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삶의 목적지

무봉 김도성 2016. 10. 27. 16:51






   삶의 목적지


                  김용복


안방에 딸가닥 장롱이 있다

신혼 초 셋방이 좁아

장롱은 가져오지 못하고

철가방에 옷만 챙겨 시집왔다


몇 년 후 큰집 장만할 때

돈 좀 주고 느티나무

딸가닥 장롱을 샀다


40년은 족히 넘었다

화목으로 없어졌을

느티나무가 장인의 손에 의해

장롱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안방 주인이 잠시 떠나 있어

매일 만져주고 닦아 주던

사랑도 받지 못한다


가끔 풍뎅이 한 마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아내의 손때 묻은 곳에 머뭇거린다


앞으로 고가구점이나

민속박물관에 옮겨지면 다행이나

분리수거장에 버려지면

화장되어 재가 되겠지


삶의 최종 목적지는

서서히 각자에게 다르게

다가오는 죽음이다


     2016.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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