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목적지
김용복
안방에 딸가닥 장롱이 있다
신혼 초 셋방이 좁아
장롱은 가져오지 못하고
철가방에 옷만 챙겨 시집왔다
몇 년 후 큰집 장만할 때
돈 좀 주고 느티나무
딸가닥 장롱을 샀다
40년은 족히 넘었다
화목으로 없어졌을
느티나무가 장인의 손에 의해
장롱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안방 주인이 잠시 떠나 있어
매일 만져주고 닦아 주던
사랑도 받지 못한다
가끔 풍뎅이 한 마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아내의 손때 묻은 곳에 머뭇거린다
앞으로 고가구점이나
민속박물관에 옮겨지면 다행이나
분리수거장에 버려지면
화장되어 재가 되겠지
삶의 최종 목적지는
서서히 각자에게 다르게
다가오는 죽음이다
2016.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