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오늘의 좋은시

[스크랩] [정끝별]바람을 기다리는 일

무봉 김도성 2016. 6. 10. 06:12

//

 
    바람을 기다리는 일 찔레와 포플러와 길과 물과 함께 걷던 늘어진 버드나무 밑에 함께 기대앉던 자운영과 골풀을 쓰러뜨리며 함께 눕던 우포 물 언저리 빗방울로 맺히던 물 위에 초록 기둥을 세우고 좀개구리밥꽃처럼 작은 방을 들이고 소금쟁이 지나는 길목에 덜컥 꽃을 피우고 개구리마저 튀어 오르는 물 밑으로 열매를 맺고 큰물이 거두어 갈 때까지 빗방울이 화석이 될 때까지 늪이 뭍이 될 때까지 발목을 쥐고 있는 물에 뜬 사랑 눈이 머는 일 마음이 먼저 먹히는 일 먹먹한 물이 되는 일 갯버들 가지에 치마를 걸어놓고 오지 않는 바람을 기다리는 일 고여 있으되 오래 썩지 않는 일 詩/정끝별

          http://cafe.daum.net/sogoodpoem
         

        //

        출처 : 오늘의 좋은시
        글쓴이 : 이문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