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단편소설 원고
風(바람)
무봉 김도성
고희를 훨씬 넘겨버린 왕년의 모 잡지사 작가 박도출의 머리는 서리가 내린 듯 백발이 하얗다. 봄비 내리는 새벽 베란다 창가에 서서 오래 전 추억을 봄비와 함께 적신다.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 아스팔트길이 전조등 불빛으로 번쩍이고 물 고인 웅덩이에서 금방 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빗방울이 터진다. 외로움은 무인도에 갇혀 언제 올지 모르는 배를 기다리듯이 도출은 목덜미만 길어졌다. 얼마나 기다렸던 봄비인가 앙상한 벚꽃 가지 끝이 올챙이배처럼 빗물을 물었다.
파란 하늘에 떠도는 구름 사이로 이름 모를 철새들이 날아가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바라보는 버릇이 불치의 병으로 남아 도출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잠시 고개를 떨어트리고 아주 멀고 먼 과거 속 회색빛 수묵화 풍경 속에 길 잃은 도출을 세워 두고 식어버린 잿더미 속에 온기를 더듬어 본다. 지워지지 않는 사춘기 같았던 사랑에 또다시 도출은 그때의 덫에 걸려 그물에 걸려든 나방이처럼 도출 스스로를 퍼덕이게 만들었다. 이제는 타버릴 것도 없는 식어 버린 잿더미, 가끔 마른바람에 먼지만이 뽀얗게 흩어지는데.
아무도 오가지 않는 오지마을의 산길을 걸어보고 싶다. 오라는 이 없어 바쁠 일 없고
가야 할 곳 없어 쫓길 일 없는 도출만의 하루 발길에 돌멩이도 차 버리고 손에 걸리는 마른 풀씨도 훑어 뿌리며 가끔은 휘파람 불며 산새 부르고 노란 산수유 꽃, 향내 속에 따스한 봄 햇살 속으로 홀로 걷고 싶다. 허리와 엉덩이에 힘을 빼고 휘적휘적 두 팔 뒤로 내려 흔들며.
박 도출은 대공원역에서 인덕원역을 가기 위하여 전철에 올랐다. 평일 탓인지 마침 앉을 자리가 있었다. 약간의 취기가 시야를 흐리게 했다. 도출은 카키색 바지에 상의는 체크무늬 베지 색 티셔츠에 흰색 모자를 눌러 썼다. 인덕원역 까지 세 정거장이다. 잠시 눈을 부치려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여 앉았다. 그런데 도출은 누군가 자기를 주시 하는 예감이 들었다. 고개를 숙인 채 견 눈질로 앞을 바라보았다. 바로 맞은 편 우측 2시 방향에 두 여자가 앉아 있었다. 나이는 45,6세로 보이는 두 여자였다. 좀 뚱뚱한 여자와 키 크고 날씬한 여자였다. 도출은 바로 분홍 진달래 원피스 여자와 눈이 마주 쳤다. 도출은 자신의 착각이라 생각하고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도출은 다시 그 여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길을 피하지도 않으며 도출을 바라보았다. 도출은 흥분으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알 수 없는 여자였다. 아니 야 내가 주착이지 하면서 도출은 시선을 돌려 고개를 숙였다. 그것도 잠시 다시 그녀를 보았다. 이번에는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면서 도출을 똑바로 보지 않는가? 도출은 고민이 생겼다. 인덕원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어찌하나 망설였다. 인덕원역에서 수원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그녀는 일행 친구와 무슨 말을 하면서도 도출에게서 시선을 놓지 않았다. 인덕원역에서 두 정거장을 가면 범계역이다. 거기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고 도출은 생각했다.
알 수 없는 묘령의 여자 때문에 도출은 젊은 날을 생각하며 세월의 허물을 벗고 있었다. 착각의 늪으로 빠져 들었다. 누구일까? 혼자 기억의 과거를 더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얼떨결에 도출은 미소를 지어 보았다. 그녀 역시 도출을 보고 웃고 있었다. 평촌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도출은 다음 역에서 내려야 했다. 도출은 “혹시 저를 아세 요” 하고 말을 붙이려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내가 망신이지 하고 포기 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도출을 바라보고 있지 않는가? 그녀는 남자인 도출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그대로 범계역에서 내리기 에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전철이 평촌역에서 정차했다. 전철 출입문이 열고 닫힐 때 무릎에 걸친 원피스 치마 끝자락이 바람에 펄럭일 때마다 여인의 속살이 보였다. 대충 보아 키가 160센티 넘어 보이고 체중이 50킬로쯤 되어 보였다. 갸름한 얼굴에 오뚝한 코, 빨려 들어 갈 것 같은 큰 눈, 조그마한 입에 생머리를 수박색 스카프로 가볍게 묶었다. 쌘달 신은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뻗은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옷 속으로 그려보는 몸매는 비너스 상을 연상했다. 드디어 범계역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도출은 내릴 생각을 안했다. 마침 그녀의 친구가 내리면서
“너 안내려” 하니
“먼저 가” 했다.
그녀와 도출은 시선을 서로 놓을 줄 모르고 바라보았다. 전차는 출발 했다. 도출은 용기를 내어 그녀 옆의 빈자리에 옮겨 앉았다. 그녀는 내심 속으로 기다린 듯이 자리를 넓혀 도출을 맞이했다. 둘이는 서로 말이 없이 앞만 바라보았다. 도출은 말을 걸어야 할지 말지 가슴은 뛰고 말 그대로 좌불안석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 까? 흔들리는 차의 요동으로 어깨가 가볍게 스치고 그녀의 다리가 도출의 다리를 자극했다. 도출은 입안의 침이 마르기 시작했다. 혀끝으로 입술을 적셨다. 도출은 우측에 앉은 그녀 쪽으로 45도 고개를 돌려내려 보았다. 그녀 역시 도출과 같은 반응을 하며 몸을 고쳐 앉았다. 가끔 부딪치는 다리의 체온이 도출의 몸을 달구었다. 도출은 말을 걸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머릿속이 흔들렸다. 마치 수십 년 세월의 허물을 벗어 버린 느낌이다. 다시 금정역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수원으로 가려면 여기서 내려야 했다. 그러나 그녀도 도출도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실 도출은 그녀가 어디까지 가는지 알 수가 없다. 도출 혼자 상상하고 흥분하고 있었다. 도출은 날씨가 더워 손수건으로 땀을 닦다가 일부러 수건을 그녀 발 앞에 떨어뜨렸다. 순간 그녀가 수건을 줍는 찰라 도출도 수건을 주우려 그녀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말없이 한 동안 서로 바라보았다. 도출은 그녀의 손을 놓을 줄 모르고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서로 웃고 말았다.
그리고 도출은
“아이고 미안 합니다.” 하고 사과 했다.
그녀는 그냥 웃기만 했다. 도출은 이때다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혹 저를 아세요?”
“그럼요, 작가님은 저를 잘 모르실 거예요.”
“아! 그래요.” 도출은 호기심이 극에 달했다.
그런데 작가님이란 말에 귀가 번쩍했다.
“당신 같은 미인이 저를 잘 안다하니 저는 영광입니다.”
그녀는 깔깔대며 웃었다. 주위를 느낀 탓인지 이내 손으로 입을 가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얼굴이 상기 되었다. 밖은 불볕으로 34,5도는 되었다. 그러나 전철 안은 시원한 냉방으로 쾌적했다. 그러는 사이 그들은 금정역을 지나 쳤다. 서로가 목적지를 말하지도 않고 내릴 생각도 안했다. 종착역에 가까워지면서 객차 안이 자리가 많이 비었다. 그들이 앉은 좌석 쪽이 텅 비었다. 앞줄에도 피곤해 졸고 있는 몇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차안은 전차의 네일 구르는 소리만 들릴 뿐 조용했다. 서로 얼굴을 대하고 소곤소곤 말해도 대화하기에 지장이 없었다. 두 사람은 의자에 기대고 자리를 넓게 잡아 한 쪽 무릎을 꺾어 마주보고 앉았다.
그녀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말 꾸러미를 어렵게 풀기 시작했다.
“제가 작가님을 처음 만난 곳이 강원도 평창 **원 한국 전통음식 체험 관이예요.”
그녀는 잠시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 숨을 고르며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잠시 진정하는 듯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 다시 도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도출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작가님 10년 전보다 더 젊어 보여요.”
“농담도 지나치셔라.” 하고 도출은 웃으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때는 좀 마르셨는데 지금은 몸매가 청년처럼 건강해 보여요.”
박도출은
“허허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답례하면서 그녀의 무릎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쳤다.
그녀 역시
“반가워요.” 하면서 웃었다.
“작가님! 지금은 뭐 하세요.”
“나 지금 백수예요.”
그녀는 무엇이 그리 궁금했던지,
“집이 수원 아니 세요.”
“네 맞아요. 오늘 대공원 모임 갔다 오늘 길이예요.”
그녀는 취조하는 사람처럼 물었다.
“그런데 왜 안 내렸어요.”
도출은 거침없이 바로 답했다.
“그대의 미모와 미소에 빨려 내리지 못했어요.”
그녀는 웃었다.
도출은 그제야 여인 생각이 났다. 절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강원도 **원 한국 전통음식 체험관에서 오래전 소설 구상 관계로 3박 4일 머물렀다. 도출은 **잡지사 부장으로 근무하다 IMF 구조조정으로 명퇴를 했다. 도출은 올해로 이순이 얼마 남지 않은 57세였다. 여인은 여고 동창 몇 분과 한국 전통음식 조리와 다도예절 연수생이었다. 방학기간이라 중학생 아들과 함께 온 것이 생각났다.
도출은 그녀를 행해
“아들 이름이 뭐더라.”물었다.
“진수! 오진수예요.”
도출은 취조관처럼 그녀에게 물었다.
“진수 어머니는 댁이 어디세요.”
“안양 평촌이에요.” 그녀는 짧게 대답했다.
“아! 그런데 왜 안 내렸지요.”하고 두 사람은 깔깔 대고 웃고 말았다.
도출은 그녀에게 실제 짐작하는 나이 보다 적게 물었다.
“지금 40초반 이지요.” 그녀는 즐거워하는 눈웃음으로 대답했다.
“어머! 작가님 저 4학년 7반 이예요.” 도출은 손을 곱아 계산하며 물었다.
“진수가 24이니까 23살에 시집갔구먼.” 그녀는 대답했다.
“신랑과 여고 때 눈이 마졌지요.”
도출은 아하 하면서
“미인은 여고 때 바람 맞기 마련이지” 하고 혼잣말로 중얼 거렸다.
“작가님 부끄러워요.”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어느새 종착역 오이 도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박은 낮술의 취기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그대로 헤어지기에는 서로 아쉬워했다. 우리 오랜 만에 우연히 만났으니 이야기도 하고 저녁이나 먹자고 제의 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둘이는 전철에서 내려 택시를 잡아 타고 방파제 근처에서 내렸다. 오이 도 바다를 향해 걷기로 했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가 넘었다. 간기 섞인 바다 바람이 더위를 실어갔다. 도출은 그녀의 양해도 없이 손을 잡고 끌었다. 그녀는 도출이 의도적으로 주도하기를 바랐다. 두 남녀는 바다 방파제를 따라 걸었다. 그래도 더위 때문에 맛 잡은 손 사이로 땀이 흘렀다. 그들은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도출은 다시 전철에서 나를 보고 웃었던 이유를 물었다.
“처음에는 많이 본 사람인데 생각이 잘 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제 밤 꿈에 작가님을 보았지 뭐에요.”
“**잡지사 작가님이라는 것을 범계역을 지나서야 기억했어요.”
그녀가 말을 할 때 마다 양 볼의 보조개가 파였다 사라졌다.
“작가님이 대공원역에서 타실 때 많이 낯이 익는데 누굴까? 하고 곰곰이 생각했어요.”
“간 밤 꿈에 본 그 얼굴이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나 혼자 작가님을 보면서 웃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 꿈이 참 이상했어요.”
“얼굴은 작가님을 닮았는데 몸이 이상했어요.”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으려 했다.
도출은 궁금했다.
“그래서요.” 도출은 다그쳐 물었다.
그녀는 웃음기 있는 말씨로 조심스럽게 이야기 했다.
“얼굴은 작님인데 몸은 검정 수퇘지 이예요.”
“꿈은 이상한데 기분이 참 좋았어요.”
“그래서 작가님을 꼭 만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친구에게 약속이 있어 먼저 내리라 했던 거예요.”
“아마 작가님이 인덕원역에서 내렸으면 제가 따라 내렸을지도 몰라요.”
“나중에 평창에서 만난 작가님인 것을 알고 옛 감정을 확인 하고 싶었어요.”
도출은 점점 흥미의 미궁으로 빠져 들었다. 도출은 혼자 옛 감정이란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단지 내가 모 잡지사 작가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도출은 어느새 그녀의 허리에 손을 감고 걸었다. 그녀 역시 도출에게 밀착해 걷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5시가 넘었다. 만조가 된 바닷물이 바람에 일렁거렸다. 산책하기에 좋은 그들만의 바닷가 데이트였다. 갯바람이 시원하게 더위를 식혔다. 한 시간 정도 걸었을 까? 그녀가 좀 힘들어 했다. 두 사람은 방파제 가로수 그늘에 바다를 향해 앉았다. 멀리서 만선의 고기배가 조그마한 어항으로 들어 왔다. 갈매기가 고깃배 따라 떼를 지어 날았다. 그녀는 머리를 묶은 스카프를 풀었다. 바다 바람에 그녀의 생머리가 시원하게 날렸다. 귀 밑으로 쭉 뻗은 그녀의 목이 유난히도 길게 보였다. 옆에서 본 그녀의 반듯한 이마와 단조로운 눈썹, 가끔 눈을 깜박일 때 그녀의 속눈썹이 나비의 더듬이처럼 신비롭게 움직였다. 석류 알처럼 붉은 입술과 비너스 조각상의 턱 밑으로 시원하게 목이 드러났다. 목 밑 원피스 사이로 보일 듯 말듯 한 불룩한 두 개의 유방이 도출을 유혹했다. 신비의 베일에 싸인 그녀가 더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출은 그녀에게 물었다.
“아까 말한 옛 감정이란 말이 궁금하네요.”
그녀는 대답 없이 주위를 살피며
“우리 술 한 잔 할 까요.” 물었다.
시계를 보니 6시 30분이 지났다.
도출은
“그럽시다.”
“생선회 좋아 하세요.”
“소주 안주에는 생선회가 제일 이지요.” 그녀는 시원스럽게 답했다.
도출은 일어서며 그녀의 손을 끌었다. 금방 소나기를 내릴 듯 하늘이 두꺼운 구름으로 덮었다. 그러나 수평선 넘어 서쪽으로 하늘이 조금 열려 파란하늘이 보였다. 석양에 구름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조금씩 사방으로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둘이는 횟집을 찾아 걸었다. 추억의 횟집 간판이 한눈에 들어 왔다. 그들은 2층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마주 앉았다. 7시 창가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아름다웠다. 석양의 불빛으로 그녀의 얼굴이 붉게 상기 되었다. 창가를 제외한 부분이 가리개로 가려 졌다. 단 둘만의 오붓한 분위기다. 자연산 농어 1킬로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박은 말을 걸었다.
“호칭을 무어라 해야 할지.아들 이름 부르기는 그렇고요.”
“아! 그렇지요.”
“제 이름이 지나, 성은 민이고요.”
도출은
“민지나 씨” 하고 크게 불렀다.
그녀는 깜짝 놀라
“네.” 하고 크게 대답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불러주는 이름 이예요.”
“기분이 이상하네요.”
그녀는 엉클진 머리를 손빗으로 정리했다.
“그러면 앞으로 지나 씨로 부릅니다. 지나 씨!”
그녀는 밝게 웃으며
“네!” 하고 대답했다.
“어제 밤 꿈에 나를 보았다고 했는데 얼굴은 난데 몸이 수놈 돼지라 했지요.”
“그 꿈이 예사로운 꿈이 아닙니다.”
“오늘 저녁은 내가 살터이니 지나 씨가 로또 복권 두 장을 사서 하나는 나를 주세요.”하고 도출이 제안 했다.
“우리 식사하고 범계역에서 헤어 져야하니 복권은 거기서 사기로 합시다.”
도출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자신의 운명의 길로 끌어 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좋은 생각이라고 파이팅하며 둘이는 손을 마주쳤다. 주문한 딸림 찬과 싱싱한 농어회가 들어 왔다. 그녀는 소주병을 들고 무릎을 꿇어 소주를 따랐다.
