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자의 약속
김도성
엄동설한 긴긴밤 사랑방의 총각들
풀뿌리 나무껍질로 연명하던 보릿고개
겨울밤은 깊어가고 배가 고픈 뱃속에서 개구리 부글부글
다섯 총각 모여 앉아 모의한다 칠득이 병달이 용팔이 점백이
머거리가 얼굴을 맞대고 소곤소곤 닭 잡아 잡아먹기로
손에 손등을 포개어 배반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다섯 놈 중에 남아서 물 끓일 놈을 뽑기로 정한다
사전에 눈짓 손짓으로 뺀질이 용팔이가 뽑아 남도록 작전을 짠다
용팔이만 남겨 두고 네놈이 닭서리를 간다 전문가 병달이는 닭을 훔치고
점백이는 모가지 비틀고 칠득이는 자루에 담고 머거리는 망을 본다
닭 세 마리를 다섯 놈이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그중에 용팔이가 오늘 일은 절대 비빌이라 약속하자 큰소리친다
그때에 병달, 이 쑤시며 용팔아 너의 닭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