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사랑
김도성
갑자기 내린 소나기 소리 졸졸 도랑 물소리에
선잠을 깨어 수묵화처럼 번지는 풍경을 본다
꼭꼭 여며 가슴에 겹겹이 묶어 두었던 연민이
야맹증 환자처럼 환청 따라 상실감에 휘청인다
스치는 바람마저 눅눅한 습기를 먹어 팔뚝의
솜털마저 물미역처럼 끈끈하게 누러 붙는다
잡혀온 물고기가 지느러미로 물장구를 치듯
썰물에 닻 내린 목선 뱃머리를 치는 파도소리
우린 거기 바람 먹은 갈대꽃 부서지는 해변으로
장미 잎 떼어먹으며 깊어지는 어둠으로 걷는다
하늘 속으로 잠시 내려 보는 먹구름에 달 가듯
빨래 줄의 붉은 비단 사이로 얼굴 숨바꼭질한다
소나기로 머리끝부터 발끝으로 젖어드는 백사장
마치 샤워꼭지 아래 미동도 없이 엉켜 버린 사랑
2018.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