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무에 새 생명을
무봉 김 용 복
나와 30여년 같은 테니스 코트에서 동호인으로 지낸 분이 계시다.
한국전력에 근무하다 2년 전 정연한 교회 장로님으로 수원 신풍동에 정든 집을 팔아 산 높고 물 맑은 양평의 전원주택을 구입해 이사를 한다고 했다.
예로부터 회자정리(會
사람 사는 일이 물과 바람 같아 흐르고 떠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을 어찌 하리요.
건평이 70평이 넘고 딸린 텃밭이 1500평이니 규모가 꽤 커 관리하는데도 많은 노동력이 필요할 것 같다.
나이 들어 전원생활에 적응 하는 것이 쉽지 않을 터인데 두 내외가 뜻이 맞아 결정했다니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평소 봉사정신이 투철한 장로님은 테니스 코트에 오실 때 마다 주변에 쓰레기를 줍고 코트장안에도 비를 들고 깨끗하게 청소하는 본을 보여줘 주변 사람들로부터 존경 받는 분이다.
장로님이 내게 부탁이 있다며 A4 용지에 메모한 원고를 보여 주었다.
새로 이사하는 집 대문에 “소망의 언덕”이라는 현판과 두 내외 이름으로 된 문패를 새겨 달고 싶다고 했다.
오래전부터 서각초대작가로 작품전도 했고 틈틈이 작품 만드는 것을 보아 왔기에 나는 정성을 다해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현재 아내 간병에 여념이 없는 나이지만 잡념을 잊기 위해 작품제작에 몰두하기로 했다.
좋은 작품을 창작하려면 무엇보다 글씨가 좋아야하며 새기는 사람도 보람을 갖게 된다.
수천 년 비문의 글씨가 명필로 남아 있는 것은 유명 서예가의 글씨도 중요하지만 그 글씨의 특징을 살려 새기는 명 석공을 만나지 못하면 글씨가 죽는다.
나 역시 맘에 들지 않는 글씨로 서각을 해 달라하면 쉽게 부탁을 들어 주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 내가 존경하는 문학박사이며 라이브 서예가, 수필가, 칼럼니스트인 도정 권상호 선생님에게 어렵게 휘호를 부탁했다.
지금 까지 주로 도정 선생의 글을 받아 작품을 만들고 있다.
23년 전 내가 서각에 미처 석촌 김상철 선생님에게 공부를 할 때 안산학교를 퇴근해 서울 화곡동 곰달래 길 학원에서 공부하고 수원 집에 오면 밤 11시가 넘었다.
어쩌다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길에 오르면 차창 밖으로 보이는 마을 어귀 고사목 느티나무나 소나무를 보면 저 나무를 이렇게 저렇게 제재를 하면 어떤 작품이 나오겠다는 설계를 했다.
마치 도자기를 만드는 도자기공이 흙에 미처 사는 것처럼 나는 나무에 미처 살았다.
화목으로 아궁이에 재가 되거나 썩어 흙으로 없어질 나무에 새 생명을 불어 넣으려 혼신의 힘을 쏟는다.
이미 죽어 없어질 한 조각의 나무가 예술가의 손을 거처 새로운 삶의 절정을 맞는 것이다.
나 역시 앞으로 나보다 오래 남을 작품 창작에 보람을 갖는다.
“소망의 언덕”이라는 현판 제작과정을 궁금해 하는 독자들에게 아래 사진으로 설명해 본다.
도정 권상호 선생의 휘호
수령 백년이 넘는 느티나무를 길이 150센티 폭 45센티로 잘라 사포대패로 다듬고 있다.
예술가란 죽은 나무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 새롭게 변신하도록 나무 자신에게 제2 제3의 생명을 이어 가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마을 어귀에 그대로 죽어 화목으로 아니면 썩어서 흙이 되어 버릴 한 토막의 나무가 한 작가의 손을 통하여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사람들도 지금 보다 이상적이고 가치 있는 또 다른 삶을 소망하고 지금이 절정이라는 꿈을 키워가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 생각한다.
어떤 나무는 화목으로 또 어떤 나무는 행복하게 사람이 살도록 건축자재로 또 어떤 나무는 신혼부부의 아름다운 식탁으로 변신해 가는 것이 가치와 의미를 더 할 것이다.
나무의 크기에 맞도록 글자를 오려 풀로 붙인다.
글자의 검은 부분을 칼로 경계를 돌리고 끌로 파내어 음 평각을 한다.
물에 담가 종이를 제거하고 풀기를 깨끗하게 닦아 낸다.
2,3일 그늘에 건조시킨다.
완성된 작품
건조시킨 나무에 유광 라카 에나멜로 7-8회 도장한다.
칠이 마르도록 하루 건조 시킨 후 글자에 검정 포스터 낙관에는 붉은 포스터를 칠한다.
여기에서 글자 밖에 묻은 물감은 수성으로 물걸레로 닦아 내면 깨끗하게 글씨만 남는다.
물감이 마르도록 하루 건조 후 다시 3,4회 유광 라카를 도장한다.
다시 1.2일 건조 후 무광 라카 도장으로 마무리 한 후 문고리를 달면 작품이 완성된다.
작품하나 완성하기까지는 20-30일이 걸린다.
작성자/ 무봉 김용복/시인 소설가 서각초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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