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섬 김도성
바다처럼 넓고 별처럼 많은 사랑 이야기
반짝이는 모래알이 파도에 씻길 때마다
나지막이 속삭이는 밀어들
수줍은 해당화 꽃도 낯을 붉혔다
여름에 썰물로 홀딱 벗은 알 갯벌에
검게 그을린 유년으로 돌아가
실오라기 모두 벗어던져 버리고
하늘을 향해 누운 발가벗은 알몸으로
두 무릎 오그려 왼 무릎 위에
오른 다리 올려놓고 팔베개해 누우면
지친 갈매기도 앉아 쉬고
어리굴젓 캐는 아낙의 콧노래 들으며
낮에는 하늘의 해와 지는 노을
바람 따라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밤에는 은하수를 가로지르는 유성이
질주하는 곳을 바라보고
간월 암 앞에 밀물이 들면
가물가물 두 무릎이 섬이 되어
천상에 오르지 못한 시인의 와상(臥像)
전설로 남은 무릎 섬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