“작가님 건강 하세요.”
도출은 단숨에 잔을 비우고
“지나 잔 받아.” 하고 소주를 부었다.
둘 만의 행복한 미래를 위하여 건배를 제창했다. 첫 잔의 소주 맛이 달았다. 그녀도 단숨에 마셨다. 그리고 서로 잔을 바꾸어 술을 부었다. 밖을 내다보니 열린 창문으로 철석철석 파도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어둠이 사방으로 깔리기 시작했다. 술이 몇 잔 돌았다. 그녀는 연신 회를 정성 드려 상추에 싸서 도출의 입에 넣어 주었다. 그녀나 도출은 나이를 잊고 세월의 허물을 벗고 있었다. 소주 한 병을 추가로 주문했다. 그녀는 취기가 도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작가님 아까 제가 옛 감정이라는 말을 했지요.”
“10년 전 평창 **원 연수 과정에 상차리기와 다도(茶道)연수가 있었지요.”
도출은 말장단을 맞추듯이
“맞아요. 내가 당신의 남편 배역이었지요.”
도출은 자신도 모르게 당신이란 말이 튀어 나왔다. 도출은 죄송한 몸짓과 손으로 입을 가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때 지나 씨 한복차림이 너무나 아름다웠지요.”
그리고 도출은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작가님은 저에게 첫사랑 여인을 닮았다고 놀렸지요.”
지나는 연수원에서 잠시 차를 마시며 도출과의 대화중에 자상하고 따뜻한 남자라는 느낌을 받아 호감을 가졌던 생각이 떠올랐다. 지나는 오늘 전철에서 만난 인연과 꿈이 우연히 아니라는 예감이 들었다.
“우리가 한 주일 연수를 마치고 마지막 날 밤 파티를 했지요.”
“우리가 파티 중간에 작가님을 초대 한 것 기억 하시죠.”
“네! 생각납니다.”하고 도출은 웃는 얼굴로 답했다.
그녀는 취중에도 또렷하게 말을 이어갔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마음편한 나들이였지요.”
“남편은 일관계로 장기간 해외 출장이고요.”
“그래서 방학 중이라 아이와 함께 왔어요.”
“물론 다른 친구 아이들도 같이 왔어요.”
그녀의 눈동자 초점이 흔들렸다. 그녀는 먹다 남은 소주잔을 비웠다. 그리고 잔을 디 밀며 술을 따르라 했다.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또박또박 말을 이어 갔다.
“작가님의 친구인 **다도 원 최 사장이 쏘겠다며.”
“이차로 시내에 있는 카바레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맥주가 들어와 몇 잔 마시고 디스코 음악이 신나게 흘렀지요.”
“모두들 마음껏 몸을 흔들고 춤을 추었어요.”
“디스코가 끝나자 조용한 브루스 음악이 흘렀을 때 작가님이 저의 손을 끌어 춤추기 시작했습니다.”
“전주가 흐르고 노래가 나올 때 우리는 다정한 연인처럼 춤을 추었습니다.”
“작가님께서 가끔 저를 끌었다 퉁겼다 하는 리더에 저는 혼이 나갔지요.”
“제가 사랑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나비처럼 황홀감에 젖었을 때.”
“작가님께서 저를 밀착시키며 저의 귀에 대고 뜨거운 입김으로 속삭였습니다.”
“당신 같은 미인은 처음입니다.”
“우리 먼 훗날 아름다운 사랑을 연출하고 싶습니다. 하고 나를 강한 팔로 부서져라 포옹을 했습니다.”
도출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작가님 그 때 그 감정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댁이 수원이라는 것과 작가라는 것 밖에 몰라 연락 할 수 없었습니다.”
도출은 오늘 그녀를 만난 것이 우연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인연이다. 10년이 지난 오늘 간밤 꿈에 나타난 작가님을 전철에서 만났으니. 그들의 새로운 운명이. 그녀는 물기 젖은 눈으로 도출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까 하늘을 뒤덮은 구름은 벗어지고 보름달이 떠올랐다. 시중드는 주모에게 물으니 오늘이 음력으로 열엿새라 했다. 도출은 반병의 술을 남기고 그녀를 끌어 총총히 횟집을 나왔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가 가까웠다. 택시를 타고 오이 도 전철역으로 왔다. 늦은 시각 시발역으로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녀는 도출에게 기대어 잠이 들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보기 드문 미인이다. 남편은 **항공사 파일럿으로 자주 해외 외박이라 했다. 지나는 도출의 핸드폰을 가져가 그녀의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40여분 후에 범계역에 도착했다. 그녀는 정신이 좀 드나보다.
“작가님 우리 복권 사요.”
그래서 복권 두 장을 사서 나누어 가졌다.
“작가님 오늘 행복 했어요.”
“당첨이 되던 안 되던 다음에 제가 멋지게 쏘겠습니다.”
둘이는 복권을 흔들며 재회의 약속도 없이 헤어졌다.
박 도출은 IMF 구조조정으로 50대에 잡지사 직장을 그만 두고 집에서 지낸지가 10년이 넘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연속 되었다. 지루한 내일이 두려웠다. 눌려진 용수철처럼 어딘지 퉁겨 버릴 것만 같았다. 오래전에 아들 딸 시집 장가보내 분가시키고 아내와 대화 없는 날이 많아졌다.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끊고 보니 친구들과도 멀어졌다. 주 2,3일 골프 연습 후 동호인들과 점심 식사하고 집에 오는 것이 일과다. 요즘 말하는 삼식이로 아내의 눈치를 보며 사는 신세였다. 젊어서 현직에 있을 때 혼자만이라도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갖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예년보다 4-5일 일찍 찾아 온 봄 날씨로 남쪽 진해에는 벚꽃 축제인 군항제가 한창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도출은 어딘가 발길 닫는 대로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배낭에 몇 가지 옷을 챙겨 아내에게 며칠 바람 좀 쏘이고 오겠다고 집을 나섰다. 아내는 시무룩한 얼굴로 배웅하며 자주 전화 하라했다. 시외 버스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에 올랐다. 시원한 동해 바다에서 탁 트인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고 싶었다. 강릉으로 가는 막차가 오후 3시에 출발했다. 주중이라 승객이 10여명 밖에 없어 버스 뒤쪽에 넓게 앉았다. 간밤에 공연한 잡념으로 잠을 설쳤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산야를 바라보는 마음에는 혼자라는 생각에 허전하고 쓸쓸했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보았지만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오후 6시경에 강릉에 도착하고 보니 서편 하늘에 붉게 노을이 지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가까운 경포대 바닷가로 달렸다. 인적이 드믄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에 주저앉아 파도가 토하는 포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오랜 만에 푸른 파도 넘실거리는 갯바람을 맞으며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살아 온 날을 돌아보니 가슴은 울렁이는 파도처럼 설레는 마음을 갈매기 날개 위에 놓았다. 파도 밀려오는 백사장 해변에서 발에 물이 젖지 않도록 폴짝이는 갈매기가 눈에 띠었다. 어인 일일까 궁금하여 쪼그리고 앉아 유심히 바라보니 무딘 부리 끝과 윤기 없는 깃털이 도출처럼 나이든 갈매기다. 갈매기의 수명이 17년이라는데 도출의 나이로 셈해 비교해보니 14세로 보여 그놈이나 이순이 넘은 도출이나 외롭기는 마찬가지라 생각 되었다. 그래서 내일의 희망도 꿈꾸지 못하고 당장의 문제에만 매달리며 근근이 살고 있다. 젊은 갈매기들은 기류를 타고 활공하며 먹잇감을 수직으로 자맥질하며 즐거워하는데 늙은 갈매기 파도가 두려운지 오래 동안 물속만 바라보며 폴짝 거리기만 하니 굶어 허기지겠다. 도출은 세파가 두려워 세상에 새롭게 도전을 피하는 자신을 보는듯하여 바다가 두려운 갈매기를 보며 머지않아 삶의 매듭이 풀어지겠다는 허무한 생각에 빠졌다. 이미 어둠이 찾아 들고 저녁 갯바람이 차가웠다. 깔고 앉은 백사장에서 차가운 습기가 올라 왔다.
부담 없이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가 그리웠다. 어둠속으로 파고드는 고독한 그리움 20대 말없이 떠나버린 첫사랑도 그리웠다. 소문에는 머리 깎고 여승이 되었다는데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멀리 춘희네 횟집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간판의 이름에서 첫사랑 여인의 이름 춘선이가 생각났다. 시골 같은 마을에서 3년 동안 사랑하게 된 첫사랑을 40여년 지난 지금도 잊지를 못한다.
20대 총각 시절 성탄전야가 생각났다. 수십 년 전 이야기이니 이제는 골동품 추억이다.
일 년 연상의 초등학교 세여인들 속에서 자정이 넘도록 이야기로 밤을 새웠다. 전기도 없는 산골 마을에서 등잔불 흔들리던 성탄전야에 함박눈이 내렸다. 밤을 새워 내리는 함박눈은 초가지붕이 묻힐 정도로 내렸다. 늦은 밤 무릎 밑에 빠지는 눈 속으로 화장실에 다녀와야 했다. 찬송가에 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송을 열심히 불렀다. 토담집 골방 시루 속 콩나물이 음악 소리 따라 고개를 들고 자랐다. 화롯불에 묻어둔 고구마 익는 냄새가 온 방안을 채웠다. 천정에 매달린 곰팡이 실은 메주에서 시큼한 냄새가 코를 마비시켰다. 바람에 흔들리는 등잔불에 그림자도 춤을 추었다. 까맣게 타버린 고구마 베어 문 입 언저리에 숯검정이 묻었다. 군밤껍질 터지는 소리와 구수한 냄새가 방안에 진동 했다. 따끈따끈한 아랫목에 검정색 무명 이불 하나 펴놓고 발을 모아 묻었다. 세여인 중에 서로 눈이 맞은 여인이 군밤을 까서 도출의 입에 넣어 주었다. 둘이서로 좋아 한다고 발가락 신호를 보냈다. 이불속에서 둘만이 아는 발가락 신호로 두 번 쿡쿡 찌르면 답장으로 세 번 쿡쿡 찌르며 눈웃음을 보였다. 그러 할 때 마다 도출의 가슴은 콩닥콩닥 찧어 댔고 벌겋게 얼굴을 달궜다. 나머지 두 여인은 도출과 춘선이가 좋아하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여인으로부터 난생 처음 받아 보는 애정의 눈빛이 가슴을 뜨겁게 했다. 도출은 그녀에 대한 사랑이 싹트고 그것이 첫사랑의 시작이었다. 모두들 잠이 들었지만 둘이는 이불속 발가락으로 밤을 새워 사랑 했다.아직 두 여인은 깊은 잠에 빠졌다. 이른 새벽 도출과 여인은 몰래 빠져 나왔다. 눈이 그친 새벽 도출과 함께 여명의 불빛 속에 연암 산 눈길을 구르며 넘었다. 자주색 투피스에 붉은 코트를 입은 어깨에는 검은 머리가 바람에 날렸다. 코발트색 하늘에는 햇빛이 찬란하고 내려 보는 천수만과 설원이 아름다웠다. 아무도 가지 않은 무릎 덮이는 산길 눈 속을 때론 같이 넘어져 굴렀다. 두 남녀는 손을 꼭 잡고 눈에 묻힌 보이지 않는 삼 십리 산길을 넘었다. 처음으로 여인의 손을 잡고 눈 덮인 산야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수덕사를 거처 정오에 덕산 온천 여인숙에 여장을 푸니 잠이 쏟아 졌다.
도출은 파도가 춤추는 파도를 바라보며 생생한 첫사랑을 떠 올렸다.
지금도 도출의 가슴을 떠나지 않는 춘선이, 어쩌면 그녀의 가슴에는 이미 사라졌을지 모르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다.
여러 횟집 중에 춘희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 왔다.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횟집에서 오랜 만에 소주를 마시고 싶었다.
40중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일행이 없느냐고 반반한 얼굴에 끈적끈적한 음성으로 도출에게 물었다.
“네”하고 도출은 짧게 답했다.
시간을 보니 7시가 넘었다. 아마 도출이 첫 손님인가 보다. 식당 안방으로 안내 했다. 아주머니가 벽에 붙은 메뉴를 가리키며 무엇을 잡수실 것인지 물었다. 도출은 우선 소주 한 병과 안주로 생선회를 주문했다. 소주와 딸림 찬을 내려놓는 여인에게서 특유의 체취가 느껴졌다. 서울 말씨에 경상도 사투리가 매력 적이다. 도출은 연거푸 소주 석 잔을 자작 했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아주머니가 자주 도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문한 생선회 접시를 내려놓았다. 벌써 도출 혼자 소주 반병을 마셨다.
한기를 느끼던 몸에 취기가 돌았다. 다른 손님도 없는 주막에 아주머니가 궁금한 눈으로 도출을 바라보았다.
“아주머니 한 잔 하실래요.”하며 도출은 술잔을 내밀었다.
“손님! 저는 영업 중이라 못합니다.”
“제가 술을 따라 드리지요,”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어 술을 따랐다.
용모가 아름답고 단정했다.
9시가 넘었는데도 손님이 없었다.
도출은 지금부터 술맛이 당겼다.
시계를 바라보던 여인이 이제는 손님이 없을 것 같다며 간판 불을 껐다. 때는 이때라 싶어 여인 앞에 잔을 놓고 술을 부었다. 도출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거절 못하고 단숨에 잔을 비웠다. 그리고 여인이 도출에게 잔을 주며 술을 부었다. 가슴이 파인 옷 사이로 두 개의 백도 복숭아 가슴에 시선이 자주 갔다. 도출에게는 아직 여인을 품을 힘이 남아 있었다.
"손님! 아이" 교성으로 얼굴을 붉히며 잠시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도출은 가슴으로부터 아래로 약간의 힘이 조여 왔다.
"아주머니! 제가 여러 횟집 중에 왜 이집을 찾았는지 아시오."
여인은 조용히 웃으면서 말이 없다.
"저 춘희라는 간판 때문이요."
"아! 그래요." 횟집 여인은 밝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춘희가 어때서요."
도출은 술잔을 비웠다. 여인이 회 한 점을 집어 도출의 입에 넣어 주었다. 도출은 잔을 여인에게 주며 술을 따랐다.
여인은 무엇이 궁금한지 술잔을 들고 또 물었다.
"춘희라는 애인이 있었나요."
"아니, 아니오." 도출은 고개를 저었다.
여인의 얼굴에 잠시 어두운 수심의 그림자가 지났다. 도출은 여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몇 잔 마신 술에 얼굴이 붉어 졌는지 수줍어 붉혔는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도출을 바라보았다. 도출은 여인에게 물었다.
"춘희가 누구에요."
"제 본명인데요."
"강 춘희랍니다."
여인은 자신도 모르게 본명을 말했다. 어쩌면 도출에게 이미 마음을 주고 있는지 모른다.
처음 보는 남자에게 신분을 드러내는 여인을 도출은 이미 독심술로 점령했다.
"아! 그래요 이제부터 춘희라 불러도 되겠소."
"네, 선생님!"
여인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는 억울함 때 문지는 모르지만 도출에게 되물었다.
"그런데 선생님 존함도 알려 주세요."
"제 이름 값이 비싼데."
여인은 술병을 들고 남은 술을 보니 잔에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며 아예 두병을 더 들고 왔다.
"지금부터 술값은 제가 계산합니다."여인이 말했다.
소주 두병에 새로 한 병을 깠으니 세병 째다. 갯바람에 여인을 마주해 좋은 안주로 술을 마시니 기분 좋게 취했다.
"이제 선생님 함자를 알려 주셔야지요."
" 저 박 도출이요."
"도출? 박 도출!" 하며 깔깔 웃었다.
아버지가 왜 도출이라 이름을 지어 주셨는지 모르지만 친구들도 많이 놀렸다. 하지만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도출도 오랜만에 큰 소리로 따라 웃었다. 여인은 너무 크게 웃어 미안해하는 눈치였다.
"박 선생님이라 불러도 될까요." 도출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춘희는 처음 보는 도출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다. 평범하게 생긴 외모이지만 지적인 이미지와 낮고 굵은 음성에서 새로운 감성을 느꼈다.
"강 춘희 씨"
"네" 여인은 놀란 듯이 대답하며 손으로 가슴을 쓸었다.
여인은 여고 때 담임선생님이 불러주고 시집 온 후로 이름 세자를 불러주는 것이 남자로는 처음이었다.
여자는 시집을 가면 이름 석 자 그대로 장사지냈다.
