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운 등잔 밑
무봉 김도성
어느 해 늦가을 아침 아버지는 논두렁에 세워둔 볏단의 길이를 발자국으로 하나둘 걸음수를 세고 있었다
지주 아버진 아니었으나 머슴 둘을 두고 농사를 짓던 농사꾼 거친 손등 끝 손톱 밑에 낀 까만 때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
어머니는 면소재지에서 제일 큰 음식점을 해 저녁마다 돈궤 풀어놓고 등잔불 밑에서 돈을 셈했다
아버지 고향 친구가 찾아오면 이른 아침 친구를 데리고 뒷산에 올라 한쪽 눈 가리게 보이는 논이 내 땅일세
허풍이 센 우리 아버지 한해에 쌀 200백 가마 수확 학비 걱정 없이 공부했고 중학교를 자전거로 통학을 했다
그런데 자고 나면 논두렁 볏단의 길이가 줄어든다며 요놈의 도둑을 기어코 잡고 말겠다며 단단히 별렀다
도둑을 잡고 보니 이웃에 사는 우리 집 머슴 볏단에 왕겨 뿌려 떨어진 왕겨 따라가
2017.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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