사람은 하늘에서 벼락을 때려 죽게 한다고 믿어 왔다. 만일 하나님이 죄를 짓는 사람들을 골라 벼락을 때려죽였다면 악인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악한 사람이 없으면 전쟁도 없을 것이다. 죄지을 일이 없으므로 생명을 뺏는 살인자나 남의 물건을 훔치고 뺏는 도둑이나 강도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고모부를 대포로 쏘아 죽게 하고 이복형을 독살한 자가 벼락을 맞지 않고 살아있다. 그렇다고 벼락 맞아 죽을 500만 분의 1의 확률을 기다려야 하는가? 또한 그러한 자와 잘해 보자고 손을 잡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말벌이 제안하는 평화협상에 꿀벌이 응하는 꼴이다. 사상과 이념이 다른 집단과의 평화 협정은 절대로 오래가지 못하고 또 속임수에 당하고 말 것이다. 여러 번 조심하고 경계해 심사숙고를 해야 한다. 그런 살인자를 보고 멋있다느니 통이 크다느니 호평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월호의 침몰로 수백 명의 학생이 죽은 것을 모두 죄를 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잘못한 인재이다.
하나님은 절대로 선한 자나 악한 자를 죽이지 않는다. 마치 살생을 하지 않는 스님이 꿀벌의 적 말벌을 살생하지 않는 것은 자연의 약육강식 이치에 따른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잘못하여 예기치 않은 사고로 다치거나 죽는 것이다. 악한 자에게 벼락을 내려 천벌을 준다는 것은 근거 없는 말이다.
이는 사람과 하나님 사이를 이간하는 사단의 간교한 계략일 뿐이다.
*오산 궐리사(烏山 闕里祠)는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사당이다. 1994년 4월 20일 경기도의 기념물 제147호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