"봄 春 자에 계집 姬 자 지요."
"어머! 네, 맞아요."
"성은 진주 강이에요." 도출은 진주 여자임을 짐작했다.
"그럼 고향이 진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서울 말씨에 경상도 사투리 쓰고 있음을 알았다.
"봄 춘 자를 가진 여자 팔자가 사나운데."도출은 여인이 입을 열도록 유도했다. 술잔을 도출에게 내밀며 술을 따르라 했다. 단숨에 술을 마셨다.
그리고 작심이나 한 듯 말을 이었다.
"40 초반에 혼자되었어요." 다음 도출은 더 이상 말을 못하게 여인의 입을 막았다. 듣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되었다.
그동안 여자 문제로 가슴앓이를 평생하고 살았는데 또 부질없는 사랑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 도출은 화제를 돌려 분위기를 바꾸었다.
"나의 첫사랑 이름이 누군지 아세요."
춘희는 첫사랑이라는 말에 새로운 감정에 빠져 드는 것 같았다.
"첫사랑이요. 누군데요."
여인은 두 손을 모아 비비며 한모금의 술로 목을 적셨다.
"춘선 이, 봄 春 자 착할 善."
"여러 술집 중에 춘희 간판이 제일 먼저 눈에 들었지." 도출은 말을 놓았다. 아마 첫사랑의 이름 봄 춘 자가 생각났기 때문 일지 모른다.
춘희는 도출의 첫사랑 이야기가 궁금해 옆에 붙어 앉으며 상 밑으로 두 다리를 나란히 뻗게 했다. 춘희는 도출의 왼손을 덥석 잡으며 여인의 둔부에 올려놓았다. 젊은 여인의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말초 신경을 자극했다. 오히려 도출이 흥분을 억제 하느라 몸을 조금 움직였지만 여인이 몸을 밀착했다. 도출의 턱 아래에서 올려 보는 여인의 눈길이 이글거렸다.
"첫사랑 이야기 듣고 싶어요."
도출은 첫사랑 이야기로 아픈 가슴에 상처가 재발할 것 같아 이야기를 망설였다.
"그런데 첫사랑 춘선씨 성은 뭐에요."
도출은 성을 말하기도 전에 웃음이 나와 입을 손으로 가렸다.
"춘희가 한 번 맞추어 봐."
"음- 오 춘선" 도출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면 이 춘선" 또 고개를 저었다.
"앙! 빨리 말해줘." 춘희도 어린 계집애처럼 응석을 부렸다.
"춘선씨 성이 경이야."
"엇! 경! 경이 뭐야." 도출은 웃기만 했다.
"경춘선" 그제야 춘희는 깔깔대고 웃었다.
도출은 나이를 잊고 젊은 날로 되돌아간 기분이다. 서울 춘천을 오가는 철도가 경춘선이라 설명했다. 여인에게 도출은 음흉한 눈을 깔고 말을 이었다.
"난 첫사랑 경춘선을 여러 번 올라탔지."
"그래 여행이 재미있었어요."
"그럼 신이 났었지."
"뭘 했는데 신이 났어요." 아직 여인은 눈치를 채지 못했다.
"풋보리 일렁이는 보리밭에 누워 별을 헤아리며 경춘선을 올라탔지."
그제야 알았는지 여인은 도출에게 기대며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오랜만에 여체에 얹어진 손의 감각이 흥분을 일으켜 야성으로 변했다.
아직은 만져지는 곳마다 탱탱하고 탄력 있는 몸으로 모든 것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다. 취기는 이성을 잃을 정도로 거칠게 했다. 여인은 도출에게 애원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도출 오랜만에 안아보는 젊은 여인에게서 힘을 느꼈다. 하지만 부질없는 사랑으로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았다. 소주를 많이 마신 탓인지 화장실을 가야 했다. 화장실은 방문 밖으로 나가 집 모퉁이에 있었다. 밤하늘의 별들이 쏟아질듯이 반짝였다. 화장실을 갔다 와보니 바로 옆방에 침구를 깔아 놓았다. 그리고 대야에 따뜻한 물을 떠 놓고 도출에게 발을 씻으라며 양말을 벗겼다. 생각은 거절해야 하겠다고 하면서 몸은 여인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여인은 도출의 발과 손을 부드러운 손으로 씻겼다. 여인도 부드러운 이브닝드레스로 갈아입고 도출에게 몸을 맡겼다. 경춘선을 타고 즐겼던 때를 생각하며 회포를 풀었다.
거친 파도소리가 간기 섞인 갯바람과 함께 실려 왔다. 지갑을 열어 잡히는 대로 지폐를 화장대에 놓고 바지 끝을 잡는 여인을 뿌리쳐 나왔다. 저녁 10시가 넘었다. 한 참을 바닷바람을 쏘이며 술도 깰 겸 백사장을 걸었다. 그리고 11시가 다되어 횟집 여인이 소개한 민박집에 여장을 풀었다. 간단히 샤워하고 준비해 간 시집을 펼쳤다. 몇 편의 시를 읽다 보니 몇 해 전에 헤어졌던 여인이 생각났다.
도출이 그녀를 알게 된 것은 지금부터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기억을 더듬는다. 친구 골프동호인 닥터 윤이 술 한잔하자고 제의했다. 아마 5월 둘째 주 토요일로 기억된다. 박 도출은 집근처 있는 횟집에서 닥터 윤을 만났다. 오후 6시이다. 그는 진흥청 버섯 박사로 당시 현직에 있었고 도출은 명퇴한 백수였다. 횟집에 들어섰다. 닥터 윤은 먼저 식당에 도착해 종업원 오양과 농을 걸고 있었다. 닥터 윤의 단골집이다. 오양은 작은 키에 성격이 활달하고 밝았다. 긴 머리를 양 갈래로 묶었다. 도출은 총각 때 보았던 시골 처녀가 생각났다. 작은 얼굴에 어울리게 이목구비가 잘 생겼다. 작은 입과 코를 한번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을 받았다. 까맣고 동그란 눈, 좁은 가슴의 유방은 보는 순간 도출의 성감대를 자극했다. 짐작으로 보아 오 양은 닥터 윤과 친한 것 같았다. 도출은 순간 쓸쓸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 박 부장 파트너를 소개하라 했는데 어떻게 되었지.”하고 닥터 윤이 오양에게 물었다.
“조금 있으면 올 거예요.” 도출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윤이 농어를 주문했다. 술은 매취 순을 주문했다. 도대체 어떤 여자일까 도출은 궁금했다. 오양의 친구로 40대라 했다. 도출은 흥분되기 시작했다. 총각 때 맛선 보던 그 때의 감정이 살아났다. 오양이 음식을 들고 들어오며 도출의 파트너를 소개했다. 첫눈에 도출은 그에게서 섬광과 같은 강열한 빛과 가슴에 설렘을 느꼈다. 그녀는 도출의 옆자리에 앉으며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예쁘게 보아주세요.”
“어서 오세요.”하고 도출은 인사를 받았다.
도출이 보기에 키는 160센티 정도이고 청바지에 분홍색 티를 입었다. 40대가 아니라 30대 후반으로 보였다. 몸매가 날씬하고 균형 잡인 S라인이 선명했다. 옆에 앉아 조용하게 말하는 음성이 감미로웠다. 오양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조용한 여자다. 여자의 체취가 도출을 마취 시켰다. 그녀는 도출의 왼쪽에 앉았다. 그녀는 도출을 향해 고개를 돌려 웃으면서 목례를 했다. 도출은 전기에 감전 된 것처럼 정신이 몽롱했다. 도출은 첫눈에 반했다. 둘은 첫잔을 들어 첫 만남을 축배 하였다. 그녀는 유난히도 입이 예뻤다. 작은 입으로 말하거나 웃을 때 드러나는 이가 유난히도 진주처럼 빛을 발했다. 드러나는 이 때문에 그의 얼굴이 더더욱 밝게 보였다. 부드러우면서 차분한 음성이 남자의 성감을 자극했다. 어쩌다 그녀의 손끝의 접촉으로 온몸에 가벼운 전기를 일으켰다. 그 전기가 가슴을 뛰게 하고 도출은 상기된 얼굴로 흥분되었다. 도출은 그녀와 눈을 맞추며 러브 샷으로 술을 마셨다. 엉킨 머리칼에서 그녀 특유의 향이 풍겼다. 도출은 매료되었다. 첫 날, 첫 만남에서 둘이는 너무나 많은 감정을 교감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사귀어 온 친구사이처럼 서로 좋은 느낌으로 행복했다. 오래 사귀고 있는 윤과 오양은 어린 손녀를 귀여워하듯 볼에 뽀뽀를 했다. 그리고 아이들처럼 깔깔대며 좋아했다. 도출은 옆에 앉은 그녀의 손을 상대가 모르게 술상아래에서 살며시 잡았다. 그녀는 눈웃음으로 도출을 바라보며 자리를 고쳐 앉았다. 싫지 않은 눈치다. 그녀의 손은 부드러운 실크처럼 매끄럽고 따뜻했다. 도출은 총각시절 첫사랑에게서 느껴 보았던 그 때 그 감정이 되살아났다. 그녀는 도출에게 맛있는 생선회를 상추에 쌓아 입에 넣어 주었다. 첫눈에 반해버린 도출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고 속으로 좋아했다. 대충 나이로 따져보아 10여년 연하다.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훈기에서 기(氣)를 받아 생기가 돋는다. 말씨나 행동 하나하나를 보니 양가집에서 교양을 고루 갖춘 여인이다. 물론 남편이 있는 유부녀다. 그러나 둘이는 그것을 알 필요도 없고 알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 한쪽에는 궁금함이 앙금처럼 남았다. 윤은 나이가 많아 오양을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도출은 그녀를 보는 순간 온 몸에서 애정의 피돌기로 흥분 되었다. 오양은 순진한 시골 아가씨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현대적 감각을 지닌 서구적인 느낌을 주었다. 보기 드문 미인이다. 오양 말에 의하면 미스 충북 출신이라고 했다. 두 유방을 받쳐주는 가슴과 모래시계를 연상하는 허리와 힙 업 된 엉덩이에서 여자 특유의 향을 풍겼다. 장성한 두 아들의 어미로써 여유 있는 유한마담으로 이성에 대한 감정이 풍부한 여자 같았다. 이제부터 진정 남자를 제대로 알고 느낄 줄 아는 나이이다. 화장을 하지 않은 생 얼굴로 피부가 탱탱하고 뽀얗다. 손톱도 물을 드리지 않은 자연 그대로 다듬었다. 건강미가 넘쳤다. 웃음소리에서 남자를 유혹하고 흥분으로 자극했다. 둘이는 서로 첫 만남을 축하하며 낭만이 깃든 5월의 밤을 보냈다. 도출은 편한 자세를 갖도록 그녀의 다리를 술상 밑에 뻗도록 강제로 권했다. 도출도 나란히 다리를 뻗었다. 움직일 때 마다 두 다리가 접촉 되었다. 또 다른 감정으로 도출은 흥분 되었다. 도출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다시 확인하고 체험 했다. 도출 자신도 모르게 국부에 뜨거운 피가 모여 성기를 자극했다. 그녀 역시 자신의 흥분을 감추려고 노력했다. 남자 본능의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도출에게 생기의 엔도르핀이었다. 도출은 속으로 다짐했다.
“바로 이여자다. 이 여자가 나의 이상형이다.”
도출은 성적인 대상이 아니라 음식을 나누면서 대화를 즐기는 말 친구로 사귀고 싶었다. 남녀가 모여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주된 대화는 음담패설이나 섹스이야기이다. 윤이나 도출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은 부부관계를 자주하느냐, 관계가 되느냐 안 되느냐의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도출은 아내와 10여 년 전부터 각방을 썼다. 아내나 도출이 필요할 때 합방을 해왔다. 도출은 아내와 살을 대면 꼭 부부관계를 요구하는 남다른 정력의 사내였다. 그리고 잠들면 유난히 코를 골았다. 신경이 예민하고 몸이 약한 아내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서 각방을 쓰게 되었다. 지금도 아내는 도출의 성적 요구를 거부한다. 일주에 한 두 번은 모르나, 도출은 그 이상을 요구했다. 그래서 도출은 남자들이 혼자 성적 요구를 해결하는 수음을 자주했다. 그런대로 수음도 성적욕구를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렇다고 창녀촌이나 안마소를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음을 자주 하게 되었다. 여자는 생리가 끝나면 남자를 멀리 하게 된다. 그래서 부부간의 성생활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숨겨 놓은 애인을 새긴단다. 가정생활을 유지하면서 은밀히 애인과 교제하는 사람들이 늘어 간다는 기사가 종종 나온다. 매취 순 몇 병을 마셨다. 벌써 시간이 밤10시가 넘었다.
2차 노래방은 도출이 쏘기로 했다. 오양은 오후4시 출근하여 저녁 10시 퇴근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부다. 그들은 횟집 바로 옆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도 술이 취했는지 의도적으로 도출에게 의지하려 했다. 그럴 때마다 도출은 기분이 좋았다.
캔 맥주와 안주가 들어오고 노래가 시작 되었다. 성격 그대로 오양은 신나는 노래를 그녀는 조용한 트롯 풍의 이미자 노래를 주로 불렀다. 음색이 이미자와 똑같다. 녹음으로 들으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말 그대로 엘레지의 여왕 같았다. 도출은 또 그녀에게 반했다. 브루스 곡이 흘렀다. 윤과 오양이 포옹을 했다. 그때 도출은 그녀에게 춤을 요구했다. 둘은 취기를 핑계 삼아 서로 끌어안아 춤을 추었다. 도출은 오랜만에 젊은 여인을 안아 보았다. 가슴과 가슴이 스치고 그로인한 흥분이 아래로 이동했다. 도출은 자신도 모르게 발기되어 상대에게 실례가 안 되도록 조심했다. 아마 그녀도 같은 감정에서 황홀감을 만끽 했을 것이다. 시간이 벌써 자정이 가까웠다. 도출과 그녀는 잊지 못할 황홀한 5월의 주말을 보냈다. 다음에는 도출이 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녀는 오양과 같은 아파트에 단지에 살고 있었다.
모두들 안녕하면서 재회를 약속하며 헤어졌다. 서로의 첫인상을 마음 깊숙이 각인 하고 재회를 그리며 헤어졌다.
녹색이 찬연한 싱그러운 5월 어느 해 보다 도출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아파트 정자 주변 화단에 영산홍 꽃이 화사하게 만발했다. 떨기나무 식물로 작은 키에 앙증맞은 작은 가지마다 빨강 분홍 연분홍 색깔이 어우러져 시선을 끌었다. 도출의 몸에도 회춘의 봄이 시작되고 즐거운 마음에 혼자 웃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는 아마도 서로 좋은 감정을 가졌던 그녀의 재회를 꿈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출은 윤과 6월 첫 주말에 만날 것을 약속했다. 물론 장소는 먼저 만났던 횟집이다. 도출은 윤에게 부탁하여 오양을 통해 그녀도 나오도록 요청했다. 드디어 약속한 재회의 날이 왔다. 도출은 그녀를 만난다는 호기심에 가슴은 뛰었다. 젊은 총각 시절에 가져본 그 감정이 되살아났다.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그래서 사랑은 아름답다고 했는가. 도출은 당일 아침부터 나이 한 살이라도 젊어 보이게 하기 위하여 이발도 하고 젊은 색의 옷을 골라 입었다. 거울 앞에서 콧노래를 불렀다.
그녀를 만나면 밝게 인사하는 요령을 연습했다. 도출은 혼자 미쳤다. 도철만이 아는 행동으로 그냥 즐거워 흥얼거렸다. 이상한 도출의 행동에 아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당신 뭐가 그리 좋아.” 하며 회심의 미소를 보였다.
“아니야 그냥 그럴 일이 있어요.” 도출은 얼버무려 대꾸했다.
“아 여보! 오늘 저녁 닥터 윤과 약속이 있어 먹고 들어옵니다.”
“네, 그래요.” 아내는 의심을 품은 어조로 대답했다.
도출은 오늘 재회가 자신의 인생관을 바꾸는 날이라 생각했다. 도출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 꽉 잡을 것을 결심했다. 도출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이성간의 불륜적인 교제가 아니라 순수하게 식사하고 차 마시고 음악 들으며 서로가 좋은 감정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었다. 저녁 6시 약속된 식당으로 갔다. 오 양이 반갑게 맞았다. 도출은 오양과 악수를 했다. 언제 보아도 밝고 명랑했다. 도출은 오양에게 물었다.
