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무릎섬

무봉 김도성 2020. 2. 13. 12:54


             무릎 섬     김도성
바다처럼 넓고 별처럼 많은 사랑 이야기 
반짝이는 모래알이 파도에 씻길 때마다 
나지막이 속삭이는 밀어들
수줍은 해당화 꽃도 낯을 붉혔다   
여름에 썰물로 홀딱 벗은 알 갯벌에 
눕고 싶은 꿈속에     
실오라기까지 모두 벗어던지고
하늘을 향해 누운 발가벗은 알몸
두 무릎 오그려 왼 무릎 위에 
오른 다리 올려놓고 팔베개해 누우면 
지친 갈매기도 앉아 쉬고
어리굴젓 캐는 아낙의 콧노래 들으며
낮에는 하늘의 해와 
바람 따라 떠가는 구름을 보고
밤에는 은하수를 가로지르는 유성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고
간월 암 앞에 밀물이 들면 
가물가물 두 무릎이 섬이 되어 
천상에 오르지 못한 시인의 와상(臥像) 
전설로 남은 무릎 섬



'1. 자작시 원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꽃  (0) 2020.02.17
단 한번의 사랑/김용택  (0) 2020.02.16
가구리 617번지  (0) 2020.02.10
자존심 무너진 날의 기억  (0) 2020.02.08
난처할 때가 있다  (0) 202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