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어느 시인의 유서

무봉 김도성 2020. 2. 26. 11:20

 

 

 

 


    어느 시인의 유서/김도성(용복)

              

    내가 밤길을 걸으면서도
    외롭지 않은 것은
    평생을 보아도 변치 않는
    북두칠성과 동행했던 길

    내가 천수만을 걸으면서도
    고독하지 않은 것은
    파도소리
    밤바다의 밀물 같은 추억

    내가 묘지의 상석에 누워서도
    잊혀 지지 않는 것은
    난생처음 약속한 첫사랑이
    유성처럼 사라진 아쉬움

    물방앗간 짚불 앞에서도
    의심하지 않은 것은
    소나기로 젖은 옷 말리던
    그때 그 얼굴이 그려져

    유령의 상여 집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은
    서로 믿고 의지하는
    철옹 같은 사랑과 믿음

    내 반백년 전 사랑의 터
    연암 산이 굽어보고
    간월도 일몰이 지켜보는
    천수만의 갯벌에 묻어주오

    내 죽어 바라는 소원은
    두 무릎 오그리고 누워
    창천의 별들에게 이야기하는
    두 무릎 섬이 되는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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