“나의 파트너 오는 거지?”
“네, 약속이 되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6시 5분 전이다. 정각에 윤이 왔다. 도출은 악수로 반갑게 맞았다. 도출과 윤은 거의 매일 골프연습장에서 만나는 동호인이다. 오늘은 도출이 매취순과 농어회를 주문했다. 그런데 도출의 파트너가 오지 않는다. 도출은 신경이 쓰였다. 눈치 빠른 윤이 오양에게 묻는다.
“우리 박 부장님 파트너 안 오셔.”
“올 거예요.”
“조금 기다리세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도출은 안심이 되었다. 음식과 술이 들어 왔다. 도출은 윤과 건배를 했다. 6시 15분 쯤 드디어 그녀가 나타났다. 반가웠다. 오지 않아 불안했다. 그런데 꿈에 그리던 그녀가 왔다. 지난번처럼 수수한 옷차림이다. 도출은 가슴이 뛰고 얼굴이 붉어 졌다. 오양이 도출을 놀렸다.
“야! 네가 오지 않을까봐 우리 부장님 속이 까맣게 탔어.”
“그녀는 죄송합니다.” 인사하고 도출의 옆자리에 앉았다.
도출은 손을 그녀에게 내 밀었다. 둘이는 서로 반가운 악수를 교환했다. 실크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도출은 손을 놓을 줄을 몰랐다.
“선생님!”하면서 그녀는 주변을 살피며 손을 비틀어 뺐다.
도출은 너털웃음으로 용서를 빌었다. 도출은 그녀에게 그동안 잘 있었냐는 안부를 물었다.
“네 덕분에요.” 그녀는 짧게 답했다.
“부장님은요.”
“저 두요.” 도출도 짧게 답했다.
둘이는 마주보며 서로 웃었다. 윤이 파트너를 위한 건배를 제의했다. 지난 모임 보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상기되었다. 그녀와 도출은 두 다리를 상 밑에 뻗었다. 술 몇 잔을 주고받았다. 그녀도 기분 좋게 마셨다. 도출은 윤과 오 양에게 ‘좋은 파트너를 소개해줘 감사한다.’는 술잔을 주었다. 눈치가 빠른 그녀는 윤에게 술을 따랐다. 도출은 오양에게 따랐다. 둘은 그렇게 술잔을 서로 주고받으며 축하의 박수를 쳤다. 그녀는 생선회를 상추에 싸서 도출의 입에 직접 넣어 주었다. 정말로 사랑스러웠다. 도출의 가슴에는 뜨거운 애정의 강이 흘렀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으로 흥분되었다. 그녀는 어느새 도출의 가슴 한 복판에 자리를 잡았다. 도출이 알고 있는 선배가 말하기를 사랑이 꽃이는데 걸리는 시간이 1초도 안된다고 했다. 도출은 그 말을 동의하고 체험했다. 그러나 도출은 그녀의 깊은 속을 알 수가 없었다. 오늘도 10시가 넘도록 마셨다. 도출은 계산을 하고 오 양과 그녀에게 교통비 몇 푼을 주었다. 그녀는 사양하다가 도출의 강한 권유에 할 수없이 받았다. 도출은 순간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여자임을 확인했다.
역시 2차 노래방은 윤이 안내했다. 도출은 30분만 제의했다. 도출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단지 유부녀에 40대 후반이라는 것 밖에 몰랐다. 음악이 흘렀다. 둘이는 쉽게 끌어안고 춤을 추웠다. 지난 번 보다 더 밀착되었다. 희미한 불빛을 피해 구석으로 도출은 그녀를 유도했다. 윤과 오도 그들 나름대로 사랑을 속삭였다. 도출은 감정을 억제 할 수가 없었다.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발기가 되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생리 현상이다.
남자만이 갖는 자신감이다. 이때 도출은 저돌적으로 그녀의 얼굴 앞으로 혀를 내밀며 그녀의 입술을 범했다. 순간 피하려는 태도를 도출은 강한 팔로 끌어안아 서로의 입술을 더듬었다. 그녀는 순순히 도출의 요구에 따랐다. 둘은 말없이 자리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다시 부드러운 선율의 음악이 흘렀다. 약속 한 것처럼 둘이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은 도출에게 맡기듯 부드러웠다. 좀 전만해도 경계와 긴장으로 막대기처럼 굳어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순간은 마치 수년을 사귀어 온 연인처럼 둘이는 천년의 사랑을 꿈꾸었다. 벌써 11시가 넘었다. 도출은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윤과 오양이 오붓한 시간을 갖도록 자리를 피했다. 도출의 내심은 이를 핑계로 그녀와 산책을 유도했다. 둘은 귀가 방향도 같고 집까지의 거리도 멀지 않았다. 그래서 둘은 걷기로 했다. 둘은 다정히 손을 잡고 걸었다. 가로등 불빛으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자정의 골목길로 빠져 들었다. 멀지 않은 곳에 공원이 있다. 도출은 술도 깨고 이야기도 할 겸 공원 산책을 권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늦은 밤이라 공원의 의자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쌍들이 눈에 띠었다. 그들은 의자에 앉았다. 멀리서 비치는 형광의 가로등 불빛이 그녀를 더욱 아름답게 조명했다. 둘이는 마치 연극무대에 올린 한 쌍의 배우였다. 발 앞에는 맑은 호수가 있다. 백로 한 쌍이 어둠을 지켰다. 6월의 하늘은 수많은 별들을 보석으로 깔았다. 가끔 개구리가 짝을 찾아 울어 댔다. 멀리 아파트 창가의 불이 하나둘 꺼져 갔다. 오직 그들 둘만의 시간이다. 도출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도출을 마주 보았다. 그녀의 눈 속에는 한 바구니의 별이 빛을 발했다. 도출은 20대 때 첫사랑의 여인이 떠올랐다. 큰 눈에 별을 가득 담아 놓고 헤어지자는 말에 별이 섞인 눈물을 쏟아 내던 그녀가 생각이 났다. 도출은 그녀에게 자신을 간단히 소개했다. 대충은 오양을 통해 알고 있었다. 나이 47세, 이름은 서 정희, 대학생 두 아들을 둔 가정주부다. 남편은 전주에서 한과 공장을 운영한다고 했다. 그래서 일요일 다녀가는 주말 부부다. 둘이는 서로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가까웠다. 둘이는 자주 만나기로 약속했다. 이제 작별 할 시간이다. 도출은 무엇인가 둘 사이에 확신이 필요했다. 도출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손이 따뜻해서 좋아요.”도출에게 말했다.
그녀가 얼굴에 도출의 두 손을 갖다 대었다. 도출은 두 손안에 그녀 얼굴을 감쌌다.
도출의 큰 손이 작은 얼굴을 덮었다. 그녀의 눈과 코와 입만 보였다. 도출은 팔을 굽혀 그녀의 얼굴 잡아끌었다. 도출은 그녀 얼굴에 뜨거운 입김을 불었다. 그녀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도출은 그녀의 입술을 더듬었다. 흥분의 극치다. 그녀는 몸을 꼬며 신음을 했다. 도출은 거칠게 그녀의 입안을 혀로 더듬었다. 그녀는 도출의 두 손목을 잡고 도출의 입술을 핥았다. 둘이는 한동안 키스로 사랑을 확인했다. 그녀가 이제 집으로 가자고 제의 했다.
“서 정희 씨 당신을 사랑하오.” 도출은 애정 어린 어투로 사랑을 고백했다.
그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말없이 걸었다. 머리위에 있던 북두칠성이 서북쪽으로 기울었다. 도출은 집 근처까지 그녀를 배웅했다. 집근처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았다. 둘이는 오지도 안는 막차를 기다리는 연인처럼 나란히 앉았다.
“우리 언제 하루에 두 번 밖에 없는 버스를 타고 시골 여행을 가자.”고 도출은 그녀에게 말했다.
“시골 여행을 가서 만약 막차가 오지 않으면 우린 어찌하지.”하였다.
그랬더니 그녀는 화한 미소를 지으며
“이 엉큼한 사내야.” 하며 도철의 허벅지를 가볍게 때렸다.
이때 도출은 마지막으로 포옹을 했다. 둘이는 두 손을 잡고 작별의 악수를 했다. 그들은 작별이 아쉬워 두 손이 손끝으로 이동하는데 시간이 흘렀다. 횡단보도에 파란불이다. 그녀는 총총 걸음으로 길을 건넜다. 서로 먼저가라고 손사래를 저었다. 그녀가 먼저 등을 돌렸다. 도출도 돌아섰다. 두 발, 세 발 옮김과 동시에 서로 돌아보았다. 둘이는 웃으며 다시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빨려 들듯 골목으로 사라졌다.
삶의 흐름 속에 스치는 사랑의 세레나데가 마음을 설레게 했다. 세레나데는 모차르트 작곡으로 밤에 여인의 창가에서 부르는 연가이다. 누군가를 사랑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나이에 관계없이 사랑에 설레는 이 마음 행복감에 젖는다. 만나지도, 생각지도 말아야지 하면서도 짧은 추억의 환상은 지워지지 않았다. 꺼지지 않는 모닥불처럼 가슴이 달아오르는 간밤의 짧은 만남이 안절부절 하게 만들었다. 노을 지는 석양 공원 벤치에 앉아 낙조를 바라 볼 때면 등 뒤에서 조용하고 다정한 음성으로 다가와 “어머 부장님 안녕 하세요“ 하고 화사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약속도 없었는데 우거진 나무 숲 사이에서 얼굴을 내 밀것 같은 환상과 예감이 도출을 흥분 시켰다. 혹시나 전화가 올 것 같은 예감에 휴대폰을 여러 차례 열어 보았다. 이것이 사랑인가? 우린 친구로 사귀자고 정주지 말자고 굳게 약속 했건만 가슴 저 아래로부터 그리움이 사무처 왔다. 식사하고 차 마시고 눈을 마주하고 대화를 했건만 순수한 사랑의 씨가 잉태 했나보다. 스치는 바람, 수많은 하늘의 별, 흐르는 물소리는 우리의 사랑을 노래했다. 그녀의 마음을 알 수없는 도출은 혼자 좋아하고 그리워했다. 이미 도출의 마음 한 가운데 자리한 그녀, 지난날 추억속의 애틋한 사랑의 세레나데가 아름다운 선율로 가슴을 울렸다. 그러할 때면 흥분 된 가슴을 손으로 쓸어 내며 서성인다. 비탈 진 산등성이에 노송이 외롭게 서있다. 도출은 집에서 가까운 뒷산 노송 아래 앉았다. 멀리 보이는 서녘 하늘이 구름 사이로 붉게 물들었다.
그녀가 그리워 참을 수 없는 도출은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그녀도 근처를 산책 중이라 했다. 서로가 마음이 통했을까 잠시 후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포옹으로 끌어안아 가볍게 인사를 했다. 그녀와 도출은 말없이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사랑의 시를 노래했다. 도출은 발끝에 돋아난 클로버 꽃을 따서 반지를 만들어, 그녀의 새끼손가락에 끼워 주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렀다. 도출은 그녀가 좋아하는 딜라일라를 열창했다. 가끔 강 쪽에서 산등성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한 꽃향기를 실어다 주었다. 짝 찾는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메아리 되어 건너 산을 부딪치며 돌아왔다. 강 하구 먼 바다에 낚시 배가 한가롭다. 석양의 붉은 해 앞으로 갈매기 울며 날았다. 둘이는 두 어깨를 대고 앉아 석양을 바라보았다. 약속이나 한 듯 도출은 여자의 왼손을 잡았다. 여인의 가슴이 가볍게 흥분 되며 떨렸다. 도출은 여인의 귀에 대고 사랑을 소곤거렸다.
"여보! 당신을 죽도록 사랑합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도출의 입김이 그녀의 얼굴을 달구었다. 석양의 햇빛 탓인지 그녀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그녀는 사랑이라는 말에 감전 된 듯이 다리를 꼬았다. 도출은 여인의 어깨에 팔을 올려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 역시 거친 숨소리와 눈빛이 열기로 차있다. 해는 서산으로 넘어 가고 주위는 엷은 어두움이 드리워졌다. 바람에 부딪치는 나뭇가지 소리, 명경 수 위로 가끔 뛰어 오르는 물고기 소리, 모두가 사랑스러웠다. 둘이는 약속이나 한 듯이 풀밭에 누웠다. 여인은 온 몸이 열기로 닳아 올랐다. 도출은 두 팔을 벌려 여인을 끌어안았다. 가슴을 밀착했고 그들은 두 다리를 서로 꼬았다. 서로의 입술이 가볍게 스쳤다. 도출은 혀끝으로 그녀의 입술을 더듬었다. 둘이는 풀리지 않는 매듭처럼 엉켰다.
둘이는 서로의 혀로 사랑을 속삭였다. 그리고 도출은 그녀의 가슴을 더듬었다. 두 대학생 아들을 둔 어미 같지 않았다. 두 손안에 꽉 차는 유방은 풍선처럼 터질듯이 팽창했다. 도출은 꿈을 꾸듯이 황홀감에 빠졌다. 둘이는 사랑의 열기로 온 몸이 녹아 내렸다. 그녀는 도출의 사랑을 확인하듯이 물기 젖은 눈으로 도출을 바라보았다. 서로의 눈빛이 불꽃으로 이글거렸다. 세상의 모든 것이 미동도 없이 정지된 밤이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그들은 말없이 하늘을 보았다. 기성 가수 못지않은 그녀의 감미로운 노래 소리가 조용히 흘렀다. 여자의 일생, 아씨, 동백 아가씨 등. 도출은 눈을 감고 감상했다. 그녀는 천부적인 음성으로 도출의 심금을 울렸다. 음색이 기성 가수보다 아름다웠다. 엘레지 여왕 가수 이미자 목소리와 똑 같았다. 그녀의 노래는 듣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과 마음에 평온을 주었다. 도출은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 가끔 만나 소주 한잔 하되 정(情)주지 말자.”고 새끼손을 걸어 약속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금방 소나기 한 바탕 할 듯이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렸다.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악수한 두 손이 서로가 아쉬운 듯 손바닥에서 손끝으로 이동하는 순간이 느렸다. 그들은 서로 등을 먼저 보이지 않으려고 서로 잘 가라는 손사래를 저었다. 도출은 그녀가 가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골목길을 들어서며 몇 번이고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골목길에 빨려가듯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도출은 사라진 그녀의 모습을 등 뒤로 하고 힘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둘이는 재회의 약속도 없이 헤어졌다.
도출은 누군가를 항상 사모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감사했다. 삼복의 더위에도 따가운 햇살이 사랑스럽다. 한 송이 꽃을 보아도 그녀가 꽃잎 속에서 방긋방긋 웃었다. 옹달샘 우물에 머리를 박고 바라보아도 생글생글 웃는 그녀의 얼굴이 물위에 떠있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머릿속을 맴도는 그녀의 환상 때문에 마음은 항상 고무풍선처럼 부풀어 있었다. 둘이는 서로가 서로의 사랑을 경계하고 억제하면서 몇 번을 망설이다 연락하여 만나면 사랑의 술잔을 나누며 눈으로 사랑을 속삭였다. 서로가 사랑을 확인하는 유치한 입에 붙은 사랑의 몸짓은 필요가 없었다. 단 둘이 만나면 둘만의 공간의 공기가 마음에 있는 밀어를 소리 없는 진동으로 가슴을 울렸다. 서로의 마음속에 이글거리는 사랑의 불꽃이 그들의 눈을 통해 전달되었다. 서로 잡은 손끝의 온기에서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사랑의 피가 전도되었다. 둘이는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 창가에 앉아 도심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찻잔을 앞에 놓고 한동안 바라보았다. 항상 약속 없이 만나고 약속 없이 헤어져야하는 사이였다. 그래서 만나면 새롭고 또 재회의 날을 손 곱아 기다렸다. 둘이는 두 팔꿈치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두 손으로 얼굴의 턱을 감싸 고정 시킨 다음 마술사의 염력을 모으듯 서로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가능한 서로의 얼굴 모습을 재회의 날 까지 마음과 머릿속에 각인했다. 그들은 하루를 못 보아도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실체는 보이지 않고 그녀의 허상이 유령처럼 따라 다녔다.
