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김치

무봉 김도성 2016. 11. 21. 12:41


♪ 여름 배추김치 맛있게 담그는 방법



       김치


              무봉 김용복


지금은 겨울나기 김장철

모두들 김장하느라 난리다

아내가 병원에 있는 것이

올해로 3년

작년에는 해남 절임배추 20킬로

내가 직접 난생처음 김장을 했다


태어나 내가 김장한다는 것

정말 난 몰랐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알았을까

몇 잎 남지 않은 나뭇잎

바라보는 마음이 슬프다


처남이 보내준 고춧가루를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

고맙다며 배추김치 보냈다

그릇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조림 멸치 채워 보냈다

테니스 동호인이 또 김치 두 포기 주었다

또 그릇에 멸치 채워 보냈다


한 동안 잘 먹겠다


그런데 막내딸이 김치 20킬로

사서 보냈다

고춧가루 눈물이 붉게 흘렀다

얼마냐 물었다

그냥 맛있게 먹으란다


토요일 아내가 외박 왔다

저녁에 겸상을 했다

상해 큰딸이 잠시 들려

등심을 사놓고 갔다

아내가 덜 익은 막내딸 김치에

등심을 싸서 맛있게 먹었다


아내가 딸들 생각에

콧등을 훔친다

나도 고개를 제처 허공을

바라보다가 11월 달력을 보았다


하늘은 금방 첫눈이 올 것처럼 흐렸다

테니스 코트에서

2017년 달력을 들고 왔다

문학회 연말 송년회 순서 때문에

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통화 가능해요.”

“네!”

“어디세요.”

“우체국이요.”

“왜? 거기에 있어요.”

“지금 선생님에게 김치 붙이려고요.”


너무 고마워

말을 잇지 못했다.


    2016.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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