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란을 마주하며
무봉
아내가 내게 시집오면서 부터 아껴 키우던 군자란
집을 여러 번 이사 할 때마다 함께 데려온 군자란
주말에 집에 외박해 오는 아내가 군자란 화분의 흙을 한 손으로 돋우며
여보! 군자란이 거름이 부족한 것 같으니 영양제 좀 사다가 꼽아 주세요.
나는 아내의 부탁을 명심해 잊지 않고 영양제 주사를 꼽아 주었다.
주인을 잃은 군자란 앞에 나는 앉아서 보고 있다.
그동안 아내가 나는 군자란 꽃이 제일 좋다고 내게 말하던 아내의 말
귀 딱지 않도록 해마다 들으며 대꾸도 하지 않은 무정했던 남편인 나
오늘 군자란이 여보 날 좀 보세요.
이정도면 나도 예쁘지 않나요.
꽃 속에서 아내의 얼굴이 웃는다.
2016.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