이것이 사랑인가 정(情)이던가? 사랑과 정은 어떻게 다를까? 어느 책에서 사랑과 정에 대한 정의 를 읽은 적이 있어 적어 본다. 사랑보다 정이 더 무서웠다.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지만 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났다. 사랑은 좋은걸 함께 할 때 더 쌓이지만 정은 어려움을 함께 할 때 더 쌓였다. 사랑 때문에 서로를 미워 할 수 있겠지만 정은 미웠던 마음도 되돌릴 수 있었다. 사랑은 꽂히면 뚫고 지나간 상처라 곧 아물지만 정이 꽂히면 빼낼 수 없어 계속 아팠다. 사랑에는 유통 기한이 있지만 정은 한 없이 성숙해 갔다. 사랑은 상큼하고 달콤하지만 정은 구수하고 은은했다. 사랑은 돌아서면 남이지만 정은 돌아서도 다시 우리였다. 사랑이 깊어지면 언제 끝이 보일지 불안하지만 정이 깊어지면 마음대로 뗄 수 없는 것이어서 끝이 없었다. 도출은 사랑보다 정이 더 무섭고 괴로움을 실감했다. 도출은 20대 총각 때 격은 첫사랑의 실연의 가슴앓이가 재발했다. 그리움으로 사무친 가슴은 숯덩이가 되고 그 숯덩이는 애타는 열기로 녹아 내려 가슴에 구멍을 냈다. 그래서 바람만 불어도 도출의 가슴에서는 피리소리가 났다.
칠흑 같은 밤 그칠 줄 모르는 비는 줄기차게 내렸다. 그녀와 도출은 하루에 아침저녁으로 두 번 버스가 다니는 시골로 여행을 갔다. 하늘아래 첫 동네 하늘만 보이는 강원도 산골 마을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막차는 오지 않았다. 장맛비는 계속 내렸다. 둘이는 시골 비포장도로를 걸었다. 언젠가 도출이 늦은 밤 그녀 집 근처 정거장에서 말했던 오지 않는 막차 이야기가 실현된 것이다. 미루나무 가로수 사이로 무명천을 깐 것 같은 희미한 도로가 남북으로 이어졌다. 액자에 걸린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했다. 북에서 남으로 바라보면 가로수와 하늘이 한 점으로 모였다. 원근과 구성이 잘 된 명작의 그림이다. 저물면서 내리는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바람 한 점 없이 내리는 빗줄기는 하늘에서 수직으로 늘어트린 실오라기 같았다. 도출은 정류장에 버려진 헌 우산을 집어 들었다. 그녀와 함께 바쳐 든 우산 지붕에 내리는 낙수는 따다닥 요란했다. 굵은 모래와 자갈길에 흐르는 물소리, 물 논의 개구리 짝 찾아 우는 소리가 원근에서 요란했다. 한 우산속의 둘이는 말없이 걷고 걸었다. 떨어진 낙수가 역으로 퉁겨 바지 끝을 적셨다. 그녀의 가슴은 사랑의 열기로 타 올랐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우산을 바쳐 든 도출의 겨드랑 밑으로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왼손이 도출의 등을 더듬을 때 도출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왼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둘이는 말없이 길을 따라 걸었다. 오가는 이 없는 자정이 넘어가는 7월의 새벽 소나기는 하염없이 내렸다. 가끔 아래에서 위로 올려보는 그녀의 눈빛이 사랑의 열기로 타올랐다. 고동치는 도출의 가슴은 심장 박동이 거칠게 뛰었다. 비에 젖어 찢어진 우산 사이로 빗물이 흘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이 비로 젖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둘이는 신작로를 걸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다. 둘이는 손으로 말하고 눈으로 말하고 가슴으로 느끼며 걸었다. 그녀의 머리가 비에 젖어 얼굴을 가렸다. 두 몸이 밀착 된 채 그들은 사랑의 미로를 헤맸다. 얼마나 걸었을까?
인적 없는 빈농가 추녀 밑에 비를 피해 섰다. 도출은 찢어진 우산을 던져 버렸다. 임자 없는 외딴 빈농가 추녀 밑에 그녀는 벽에 등을 대고 섰다. 도출은 마주서서 그녀의 얼굴을 내려 보았다. 올려보는 그녀의 눈에서 갈망하는 사랑을 보았다. 도출은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 쌓았다. 그녀의 얼굴은 열기로 뜨거웠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체취에 도철은 몽롱해졌다. 그녀는 파르르 떨면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도출의 혀끝이 그녀의 입술을 스쳤다. 그녀는 까치발을 세워 부푼 가슴을 도출에게 밀착시켰다. 도출은 활처럼 흰 그녀의 가는 허리를 부서져라 안았다. 둘이는 서로의 입술과 혀로 사랑을 확인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밤비는 줄기차게 내렸다. 비에 옷은 젖었지만 흥분된 몸은 열기로 뜨거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젖은 옷 때문에 그들은 한기를 느꼈다. 그래서 비를 피해 옷을 말려야 했다. 농가의 대문을 열어 보니 열렸다. 이사를 떠난 지 오래된 집이라 방문은 부서지고 귀신이 나올 것처럼 어지러웠다. 다행이 외양간에 묵은 볏짚이 몇 단 있었다. 둘이는 부엌 아궁이에 짚으로 불을 지폈다. 그리고 그녀의 옷을 말리도록 자리를 피했다. 도출은 총각 시절 첫사랑의 여인과 시골 고향 물레방앗간에서 순정을 바쳤던 추억이 생각났다. 밤비는 그칠 줄 모르고 줄기차게 내렸다. 그녀는 웃옷을 벗어 아궁이 앞에 앉아 말렸다.
그녀의 가냘픈 어깨에 걸친 브래지어 끈이 부엌 문틈으로 보였다. 도출은 40여 년 전 고향의 물레방앗간에서 첫사랑이 비에 젖은 옷을 말리던 추억이 떠올랐다. 지금도 이루지 못할 사랑이 서러워 헤어져야 했던 첫사랑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 도출은 조용히 다가가 그녀를 등 뒤에서 끓어 안았다. 도출은 젖은 상의 티셔츠를 벗었다. 아궁이에서 붉게 타는 볏짚 불꽃이 그들을 따뜻하게 했다. 도출은 그녀의 온몸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그녀는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출은 그녀 왼쪽 어깨에 턱을 걸치고 얼굴을 비비며 뜨거운 입김으로 속삭였다.
“서 정희 씨 당신을 사랑하오.”
그녀는 이글거리는 불빛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녀의 오른 손으로 도출의 입을 가렸다. 그녀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사실은 남편이 작은 부인을 얻어 아이가 생겨 오래전에 이혼을 했단다. 30대 후반에 두 아들을 데리고 안 해본 일이 없이 고생했단다. IMF 전에 부동산에 손을 대 살만큼 돈을 벌었다고 했다. 남자의 체온을 느껴 본지가 남편과 결별 후 처음이라 했다. 따뜻하게 대하는 부장님이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여명을 알리는 산사의 종소리가 멀리서 울려왔다. 둘이는 비 그친 새벽길을 걷고 걸어 소재지 정류장에서 첫차에 올랐다. 지친 그들은 말이 없었다. 수원에 도착했다. 둘이는 재회의 약속도 없이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전화를 했으나 없는 전화입니다. 확인 한 후 다시 걸어 주세요. 안내 목소리만 들렸다. 다시는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민지나 씨가 오랜 만에 전화를 했다. 오랜 만에 듣는 밝은 목소리이다. 참으로 반가 왔다.
“그동안 소식을 자주 전하지 못해 죄송해요.”
잠시 진정하며 숨을 길게 쉬었다.
“제 생활에 견디기 힘든 사건이 있었어요.”
“그리고 선생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요.”
“우리 만나요.”
오이 도에서 지나와 헤어진 오랜만의 통화였다. 도출은 연락도 없이 떠난 서정희 생각으로 마음의 갈필을 잡지 못했다.
“작가님 금주 토요일 5시에 안양에서 만나요.”
“안양 어디에서 만날까?”
“안양 평촌에 있는 경양식 집 **에서 뵙지요.”
경양식 집은 도출이 예전에 아내의 생일잔치로 가보아 위치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좋은 소식은 복권 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쁜 소식은 무엇 일까? 도출은 궁금했다. 서울 대공원 역에서 전철을 타고 오이도역에 내려 오이도 방파제를 그녀와 함께 걸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갯바람에 날리던 그녀의 머리칼, 진달래 원피스가 바람에 날려 가슴 허리 하체의 선이 더욱 선명했던 비너스상과 같은 그녀의 몸매에서 더더욱 사랑을 느꼈다. 수요일 저녁에 전화를 받고 그녀에 대한 공상이 머리를 혼미 하게했다. 한편 도출은 이 일을 아내가 알게 될 경우 그 충격과 예상 할 수 없는 사건이 두려웠다. 수요일 밤을 공상과 고민으로 꼬박 새웠다. 지나 와의 약속을 취소할까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나 한편 이 나이에 아름다운 미녀들을 만난다는 남자만의 자부심이 흥미를 끌게 했다. 한편 머릿속에서 궁금한 것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에 대한 일이 유혹을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그녀의 모습이 더더욱 궁금했다. 목요일 금요일 이틀을 번민하며 결국 만나기로 결심했다. 만나기로 약속한 당일 이발도 하고 머리 염색도 했다. 가능한 젊게 보이려고 청바지에 붉은 상의를 입었다. 그리고 겨울이라 버버리 코트를 걸쳤다. 도출은 그녀를 만나는 순간을 상상하며 가슴이 흥분 되었다. 만나면 술을 한잔해야 하므로 시내버스를 탔다. 예상 시간보다 차가 빨리 도착했다. 토요일 약속된 장소에 10분 일찍 도착했다. 여름옷을 입고 만났던 그녀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약속시간 5분전에 화려한 그녀가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했다. 추운 겨울이라 그녀는 검정 밍크코트에 서양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자를 썼다. 늘씬한 키에 위로 가슴선과 아래로 힙 선이 분명한 S라인의 몸매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 항공 여자 승무원 출신이다. 높은 하이힐에 밍크를 걸친 모습이 남다르게 보였다. 훤칠한 키에 우아한 몸매에서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작가님 일찍 오셨군요.”
도출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도출은 그녀의 외투를 벗겨 옷걸이에 모자와 함께 걸었다. 의자를 빼어 앉도록 배려했다.
“작가님의 국제적 매너에 반했어요.”
지나는 가벼운 미소로 도출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도출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작가님 무척 보고 싶었어요.”
“사랑해요.”
그녀의 입김이 도출의 얼굴을 달구었다. 도출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있었다. 그 때 그녀는 작가님 자리에 앉으라고 손을 펴서 안내했다.
그녀는
“우리가 오이 도에서 작별 한 후 너무 오랜만이죠.”
“그래요 해가 바뀌어 수개월이 되었어요.”
“작가님 오늘은 제가 쏩니다.”
“우선 식사부터 주문하세요.”
도출은 메뉴를 보고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그녀도 같은 것으로 주문했다. 그리고 와인 한 병을 추가했다. 그녀는 와인 잔에 술을 따랐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과 건강을 기원하는 축배를 했다. 그녀의 다이야 목걸이와 반지가 유난히 빛을 발했다. 귀걸이는 실내조명을 받아 풀잎의 이슬처럼 영롱했다. 감색 투피스 정장이 잘 어울렸다.
“작가님 지난 8월부터 12월 까지 4개월간 미국 LA에 있었어요.”
그녀는 그다음 말을 잇는데 시간이 흘렀다. 그의 음성은 무겁게 떨렸다. 참다못한 도출은 컵의 물로 목을 가볍게 축였다. 도출은 두 눈을 그녀에게 고정하고 몸을 앞으로 숙여 그의 말에 귀를 기우렸다. 한숨을 길게 내쉬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지난해 7월 말 비행 중 남편이 심장마비로 운명을 했어요.”
그녀는 울먹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녀는 소리 없이 흐느끼며 어깨를 들썩 이였다. 도출은 어찌 위로해야 할지 할 말을 잃었다. 그녀의 남편은 ** 항공사의 조종사였다. 남편은 그녀 보다 네 살 위로 51세였다.
“장례식 직후 미국 언니 집에서 있다가 지난 연말에 귀국 했어요.”
도출은 슬픈 소식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하고 직감 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다시 떠 올리고 싶지 않은 어찌 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도출은 인생의 무상을 다시 실감했다.
“지나 힘을 내!” 하고 도출은 와인 잔을 들었다.
“지나 한 목음 쭉 마셔요.”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도출을 바라보았다. 도출은 손수건으로 그녀의 눈물을 훔쳤다.
“작가님 고맙습니다.” 지나가 울먹이며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도출의 손을 어설프게 잡았다. 도출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두 손을 힘껏 잡고 용기를 가지라 했다. 그들은 두 눈을 수평선으로 맞추며 빙그레 웃었다. 도출은 손이 따뜻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작가님 손이 왜 이리 따뜻해요.”
그리고 지나는 손을 놓지 않았다. 도출은 싫지가 않았다. 한편 도출은 마음속으로 앞으로 전개될 미래가 궁금했다. 아무리 보아도 40대의 여자로 보이지 않았다. 감색 투피스 정장으로 둘러진 몸매와 목 밑으로 파여진 V자 아래에 시선이 끌렸다. 도출은 나이를 잊고 있었다. 가끔 주변의 소음으로 도출의 이야기가 안 들리는지 그녀는 몸을 앞으로 숙여 도출을 바라보았다. 그럴 때 마다 도출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그의 눈으로부터 그녀의 가슴 선으로 흘렀다. 남자의 본능적인 행동이 분위기 맞게 작용했다. 지나간 세월의 허물을 하나하나 벗기 시작했다. 그녀와 도출은 10년의 세월의 차가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것은 의식을 하지 않았다. 마치 둘이는 연인처럼 서로의 감정을 뜨겁게 교환했다. 훤칠한 키에 작은 얼굴, 옷 밖으로 드러난 백옥 같은 피부는 도출을 흥분 시켰다. 와인 반병이 어느새 비어 있었다. 드디어 주문한 음식이 들어 왔다. ** 식당의 특징은 과일 차 야채 과자 아이스크림은 뷔페로 자기가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었다. 그녀는 도출에게 열심히 먹을 음식을 날랐다. 그리고 직접 음식을 도출의 입에 넣어 주었다. 도출은 황홀했다. 젊고 멋있는 미인에게서 도출은 애정을 느꼈다. 도출은 그저 좋아 그녀의 말만 듣고 즐거워했다. 둘이는 스테이크를 쓸었다. 그리고 소스를 발라 맛있게 먹었다. 그녀는 드디어 지난 7월 오이도 데이트에 대한 말문을 열었다.
“짧은 만남이었으나 저에게는 평생에 남는 아름다운 추억이었어요.” 지나가 도출에게 고백했다.
“작가님 우리가 왜 그날 범계역에서 복권을 두 장을 사서 나누어 가졌지요.”
“ 응! 그래요.”
“작가님은 어떻게 되었어요.” 하고 물었다.
“꽝이야!” 하고 도출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작가님 놀라지 마세요.”
“저는 거금 500만원이 당첨 되었어요.”
“아! 그래”하고 도출은 그녀와 손뼉을 마주쳤다.
그녀는 자기 핸드백을 열어 분홍색 봉투를 도출에게 주었다.
“이게 무엇이지”하고 도출이 물었다.
그녀는 열어 보라 했다. 도출은 조심스럽게 열어 보았다. 봉투 안에는 편지가 있었다. 간단히 적은 몇 줄의 내용이다.
“작가님 우리의 만남이 운명적이라 생각해요.”
“이 운명의 만남을 피하지 말고 받아 드리고 싶어요.”
“작가님 이 돈으로 가까운 일본으로 온천 여행을 떠나요.”
“ 거절하지 마세요.”
“ 작가님 사랑해요.”
도출은 솜으로 만든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약간 몽롱했다. 봉투에는 100 만 원 권 수표 5매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도출이 말문을 열지 못하도록 미리 도출에게 주문했다.
“여행 일정과 모든 수속은 작가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일정은 2월 초순으로 해 주세요.”
그녀는 명령을 하듯이 말했다. 도출은 변명 할 수가 없었다. 도출은 주저 하지 않고 알았다고 했다. 다시 그들은 와인을 들어 축배를 했다. 와인 한 병을 다 마셨다. 그녀는 긴장이 풀렸는지 말과 눈동자에서 취기를 느꼈다. 시계를 보니 저녁 8시가 넘었다.
“아! 그리고 작가님 하나 있는 우리 아들 미국에서 유학 중에 있어요.”
“앞으로 평촌 집도 정리하고 LA 언니집 근처에서 살 궁리를 하고 있는 중이예요.”
“상세한 것은 작가님과 다음에 상의 하겠습니다.”
