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다시 쓰는 戀書

무봉 김도성 2018. 2. 11. 14:45

 

 

 


다시 쓰는 戀書

 

김도성

 

우린 밤에만 만나야 했다

유령이 춤추는 곳을 찾아다녔다

언제나 주변은 어둠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윤곽으로 스케치했다

감미로운 음성은 가슴을 적셨다

들개처럼 자정을 넘어 돌아다녔다

 

별들이 지켜보고 조각달이 내려 보았다

소나기를 피해 상엿집에 숨어들었다

목을 맨 노총각의 장례식이 생각났다

 

상여 지붕 흰 천이 시신으로 보였다

귀신도 뒤섞인 우리 사이에 끼지 못했다

사랑은 공포를 점령했다

 

늦가을 서리에 한기를 느꼈다

자정을 넘어 축시까지 기다렸다

묘지 앞 상석은 따뜻했다

 

별을 헤아리다 섞인 몸을 풀었다

 

2018. 2. 12



 

 

 

 

 


음악 : Invitations - Don Harriss
 

   



'1. 자작시 원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는 살인자  (0) 2018.02.14
신성불가침  (0) 2018.02.14
꽃, 보기에 추한 꽃  (0) 2018.02.08
이복순 시인에게  (0) 2018.02.06
그 교회에서  (0) 2018.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