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안개속 우수의 아침

무봉 김도성 2018. 2. 20. 13:23

 

 

 

 

안개속 우수의 아침

 

김도성

 

한 겨울 함박눈 속으로 뿌려진 수만은

소문들이 문단의 거목을 쓰러뜨리고

벼락 맞은 듯 밑동을 벌겋게 달궈버렸다

 

겨울 속 먼지를 털어내는 안개가

백내장 안구 밖 세상처럼 뿌옇게 가려진

한 폭의 수묵화를 그리는 아침이다

 

설마! 아니겠지 반신반의로 우러러보는

문객들의 성 추문이 안개처럼 퍼지는 날

얼었던 대동강 물을 타고 실체가 드러난다

 

오직 한 사람 분신 같은 달분 씨에게 아침상 챙겨주고

달려온 테니스코트에는 안개로 잘려나간 상체만이

유령처럼 움직이고 경쾌한 공 소리가 아름답다

 

40여 년 전 식목한 메타세콰이어 밑동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는 우수, 밑동이 잘린

문객들이어 석고대죄로 새롭게 하소서

 

2018. 2. 20.

 

 

음악 : Invitations - Don Harr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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