“작가님 여기까지 오신 길에 우리 집으로 가서 한잔 더해요.”
“앞으로 여행 전에는 자주 볼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도출은 그녀에게 외투를 입혔다. 그녀는 도출의 팔을 끌며 밖으로 나왔다. 도출은 긴장한 탓인지 정신이 말짱 했다. 도출은 또 앞으로 전개될 미지의 세계를 생각하며 흥분에 빠졌다. 그녀의 얼굴이 홍조로 달아올랐다. 겨울 저녁 날씨 치고는 포근했다. 둘의 만남을 축복이나 하듯 눈이 날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도출을 자기 집으로 끌었다. 걸어서 15분 거리다.둘이는 걷기로 했다. 공원의 개천 길을 따라 걸었다. 그녀는 도출에게 팔짱을 걸었다. 도출은 싫지가 안았다. 제법 눈발이 굵어 졌다. 내리면서 쌓이는 눈이 발을 옮길 때마다 뽀드득 소리를 냈다. 둘이는 말없이 천천히 걸었다.
도출은 총각 때 첫사랑의 여인과 걷던 겨울이 생각났다. 서로 좋아 3년을 죽도록 사랑했다. 그러나 도출의 어머니의 완강한 반대로 생으로 이별을 했다. 도출은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른다. 벌써 35년 전의 일이다. 30년 만에 그녀가 살고 있는 곳과 소식을 알게 되었다. 도출로 인한 상처로 머리를 삭발하고 절에서 3년 동안 불도를 했단다. 도출도 첫사랑의 가슴앓이를 치료하는데 30년이 걸렸다. 도출은 지나와 잠시 걷는 동안 그동안의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가 만감이 교차했다. 앞으로 도출의 삶이 두려웠다. 절대로 情을 주지 않으리라 마음속으로 다짐을 해본다. 눈은 함박눈이 되어 펑펑 쏟아 졌다. 지나는 걷기가 힘이든지 공원 벤치에 앉자했다. 도출은 손수건으로 의자의 눈을 쓸었다. 지나는 앉자마자 도출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도출은 버버리코트를 벗어 둘이 얼굴만 보이도록 뒤집어썼다. 두 사람의 온기는 서로의 몸을 달구었다. 가로등 불빛은 그녀의 얼굴을 아름답게 조명했다.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오이도 전철에서 그랬듯이 둘이는 마주보고 무릎을 꺾어 앉았다. 그리고 도출은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얼굴을 들고 가슴을 부풀려 도출에게 밀착했다. 그녀의 얼굴이 마치 서리 내리는 늦가을 달밤의 박꽃처럼 아름다웠다. 그녀의 얼굴에 내리는 눈발이 가로등 불빛으로 아른거렸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지그시 눈을 감고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으로부터 깊은 숨을 코로 내 쉬었다. 도출은 그녀의 얼굴을 팔을 꺾어 당겼다.
그리고 가볍게 그녀의 입술을 범했다. 그녀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나머지 다리를 도출의 허리에 감았다. 도출의 국부에 뜨거운 피가 돌기 시작했다. 그녀의 가슴은 부풀어 올랐다. 도출은 입을 벌려 그녀의 입을 삼킬 듯이 덮었다. 그리고 혀끝으로 그녀의 입안을 더듬었다. 반대로 그녀도 혀로 도출의 입안을 더듬었다. 둘이는 서로가 서로의 혀를 감각으로 교환했다. 둘이는 부드럽고 달콤한 입술에서 성적 자극을 만끽했다. 그리고 도출의 한손은 그녀의 유방을 더듬고 한손은 목을 끌어 강열한 키스로 서로의 몸을 태웠다. 도출은 자신의 몸을 제어 할 수 없을 정도로 최대로 발기 되었다. 그녀 역시 뜨거운 열기로 국부를 적셨다. 몸을 부딪치는 감각에서부터 혀끝에서 느끼는 감각이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 가슴에서 더워진 뜨거운 피가 동맥을 타고 하부의 모세 혈관을 팽창 시켰다. 서로는 눈으로 확인 없이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멋진 여행을 생각하며 서로가 절제하기로 모든 것을 참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흥분된 감정을 조절했다.
그녀는 엉클러 진 머리를 손빗으로 빗었다. 그리고 흡족한 미소로 도출을 바라보았다.
“작가님 생각 보다 멋진 면이 많아 나 사랑에 빠질 것 같아요.”
“작가님 우리 부담 없이 이렇게 즐겨요.”
도출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도출은 사랑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고질병이 있다. 도출은 그것이 두려워 미래가 불안 했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 되었다. 버버리 코트위에 눈이 수북이 쌓였다. 그녀는 한기를 느끼는지 몸을 떨었다.
“작가님 우리 집이 바로 저 아파트예요.”
“추운데 가서 차 한 잔하고 가요.”
그녀는 도출을 끌었다. 도출은 갈까 말까 주춤거렸다. 그러나 그녀는 도출을 놓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도출은 동의 했다. 전망이 좋은 17층에 65평형이라 했다. 그녀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조명을 밝혔다. 대형 거실에 4개의침실 3개의 화장실 넓은 주방에 고급 가구와 기물로 잘 정리 되었다.
“작가님 잠시 여기 앉아 기다리세요.” 하며 침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지나는 화려한 이브닝드레스 차림으로 나왔다. 도출은 그녀에게서 또 다른 미모를 발견했다. 도출은 우발적인 행동을 자제하느라 시선을 그녀로부터 돌렸다. 그녀는 불안해하는 도출의 모습을 보고
“안심 하세요.” 하며 빙그레 웃었다.
“작가님 양주한잔해요.” 하면서 진열장에서
고급 양주를 딸아 그라스에 얼음을 채웠다. 둘이는 첫잔을 들어 앞으로 있을 일본 여행을 위해 건배를 했다. 둘이는 식탁을 앞에 두고 서로 팔꿈치로 턱을 괴고 눈을 마주해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둘이는 세월의 허물을 벗어 버리고 있었다. 나이차를 느낄 수 없었다. 현재의 순간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벽시계가 11시를 둔탁한 소리로 알린다.
“지나 이제 가야해.” 하고 일어 서려하는데 도출을 잡았다.
“작가님 부탁이 있어요.”
“일본 여행 신청 할 때 우리는 부부처럼 호텔 한 방으로 신청하세요.”
도출은 그녀의 요구대로 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마지막 포옹과 키스로 서로의 사랑을 재확인 했다. 전화가 울렸다. 도출은 늦은 밤에 누굴까? 궁금했다. 통화 후 그녀는 말을 했다. 콜택시가 아파트 현관에 대기 중이란다. 그녀의 친절한 배려가 고마웠다. 그녀의 배웅을 받으며 도출은 헤어 졌다. 수원으로 오는 택시에서 정말로 복권이 당첨 됐을까? 아니면 나와 여행을 하기 위한 연극일까? 도출은 가벼운 의심을 해 보았다.
-오붓한 밀월여행-
2.9-12.(3박4일) ** 여행사에 신청했다. 그녀는 도출에게 우리의 관계를 부부로 신청하라 했다. 도출은 나이 차로 보아 그리 할 수가 없어 고민을 했다. 도출은 담당자에게 민지나 와 자기를 같은 커플로 알고 여행계획을 구상하라고 부탁했다. 관계자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알았다고 했다. 여행비는 1인 90만 원으로 두 사람 경비 180만원을 지불했다. 나머지는 잡비로 써도 충분했다. 도출은 고민이 생겼다. 도출은 아내에게 사실을 말 할 수가 없었다. 몇 년 전 종교계통 초청으로 도출이 중국을 다녀온 일이 있다. 물론 비용은 모두 **단체에서 부담했다. 도출은 아내에게 중국여행자 중 전국에서 20명 차출에 선발 되어 일본 관광을 가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비용은 **단체 부담으로 3박 4일 다녀온다고 이해를 시켰다. 한편 도출은 아내에게 미안 했다. 도출은 지나에게 여행 일정 및 준비물 관계로 만날 것을 연락했다. 2월 5일 오후 6시 전에 만났던 경양식집 안양 **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도출은 그녀에게 편한 복장으로 나오라 했다. 그녀는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두 사람이 처음 오이 도에서 만난 날이 2월 5일이면 마침 200일이 되는 날이다. 도출은 그녀에게 만남 200일을 기념하여 붉은 장미꽃 바구니를 근처 꽃집에 주문하고 배달을 요청했다. 도출은 약속시간 30분 전에 꽃집에 도착하여 꽃값을 지불했다. 그리고 꽃 카드에 편지를 썼다.
“지나 우리의 운명적인 만남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 드려요.”
“나는 10여년의 세월의 허물을 벗는 느낌입니다.”
“우리 서로의 좋은 감정이 흐르는 한 세월의 차가 문제 되지 않을 겁니다.”
“우리의 만남 200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지나를 사랑하는 나의 붉게 타는 마음을 장미에 채워 드립니다.”
“사랑해요 지나.”
도출은 꽃집 아주머니에게 부탁했다. 늦어도 5시 50분 까지 **경양식 집 안내 종업원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도출은 식당에 미리 도착 했다. 안내 아가씨에게 부탁했다. 우리의 예약 석을 알려주고 꽃이 오면 전달 해달라고 부탁했다. 시계를 보니 6시 10분 전이다. 6시 정각에 지나가 나타났다. 청바지에 긴 부스를 신고 짧은 점퍼 스타일의 검정 파카를 입었다. 그리고 머리에는 짧은 차양이 달린 검정색 가죽 모자를 썼다. 목에는 빨간 머플러를 언밸런스로 걸쳤다. 짙은 화장에 립스틱 짓게 바르고 패션모델이 걷는 것처럼 경쾌하게 걸어 왔다. 부스를 신은 긴 다리와 달라붙은 청바지 밖으로 힙 업 된 두 개의 엉덩이가 매력 적이다.
“어머 작가님 일찍 오셨네요.” 지나가 밝게 웃었다.
그녀는 서있는 채로 도출을 향해 밝게 웃으며 박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 하세요 선생님” 하며 그녀가 인사를 했다.
도출은 반사적으로
“오! 지나 참으로 아름다워요.”
“잘 지냈어요.”
“네!” 지나는 짧게 답했다.
도출은 파카와 모자를 받아 옷걸이에 걸었다. 그리고 의자를 빼어 앉도록 안내했다. 가슴이 푹 파인 셔츠는 풍만한 가슴을 엷게 가렸다. 정장을 했을 때 보다 10년은 어려 보였다. 도출 역시 청바지에 붉은 T를 입었다. 둘이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서로를 즐기기로 평안한 마음을 갖기로 했다. 그때 예쁜 종업원 아가씨가 꽃다발을 지나에게 전하며 “축하 합니다.” 인사를 했다.
“어머나!” 지나는 영문도 모른 채
“고마워요.”
“작가님 이 꽃 어떻게 된 거예요.”
“지나 거기 엽서를 보면 다 알아요.”
그녀는 상기된 얼굴로 장미꽃의 향기를 맡으며 엽서를 풀었다. 꽃을 가슴에 않은 채 엽서의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실내조명과 장미꽃이 조화를 이루어 그녀의 얼굴을 붉게 물 드렸다. 엽서를 읽는 그녀의 속 눈 섭이 호랑나비 더듬이처럼 상하로 움직였다. 그녀는 엽서를 몇 번을 읽는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방울이 매달렸다.
“작가님! 고마워요.” 하며 도출의 손을 끌어 손등에 키스를 했다.
“작가님! 울지 않으려 했는데 저 감동 먹었어요.”
“남편이 생각나서요.”
“남편으로부터 꽃을 받아 보고 처음 이예요.”
아무리 악녀라도 꽃에 마음이 녹는 다는 글을 읽은 것이 도출은 생각났다. 그리고 여자는 분위기에 약하다는 말도 들었다. 이러한 순간순간의 즐거운 감동이 가슴에 쌓여 즐거운 추억과 사랑을 잉태했다. 그녀는 가볍게 흘린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화장을 고쳤다. 그리고 도출의 컵에 물을 따랐다. 그녀도 물을 마셨다. 그리고 도출을 향해 밝게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도출은 그냥 웃기만 했다. 발랄하고 풋풋한 아가씨처럼 보였다. 둘이는 음식을 주문했다. 도출은 그녀에게 먼저 주문하도록 권했다. 도출은 그녀가 주문하는 것으로 했다. 레드와인 한 병을 추가 했다. 와인이 먼저 왔다. 둘이는 먼저 와인으로 만남 200일을 축배 했다. 와인 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했다. 그리고 그녀는 안주용 과일과 야채를 날랐다. 그녀는 이것저것을 먹도록 도출의 입에 넣어 주었다.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도출은 그녀에게 여행 일정표를 주고 설명했다.
2월 9일 인천국제공항 11시 30분 이륙 **항공, 출국 수속관계로 당일 9시 30분에 여행사 가이드 박수정씨를 공항에서 만나기로 되었다. 그래서 도출은 수원에서 7시 공항버스를 타고 안양 평촌 경유하는 버스에서 7시 30분에 지나를 만나기로 약속했다. 이야기 중에 주문한 식사가 나왔다. 먼저 스프를 먹었다. 그리고 스테이크를 잘랐다. 그녀는 와인 잔을 채웠다. 그리고 둘이는 잔을 부딪치며 건배 후 입안을 가볍게 적셨다. 벌써 와인 반병을 비웠다. 도출과 그녀는 약간 취기가 돌았다. 그녀의 얼굴은 홍조로 붉었다. 둘이는 이야기 중에 서로의 생일을 확인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일이 벌어 졌다. 그녀도 도출과 같이 양력으로 생일 지낸다고 했다. 이럴 수가 어쩌면 3월 17일 날짜가 하루도 틀림없이 똑 같았다. 그런데 음력으로는 3일의 차가 있었다. 한편 도출은 두려 왔다. 도출은 종교가 칼빈의 예정론을 믿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이 이미 예정되고 계획된 상태에서 진행 된다는 예감이 도출을 두렵게 했다. 오이 도에서 만나던 날 우연한 전철에서의 만남도 그렇고, 민지나의 꿈에서 보았던 도출의 모습이 얼굴은 도출 인데 몸은 돼지, 그래서 복권을 산 것이 500만원 당첨되고, 그래서 일본 여행을 추진했다. 의심하기 시작하니 모든 것이 이상하게 생각 되었다.
“작가님 무엇을 그리 골똘히 생각하세요.”
“응! 아니야” 하고 도출은
“참으로 신기하지.”
“생일이 어쩌면 달과 날이 똑같을 수가 있어.”
“앞으로 우리 생일을 같이 한 날에 축하하면 되겠다.”
지나는 무엇인가 잘되는 축복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거워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8시가 다 되어가고 있다. 그들은 식사를 마치고 뜨거운 차를 마셨다. 도출은 나이를 잊고 그녀 에게 애정의 싹을 키우고 있었다.
“작가님! 이제 그만 나가요.” 지나가 말했다.
“그럴까!” 하며 도출은 그녀의 파카를 입혔다.
“작가님 고맙습니다.” 둘이는 식당을 나왔다.
밤공기가 차가왔다. 둘이는 약속이나 한 듯이 걸었다. 그녀는 도출의 왼팔을 꼭 껴않고 걸었다. 그녀는 걸으면서 자주 도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지나 나 하나 물어 볼게 있어.” 도출이 지나에게 말했다.
“나같이 나이 많은 사람과 걸으면 창피하지 않아.”
“아니요. 작가님 그런 생각하지 말아요.”
“아마 누가 보더라도 나이차가 나는 연인으로 보겠지요.”
“그리고 요즘 사람들 남의 일에 관심 없어요.”
“사랑에 무슨 나이가 필요해요.”
“우리 둘이 좋은 감정을 느끼며 즐기면 되지 않아요.”
지나는 참으로 현대적이고 대담했다. 지나는 걸으면서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라는 노래를 불렀다. 음색이 부드럽고 감미로 왔다.
“작가님 우리 노래방 가요.”
“강원도 카바레에서 노래 한 것 기억나요.”
“노래방에 가서 옛날 생각하며 노래나 실컷 불러요.”
