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秋雨)
무봉 김용복
무엇을 잘 못 먹었을까
명치끝이 답답하다
이른 아침 가을비가 내려
가슴마저 답답하다
잡념을 잊어버리려
텔레비전을 봤지만
대통령 하야 탄핵 뉴스에
머리가 지근 거렸다
입원 중인 아내
주말에 외박하던 아내가
내가 힘들어할 것 같아
외출 후 귀원을 했다
“내가 힘들어할 것 같아”
툭 하고 던진 한마디가
돌이 되어 파문을 만든다
마지막 가을을 장식하는
아파트 정원수의 단풍이 곱다
노란 은행나무 잎이
비에 젖어 추락한다
지는 잎을 바라보며
아내에 대한 걱정과
미안한 마음이
노랗게 물들어 간다
이른 아침에 내리는
가을비마저 더더욱
나의 마음을
슬픔으로 적신다.
2016.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