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옥수수

무봉 김도성 2016. 7. 17. 10:34




  옥수수


          무봉


새벽 5시 30분

수건 하나 여자 팬티 셔츠 챙겨

빗길을 달려갔다.


병실 문밖으로 반쯤 내민

옥수수가 웃는다

그는 내가 왜 왔는지 알고 있다

둘만의 욕탕 샤워꼭지 아래에서

벗기고 또 벗겼다


어제 강원도 처남이 보내온

옥수수 겉껍질과 속껍질을

머리채를 잡고 알몸이

나오도록 벗겼다


수줍음 많던 새댁시절

보이지 않으려 등 돌려 구부린 알몸

이젠 아이가 되어 가는지

볼품없이 드러낸다


연신 고마워요

감사해요

쓸 수 있는 외손으로

내 등을 도닥인다


새 팬티 입히고

헌 팬티 들고 집으로 왔다


팬티는 세탁기 속으로

어제 벗겨놓은

옥수수 껍질은

분리 수거봉투 속으로


   2016.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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