둘이는 멀리 보이는 범계역으로 걸었다. 그녀는 오른 손으로 도출의 등을 더듬고 서로의 왼손을 꼭 잡고 걸었다. 아마 30분은 걸었나 보다 시간이 8시 40분이다. 둘이는 범계역 부근의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1시간을 신청하고 캔 맥주와 음료수를 주문했다. 그녀와 도출은 외투를 벗었다. 음악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울렸다. 그리고 종업원이 맥주와 음료수를 가지고 왔다. 둘이는 서로가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 꼭 껴 않아 한 동안 포옹을 했다. 그녀는 도출에게 노래를 신청하라고 성화다. 도출은 배호의 안녕을 불렀다. 일절을 애절하게 부른 후 간주가 나올 때 그녀는 도출에게 다가 왔다. 둘이는 서로가 약속한 것처럼 서로 붙들고 간주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많이 추어 본 솜씨다. 몸놀림이 부드러웠다. 그녀의 가슴이 도출에게 밀착 되었다. 2절 노랫말이 나왔으나 무시하고 춤을 추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도출을 올려 보았다. 조명을 받은 그녀의 얼굴이 아름다웠다. 도출은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의 눈과 입술이 가볍게 떨었다. 도출은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스쳤다. 그녀는 온 몸을 밀착하며 몸 트림을 했다. 도출은 억센 팔로 그녀를 끌었다. 그리고 그녀의 귀 볼을 빨았다.
“아이 작가님!” 하면서 도출의 목을 끓어 않았다.
그리고 도출은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부서져라 감았다. 이어서 도출은 혀로 그녀의 입안을 더듬었다. 서로의 혀 감각으로 서로를 즐겼다. 달콤한 키스였다. 그녀의 가슴은 터질듯이 팽창했다. 도출은 그녀의 브래지어 밑으로 두 손을 넣었다. 그녀는 흥분을 지탱하기 힘든지 도출을 끌어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둘이는 강렬한 키스 세례를 서로 퍼 부었다. 둘이는 온몸의 성감대가 최대로 발기 되었다. 도출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 몸 아래로 손이 내려갔다.
“작가님! 오늘은 안 돼요.” 하며 도출의 손을 잡았다.
“미안!” 하며 도출은 몸을 바로 했다.
그리고 그녀는 캔 맥주를 땄다. 둘이는 건배하며 몸의 열기를 식혔다. 그리고 그녀는 만남이라는 노래를 열창했다. 둘이는 교대로 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도출은 허무한 마음. 조약돌, 옥경 이를 마음껏 열창했다. 그녀 역시 어머나, 해변으로 가요, 정 하나 준 것 이를 불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디스코 메들리를 신나게 불렀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되었다.
도출은 범계역에서 오산 행 300번 버스를 타고 수원에서 내리면 된다. 그녀는 도출에게 오늘 그만 헤어지자했다. 그러나 도출은 얼마 안 되는 그녀 집까지 배웅하기로 했다. 둘이는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로데오 거리를 나이를 잊고 손을 잡고 걸었다. 도출은 그녀의 아파트 입구에서 9일 아침에 만날 것을 확인하며 헤어 졌다. 도출은 두세 발 걷다 말고 돌아보았다. 그녀는 도출을 보고 빨리 가라 손사래를 저었다. 다시 범계역으로 돌아와 오산 행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5분이 지났을 때 그녀의 메시지가 왔다.
“오늘 즐거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집에 오니 11시가 넘었다. 도출의 아내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아내에게 미안했다.
- 지나의 일본 관광 -
*. 첫째 날
2.9-12(3박 4일) 그들 둘 만이 아는 역사적인 일본 여행을 떠났다. 도출은 가족에게는 큰 죄인이 되었다. 운명은 도출을 비켜가지 못하도록 좌우를 막고 뒤에서 밀었다. 한편 도출은 소설의 주인공처럼 미래의 운명을 편하게 받아드리기로 결심했다. 드디어 지나와 만기로 약속한 날이 왔다. 아내도 도출의 일본 여행을 알고 있다. **단체 초청으로 일본에 여행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몇 년 전 **단체 초청으로 중국여행을 다녀 온 적이 있다. 도출은 아내에게 거짓말을 했다.
첫날 2월 9일 11:30 비행기를 탑승해야했다. 도출은 집 앞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시계를 보니 7:00다. 이 버스는 안양 범계역을 거처 가도록 되어있다. 도출은 지나와 7:30에 안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날씨는 쾌청하고 2월 날씨 치고는 춥지가 않았다. 그들 둘의 운명의 날이 시작 되었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한 것일까? 아내에게 죄스럽고 미안한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앙금처럼 가라 앉아 도출을 불편하게 했다. 그러나 도출은 이미 시작된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했다. 지나는 도출에게 너무나 적극적으로 접근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이 세상을 아름답게 했다. 그래서 도출은 행복했다. 도출은 나이를 잊고 하나하나 허물을 벗고 있었다. 드디어 안양 범계 공항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지나와 도출은 차창 밖을 보며 서로 손을 흔들며 반가운 인사를 교환 했다. 지나는 간편한 복장 차림이다. 청바지에 잠바스타일로 머리에는 차양이 짧고 각이 많은 모자를 썼다. 그녀는 언제 보아도 풋풋하고 싱싱한 느낌을 주었다. 생 얼굴에 가까운 가벼운 화장을 했다. 여행 가방을 리무진 공항버스 트렁크에 실고 올라 왔다. 도출은 그녀를 창 쪽 의자로 안내 했다. 여자 특유의 체취가 흘렀다. 마치 무지개 색처럼 여자마다 각기 다른 향을 지닌다. 마치 여자의 음기와 같은 본인도 모르는 남자만이 느끼는 여자의 색깔이 있다. 도출은 그녀의 손을 잡고 서로 마주보며 뜨거운 인사를 했다. 지나는 상기된 얼굴에 호흡이 약간 거칠었다. 지나는 도출의 따뜻한 손을 자신의 얼굴에 비벼댔다. 둘이는 아무도 없는 뒤 좌석에 앉았다. 지나는 도출의 왼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꼭 잡고 놓을 줄을 몰랐다. 참으로 부드러운 손이다. 마치 부드러운 최고급 실크 원단 같았다. 거기에 따뜻한 촉감은 세상의 모든 것을 잊게 했다.
07:30에 정확히 버스가 출발했다. 그녀는 가능한 취할 수 있는 애정 표현을 했다.
의자 사이의 좌석 경계가 서로를 밀착하는데 불편 했다. 그녀는 약간 불안 해 하는 도출의 마음을 읽었는지 도출에게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유도했다. 그녀는 자주 도출의 얼굴을 올려 보았다. 그녀는 도출의 왼손을 잡고 도출이 거북한 말을 할라치면 그녀의 왼손이 도출의 입을 가렸다. 도출은 속으로 다짐 했다. 이제는 포기 할 수없는 일 우리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기로 했다. 복잡한 잡념을 모두 잊기로 했다. 날씨는 맑았다. 출근 시간으로 시내를 빠지는 데 시간이 지체되었다. 잠시 후 버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그녀는 핸드백에서 초콜릿을 꺼내 한쪽을 도출의 입에 넣어 주었다. 둘이는 모두 아침식사전이다. 둘이는 서로의 시선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도출의 손을 끌어 그녀의 다리 사이에 넣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에게서 열기를 직감 할 수 있었다. 도출 역시 억제하기 힘든 성 충동이 일었다. 그러나 좀 더 멋있는 여행을 꿈꾸며 모든 것을 참았다. 그녀는 도출의 왼쪽 어깨에 기댄 채 잠이 들었다. 그녀나 도출은 까만 밤을 하얀 뒤척임으로 날을 새웠다. 도출은 그녀가 편히 잠을 잘 수 있도록 왼 팔로 팔베개를 해주었다. 도출은 잠든 그녀의 얼굴과 몸매를 유심히 관찰 했다. 마치 몇 해 전에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았던 비너스 조각상이 생각났다. 얼굴의 이마 눈 코 입의 위치 비율, 몸매의 균형이 황금비를 이루었다. 동양인 중에 서구인을 닮았다고나 할 까?
공항에 09:00경에 도착했다. 도출은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짧은 시간이지만 달콤한 잠을 잤다. 도출은 그녀에 대한 책임감과 남자로서의 보호 본능을 직감했다. 인천 국제공항은 현대식 건물로 규모가 컸다. 중국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두 번째 들리는 공항이다. 둘이는 짐을 챙겨 공항으로 들어갔다. 09:30에 약속된 장소에 가니 **여행사 관광 안내 아가씨가 반겼다. 여권 비행기 표와 일정표를 받았다. 여행 수속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수속을 하고 나서 지나는 화장실에 다녀왔다. 일행은 모두 30명으로 8쌍에 나머지는 자녀들과 가족 이였다. 신혼부부에서 60이 넘은 부부로 다양한 층이다. 도출과 지나는 재혼한 사이처럼 노골적인 부부행세를 했다. 그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 관계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둘이는 시종 일관 서로 팔짱을 끼고 다녔다. 누가 보더라도 나이 차이가 있는 부부였다.
일본 엔화로 50만원을 환전했다. 100엔에 한국 돈 11,200원이다. 가이드는 32세 미스로 일본어가 유창하고 우리말도 잘했다. 지나 역시 영어와 일본어가 유창하고 불어와 독일어도 수준급이라 했다. 그녀는 결혼 전 항공사 여성 승무원 생활을 했다. 가이드는 일본에 대하여 아는 것이 많은 것 같았다. 생김새가 일본인 같아 일본 교포로 알았다. 그러나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한 한국인이라 했다. 11:30에 아시아나 항공 후쿠오카 행 비행기다. 시계를 보니 10:30이다. 식전으로 시장기가 들었다. 지나와 도출은 간단한 식사를 위해 스낵코너에 들어갔다. 둘이는 토스트와 커피를 시켰다. 둘이는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눈을 맞추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여행을 다녀오면 그들은 다시 만난다는 약속을 기약 할 수가 없었다. 서로의 나이 차가있는데다 도출은 가정을 가진 사람이다. 지나에게는 이번 3박4일이 평생의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확실하지는 않으나 아들이 미국에서 유학 중이지 그의 친정 식구가 미국 LA에 살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생활이 미국에서 시작 될 것이다. 사실 도출은 두려웠다. 그러나 지나는 도출을 그렇게 좋아 할 수가 없었다. 강원도 평창에서 도출을 만나고 10년이 지나는 동안 도출을 하루도 잊은 날이 없었다고 했다. 그동안 수소문 하였으나 도출의 연락처도 모르고 가정주부로 감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도출은 그를 이해 할 수가 있었다. 이성간에 사랑의 힘이 대단한 것을 경험해 보지 않고는 이해하지 못한다. 마치 바둑 대국에서 초읽기나 하는 것처럼 시간이 빨리 지났다.
드디어 11:30 후쿠오카 행 비행기가 이륙했다. 둘이는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도출은 여행 신청 시 관계자에게 미리 우리 둘 좌석을 위치 좋은 창가로 부탁 했었다. 비행기는 굉음을 내며 땅을 박차고 이륙했다. 30도 경사로 고공을 향해 날았다. 그리고 고도를 유지하며 수평으로 날았다. 날씨는 쾌청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 저편에 양털 모양의 뭉게구름이 아름다웠다. 어떤 것은 하트 모양도 있었다. 도출은 억지로 지나에게 우리의 사랑을 축복하는 구름이라고 그의 귀에 속삭였다.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는 눈으로 보는 것과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기로 했다. 그들은 행복했다. 그녀의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12:00기내식이 나왔다. 간단한 과일과 빵이다. 그녀는 음료수만 마셨다. 도출이 모두 먹었다. 도출과 지나는 이번 여행 코스가 처음이다. 창가에서 내려 보이는 일본 시가가 신기하게 보였다. 인천공항 이륙 후 55분이 걸렸다.
] 후쿠오카 공항 밖으로 나오니 관광버스 천령관광 304호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3일간 함께 할 기사가 소개 되었다. 50세로 중반으로 보이는 미남 기사다. 매 관광객에게 볼 때 마다 인사를 했다. 참으로 친절 했다. 버스는 후쿠오카에 있는 아사히(朝日) 맥주공장 견학을 위해 출발했다. 도출이 어려서 많이 듣던 맥주였다. 차창을 내다보니 첫 인상이 깨끗하고 특히 공기가 맑았다. 모든 차는 좌측통행을 했고 차의 핸들이 우측에 있어 이상했다. 우리나라와 정 반대였다. 그리고 소형차가 많았고 거리에 불법주차 차량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시내 전구역이 시속 40킬로로 제한되어 있어 차내가 안정감을 주었다. 아파트는 별로 보이지 않으나 작은 단층 주택에 정원수가 잘 가꾸어 졌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본 일본 적산 가옥을 볼 수 있었다. 지나는 도출이 신기하게 밖을 보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마치 도출이 어린아이 같이 보였나 보다. 아사히 맥주 공장에 도착했다. 하차 할 때 기사가 맨 먼저 내려 일일이 모든 관광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도출은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보다 잘 사는 일본을 알 수가 있었다. 맥주 공장의 역사와 제조과정을 견학하고 나니 시원한 맥주를 시음 할 기회를 주었다. 지나와 도출은 건배와 함께 맥주 두 잔을 마셨다. 둘이는 맥주로 긴장과 갈증을 풀었다. 일행들과도 서로 간단한 인사가 오고갔다.
다음에 태재부천만궁(太宰府天滿宮)을 관광했다. 학문의 神인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모신 신사라고 했다. 입학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로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합격을 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무 팻말에 합격 문을 적어 매다는 곳이 여기 저기 있었다. 소의 동상을 만지면 소원을 이룬다 하여 지나가는 사람마다 소를 만져 광택이 났다. 그리고 오른 손으로 물을 떠서 왼손을 닦으며 소원을 빌었다. 지나와 도출은 마음속으로 둘만의 행복한 앞날을 기원 하며 소원을 빌었다. 신사 앞에는 일본 떡 모치를 파는 가게가 즐비 했다. 도출은 옛날 생각이 나서 모치 두 개를 사서 지나와 먹었다. 둘이는 여기 저기 많은 사진을 찍었다.
마침 일행 중 60대로 보이는 부부가 있어 서로 사진을 찍어 주기로 했다. 묻지도 안았는데 고향이 대전이라 했다. 도출과 지나는 서로 손을 놓을 줄을 몰랐다. 다음으로 캐널시티를 관광했다. 총길이 180미터의 인공운하를 중심으로 건물이 이어져 있다. 운하의 도시라는 이름이 붙은 최신의 쇼핑 타운이자 문화 공간인 후쿠오카 최대의 쇼핑몰이다. 관광 후에 쇠고기 불고기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밥과 국은 추가해도 돈을 받지 않으나 반찬은 요금이 추가 된다고 가이드는 강조했다. 지나는 항상 즐거운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저녁 식사 후에 그랜드 하얏트 후쿠오카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고급 호텔이었다. 방안에는 두 개의 침대가 나란히 놓였다. 방의 중간에 칸막이가 있는데 한지 미닫이문으로 되어있다. 방 중앙에 차상이 있어 오붓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둘이는 여행 가방을 팽개치고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 포옹을 했다. 둘이는 한동안 떨어 질줄 모르고 강열한 키스로 몸을 달구 왔다. 도출은 좀 더 멋있는 시간을 즐기기 위하여 지나를 침대로 밀치며 둘이 천정을 보고 누웠다. 시계를 보니 아직 9시 전이다. 지나가 짐을 정리하는 동안 도출은 샤워를 했다. 도출은 흥분되고 즐거웠다. 천하를 얻은 기분이다.
도출은 콧노래를 부르며 온몸에 비누칠을 했다. 그런 데 어느새 지나가 전신을 수건 한 장으로 가리고 욕실로 들어 왔다. 도출의 온 몸이 몸 트림으로 떨렸다. 둘이는 서로가 약속이나 한 듯이 물을 것도 없이 샤워 물줄기 아래에서 서로 끌어안았다. 그들은 음- 하는 흥분을 참지 못하는 이상한 소리를 냈다. 도출은 지나의 가볍게 입술을 침범했다. 둘이는 서로 혀를 내밀어 서로의 혀끝으로 감각을 자극해 성적 충동을 즐겼다. 그리고 도출은 저돌적으로 그녀의 입에 혀를 밀어 넣어 부드럽게 더듬었다. 온 몸이 녹아내리는 달콤함으로 온 천하를 얻은 기분이다. 도출은 지나의 목을 오른 손으로 끌어당기고 바른 손으로 허리를 감아 최대한 몸을 밀착시켰다. 샤워 꼭지에서는 부드러운 온천수가 두 사람 몸을 적셨다. 나이답지 않게 부푼 유방은 바람 든 풍선처럼 터질듯이 도출의 가슴을 자극했다. 위로 솟은 유방에 오디 색을 띤 까만 꼭지는 입으로 빨고 싶은 충동을 주었다. 흩어지거나 아래로 쳐진 것이 아니고 가슴 중앙으로 모여 약간 위로 솟은 유방이 도출을 매료 시켰다. 도출은 지나를 샤워 꼭지 밑 벽으로 밀었다. 그리고 도출의 한 다리를 그녀의 가랑이로 밀어 넣었다. 지나는 참을 수 없다는 신음을 냈다. 둘이는 서로가 최대로 흥분 되었다. 도출은 그녀의 몸 어느 곳을 만져 보아도 신기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녀의 탱탱하고 부드러운 살결은 실크 원단처럼 매끄러웠다.
