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어머니의 사랑

무봉 김도성 2016. 10. 23. 22:04




        ---       오늘 아파트 정원에 지는 낙엽을 밟으며  ---




어머니의 사랑

(부제/빨래)


                        무봉  김용복


열어 논 창틈으로 들리는 빗소리에

베란다 서성이며 창밖을 바라보니

가로등 불빛 아래에 물방울이 튀긴다


무심코 들여다본 세탁기 속 안에는

손자의 속옷 팬티 막내딸 브래지어

빨래가 서로 뒤엉켜 재미있게 보였다


손자의 팬티 속에 막내딸 브래지어

딸년의 양팔 옷이 아버지 가슴으로

눈으로 민망스러운 볼거리를 즐기며


흐뭇한 구경거리 보느라 꾸벅꾸벅

깜박 잠 꿈속에서 고향을 바라보네

안방의 화장대 앞에 어머니의 얼굴이


엄마가 아버지와 다툰 날 방망이로

아버지 속옷들은 죽도록 두들겼지

하지만 장에 가시면 귀한 선물 바랬어


엄마가 아버지의 선물이 궁금하여

머리에 동백기름 반들반들 바르고

언덕을 바라보시며 목덜미가 빠졌지


어둠이 먹물처럼 번지는 늦은 밤에

지게가 땅을 찍는 쿵하는 소리 듣고

엄니는 저녁밥상을 챙겨 들고 방으로


웃으며 나오시는 어머니 밥상 위에

은비녀 반짝반짝 크림이 번쩍번쩍

밥 상든 엄니 엉덩이 씰룩씰룩 흔든다


초저녁 밤바람에 보리밭 출렁이고

밤나무 가지에서 부엉이 슬피 울 때

안방의 석유 등잔불 후후 불어 꺼지고


이불이 들썩들썩 문풍지 우는 소리

낮에는 어머니가 속옷을 방망이로

밤에는 방망이질로 아버지가 혼낸다


얼마 후 아버지가

“이봐요 *워떳태유”


엄니는 퉁명하게 한 참 후

“언제 헌겨”


오늘도 우리 아빠는 불발탄을 쏘았다


안마당 우물에서 뒷물을 끝내시고

아버지 속옷들을 손으로 조물조물

다음날 아버지 상에 굴비 구워 올렸다


한평생 살다 보면 서로가 싸워가며

빨래를 방망이로 두들겨 화를 풀고

오해를 풀어가면서 백년해로 쌓는다.


          2016. 10. 23.

* 어떻습니까?(충청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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