옛날 소나기 내리던 어느 날 밤 물방앗간 벽에 기대어 강렬하게 키스하던 첫사랑이 연상 되었다. 흥분된 그녀는 활처럼 흰 허리를 도출의 가슴에 최대로 밀착시키고 가슴을 부풀렸다. 도출은 아마도 지나 역시 잘 알지 못하나 아름다운 과거를 회상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누굴까?”
지나는 혼자 소리를 내며 가운을 걸치고 나갔다. 도출은 알고 있었다. 도출은 지나가 모르게 룸서비스에 부탁하여 양주 1병 안주 그리고 작은 칼라 양초 120개, 탁상용 꽃(수반)을 10시에 가져 오도록 주문했었다. 침대 방 옆에 있는 접견실 식탁에 음식을 차렸다. 사각 식탁위에 두 사람 나이를 합한 104개의 양초를 켰다. 그리고 실내조명을 껐다. 둘이는 식탁을 사이에 두고 가운을 입은 채 앉았다. 지나는 생각지 못한 광경에 놀라우면서도 마냥 즐거워했다. 촛불 속에서 바라보는 그녀 모습이 더더욱 아름다웠다. 촛불에 흔들리는 그림자도 그들을 질투 했다. 화장기 없는 생 얼굴에 물기가 덜 마른 머리칼 가운 사이로 보일 듯 말듯 한 두 개의 유방은 작품 그대로 아름다움이었다. 마치 원시림에서 만난 야성녀처럼 풋풋하고 발랄했다.
지나는 그라스에 얼음을 채우고 양주를 따랐다. 둘이는 만남 기념하고 영원한 행복을 다짐하며 건배를 했다. 둘이는 이국의 어느 고급 호텔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추억을 장식했다.
둘이는 많은 것을 약속 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지나는 나이가 젊기에 남은여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출 역시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 지나치게 도출의 욕심을 주장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아들은 미국에서 유학 중인데 지나 혼자 한국에 살아야 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여러 가지 약속을 할 수가 없었다. 이번 여행을 서로가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 가는 것 밖에 없었다. 그래서 도출은 가능한 조그마한 사건이지만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앞으로 그 추억을 회상하며 행복한 날을 살아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녀는 약간 취기가 오르는지 도출을 자기 옆으로 오라고 했다. 도출은 의자를 들고 그녀 옆으로 갔다. 지나는 도출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촛불을 바라보며 노사연의 만남을 불렀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음성은 애절하게 들렸다. 둘이는 여러 번 만남을 합창했다. 노래를 부르다 보니 도출은 오이도 사건이 머리에 떠올랐다. 전철에서 만남, 수퇘지 꿈, 오이도 횟집, 복권 당첨 등등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지나는 상기된 얼굴로 도출을 올려 보았다.
“작가님 우리 마음껏 즐겨요.” 하면서 도출의 손을 끌어 지나의 가슴에 넣었다.
도출은 눈으로 만 즐겼던 유방을 만졌다. 도출의 손안에 꽉 차는 젖무덤이 터질듯이 부풀었다. 도출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양주반병을 비웠다. 도출도 기분이 좋을 정도로 취했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다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촛불이 닳아 얼마 남지 않았다. 실내조명을 켜고 촛불을 껐다. 그리고 양치와 가벼운 샤워를 했다. 지나 역시 샤워를 했다. 그리고 간단한 화장과 향수를 뿌렸다. 향수의 향이 도출을 흥분 시켰다. 둘이는 알몸으로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서로 옆으로 거리를 두고 누웠다. 둘이는 서로 뚫어지라고 바라보았다. 앞으로 오늘 이 광경이 추억에 오래 오래 남을 수 있도록 입력했다. 지나의 눈 속에 사랑의 열기가 이글 거렸다. 서로 손을 잡았다. 한 동안 말이 없었다.
지나는 물기 젖은 목소리로
“작가님 저에게 약속하나 해주세요.”
도출은
“지나! 무슨 약속.”
“만약 이번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우리가 언제 만날지 모르지 않아요.”
“그렇지!” 도출은 간단히 답했다.
“내가 미국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은 뒤 초청을 하면 여행을 온다는 약속을 해주세요.”
“알았어요. 하고 도출은 웃으면서 가볍게 대답했다.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나는 도출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도출은 지나에게 가장 멋진 남자로 기억에 남게 해 주고 싶었다. 도출은 그녀를 강한 팔로 끌어 않았다. 그리고 그녀를 삼킬 듯이 입술을 더듬었다. 서로가 서로를 최대한 즐겼다. 도출은 혀로 그녀의 귀를 빨기 시작했다. 그녀는 온 몸을 비꼬았다. 귀밑 목선을 따라 젖무덤으로 핥았다. 그녀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만지고 싶었던 유두를 혀끝으로 가볍게 핥았다. 도출은 손으로 두 유두를 모아 한 입에 넣고 빨았다. 도출은 입에서 귀 목선 유방으로 여러 번 반복해서 애무를 했다. 도출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녀를 최대로 흥분시켰다. 도출도 빨리 본능을 해결하고 싶었으나 참고 절제를 했다. 샤워를 할 때의 피부보다 더 매끄러웠다. 그녀의 몸에 다리를 올려놓으면 도출 자신도 모르게 자연적으로 흘러 내렸다. 그녀의 살결이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도출은 그녀의 은밀 한곳을 손으로 부드럽게 자극했다. 도출도 최대로 발기 되었다. 도톰한 곳으로부터 아래로 음모가 무성하다. 남자를 맞이할 준비가 다 되었다는 듯이 분비물이 흥건히 흘렀다. 온 몸은 흥분으로 열꽃을 피웠다.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 다는 듯이 도출을 끌어 않았다. 그녀의 몸은 여자로서 최대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 둘째 날
아침은 호텔에서 바이킹 식 빵으로 식사를 했다. 기타규슈(北九州)로 이동했다. 기타규슈 市立 自然死 博物館(시립 자연사 박물관)을 관광했다. 2002년11월3일 오픈 한 46만 년 전의 지구 탄생과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인간의 생명의 존엄성을 느낄 수 있는 서 일본 최대의 박물관이다. 박물관 입구에서 이어폰을 주는데 전시물 앞에 서면 우리말로 상세히 설명을 해 주었다. 지나와 도출은 팔짱을 끼고 다정한 연인처럼 관광을 했다. 그리고 일본 최대의 온천 도시 벳부(別府)로 향했다.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시골 풍경이 우리나라와 흡사 했다. 주택은 우리보다 크지 않으나 주로 목조 주택으로 넓은 정원에 정원수가 잘 가꾸어 졌다. 이동 중에 고속도로 휴게소와 화장실을 들렸다. 도출은 매점에서 30개 300엔 하는 귤을 샀다. 모양은 별론데 맛이 있었다. 지나는 앞뒤 좌우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워 주었다. 또 다른 일행도 과자와 사탕을 서로 주고받았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지만 많이 분위기가 부드러웠다. 옆 사람과 대화가 이루어 졌다.
하모니 랜드 관광과 점심 식사를 했다. 하모니 랜드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고양이 동물 인형이 나오는 음악과 율동으로 보여주는 퍼레이드였다. 두 사람은 재미가 있었다.
어린이들이 보면 기억이 남을 것 같았다. 지나도 어린아이처럼 좋아 했다. 점심은 간단히 일본식으로 먹었다. 된장국이 맛있고 쌀의 질이 우리 것 보다 좋았다. 도출은 마침 팩소주 두 개를 물병에 넣어 가지고 왔다. 대전 노인 부부와 반주(飯酒)로 마셨다. 둘이는 약간의 취기로 얼굴이 상기 되었다.
점심식사 후에 일본의 옛날 무사(武士) 저택이 있는 마을 오이타(大分)로 이동 한 후 기츠키 시로 이동했다. 마을은 그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이 관리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민속촌과 같은 사무라이 마을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생동감 있는 수용인원 43,000명 오이타 월드컵 경기장을 차창 밖 관광을 했다. 파크풀레이스 오이타에서 자유 관광시간을 가졌다. 다카오산 스포츠 공원 내에 있는 대단위 쇼핑 센타로 대형 슈퍼마켓이다. 도출은 지나와 함께 매장을 돌아보았는데 할인 매장으로 기념 될 만한 물건이 없었다. 둘이는 마켓을 나와 부근 공원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커피도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일본 최고의 온천 도시 벳부 스기노이 호텔로 이동했다. 두 사람은 식당으로 갈 때나 온천에 갈 때 호텔에서 제공하는 유가타라는 일본 전통 의상(衣裳)으로 갈아 입어야했다. 안에는 메리야스와 팬티만 입고 우리나라 두루마기 같은 줄무늬 긴 옷을 입고 허리띠를 매고 덧저고리 같은 것을 입었다. 지나와 도출은 일본 사람과 똑 같았다.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누가 한국인이고 일본인 인지 구별 할 수가 없었다. 서로 말을 해야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호텔에서 아마도 숙박 객을 구별하기 위해 일본 전통 옷으로 통일 한 것 같았다. 호텔은 고급 호텔 이였다. 침실에는 침대가 두 개있고 방안에 칸막이를 하여 다다미를 깔았다. 둘이는 유가타 옷을 입고 자동 셔터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유가타를 입고 일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저녁은 일본식 뷔페로 생선 육식 초밥 대하 과일 등 30여 가지로 다양했다. 많은 사람들이 말을 하지 않으니 모두 일본 사람 같았다. 그런데 90%가 한국인이다. 저녁을 맛있게 잘 먹었다. 지나는 열심히 맛있는 음식을 도출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옆 사람을 아랑곳 하지 않고 도출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었다. 도출은 지나가 고마 왔다. 저녁을 먹고 호텔 객실로 돌아 왔다. 시계를 보니 저녁 8시 30분이다. 이제는 온천할 시간이다. 도출은 별도로 호텔에 부탁하여 사용료를 주고 가족탕을 예약했다. 이것 역시 지나 모르게 박도출 혼자 예약을 했다. 먼저도 말했듯이 이런 소소한 사건(事件)들이 아름다운 추억(追憶)으로 간직 될 것이다. 앞으로 도출이 없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때 아름다운 과거를 회상(回想)하며 행복 해 할 것이다.
가족탕 안에는 물침대 하나 놓여 있었다. 냉장고 안에는 맥주와 양주 그리고 간단한 안주가 있었다. 두 사람이 먹은 것만 별도로 계산하면 된다. 침대가 있는 벽면은 전면이 거울로 되어 있다. 실내 온천탕이 노천(露天)으로 통해 있다. 조명 역시 명암(明暗)을 조절 할 수 있는 시설로 되어있다. 수압을 조절 할 수 있는 샤워안마기 가있고 바닥에서 분수처럼 강한 수압으로 솟구치는 안마기도 있다. 온천탕의 크기는 20평쯤 되어 보였다. 둘이는 저녁식사를 소화 할 겸 가운으로 갈아입고 편안한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노천에서 바라보는 야경(夜景)이 아름다웠다.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그들을 축복했다. 계절상으로는 겨울이나 춥지가 않았다. 둘이는 가운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둘이는 단둘이 온천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의 북쪽에 북두칠성이 보였다. 지나는 도출의 팔을 끌어 팔베개를 했다.
도출은 지나에게 욕조 밖에서 행진을 부탁했다. 가운을 벗고 전신 나체로 미스코리아 행진처럼 걸어오는 모습을 감상했다. 그녀는 자신 있는 몸매를 자랑이나 하듯이 부끄러움이 없이 당당하게 걸어 왔다. 165센티 늘 신한 키에 바스트와 힙의 선이 에스(S)라인이 분명했다.
37, 24, 37인치의 이상적인 몸매를 가졌다. 턱에서부터 목을 타고 내려오는 목선과 어깨로 흐르는 곡선의 부드럽고 아름다움이 신비(神秘) 했다. 도출은 그녀에게 미스코리아처럼 옆으로 서서 포즈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도저히 아이를 하나둔 엄마라고 상상 할 수없는 완벽한 비너스의 작품 이였다. 가슴 중앙에서 유방을 바친 두 개의 반원(半圓)의 곡선이 좌우로 선(線)이 그려지는 듯이 옆구리 살 속으로 묻히듯 허리선을 타고 불룩한 엉덩이로 흐른다. 아무리 둔감하고 나이가 많은 남자라도 성욕이 진동(振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터질듯 한 두 개의 고무풍선처럼 유방이 위로 올려 붙고 젖꼭지는 까만 오디 색을 띠웠다. 도출은 이제까지 여인상을 가까운 곳에서 자세히 본적이 없었다. 가장 가까운 아내 역시 알몸 전체를 보이기에 부끄러워했다. 그래서 여인의 조각상(彫刻像)을 감상하는데 도출은 주로 감상하는 부위가 다르다. 턱 밑으로 흐르는 목선, 귀밑에서 시작하여 어깨를 거쳐 흐르는 어깨선, 가슴 중앙에서 반원을 그리며 좌우 옆구리로 흐르며 묻히는 원주선, 약간 휜 허리에서 불룩한 엉덩이로 이어지는 선, 배꼽 주위에서 배와 다리의 경계를 거쳐 국부로 모이는 선과 종아리를 감상한다. 도출은 지나의 온몸을 좌우 앞뒤 또 앉은 자세를 취하도록 부탁하여 감상(感想)을 했다. 그녀 역시 자신 있는 몸매를 과시했다. 신은 세상에 가장 멋진 걸작으로 여인상을 출품했다고 생각 했다. 그래서 도출은 젊었을 때 이상형 여자를 얼굴 비중에 많은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얼굴보다 몸매에 시선을 많이 둔다. 완벽한 몸매는 완벽한 건강을 보증하기 때문 일 것이다. 건강한 몸매를 가진 여인만이 아름답고 건강이 넘치는 사랑을 발산한다. 많은 유부남이 길을 가다가 몸 짱 여자를 보면 한 눈을 파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출은 욕조에 누워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배경(背景)으로 신비(神秘)의 여인상을 감상(感想)했다. 도출은 그녀의 손을 잡아 탕 속으로 끌었다. 그리고 그녀의 등 뒤에서 끌어 않았다. 두 손으로 감싸 않은 그녀의 가슴이 풍만 했다. 도출의 큰손으로 감싼 유방이 차고도 넘쳤다. 그녀의 호흡이 약간 거칠었다. 그녀의 뒤 목덜미를 가볍게 마사지 했다. 그녀는 아이고 시원해 하면서 눈을 감았다. 어깨와 양팔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도저히 참을 수없는 도출은 그녀의 귓불을 가볍게 빨았다. 그리고 둘이는 마주보고 끌어안았다. 둘이는 흥분이 극에 달했다. 물속에서의 애무(愛撫)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따뜻한 물은 적당한 체온을 유지 했다. 마치 태아가 산모의 자궁에서 평안을 느끼듯이 둘이는 부드럽게 애무를 했다. 둘이는 서로가 서로를 즐기는 성감대를 자극했다. 도출은 촉촉이 젖은 그녀의 입술을 혀끝으로 더듬었다. 그녀의 입술은 부드럽고 달콤했다. 그녀는 도출의 목을 끌어 않고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도출 역시 참기 힘들 정도로 발기 되었다. 도출은 거침없이 그녀의 유방을 애무 했다. 도출의 손이 그녀의 은밀한 곳을 더듬었다. 서로 몸을 뒤척이는 물소리만 요란했다.
이번에는 그녀가 도출에게 안마를 했다. 손끝이 참으로 부드러웠다. 그녀는 가끔 등 뒤에서 도출을 끌어안았다. 그때마다 두 개의 유방이 도출의 등을 자극했다. 그녀는 웃으면서 도출의 성기를 쥐었다놓았다 하며 장난을 했다. 도출은 싫지가 않았다. 도출 역시 그녀의 은밀한 곳을 가볍게 자극했다. 그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지 그만하라 했다. 시간을 보니 11시가 넘었다. 둘이는 간단히 샤워를 했다. 서로가 비누칠을 해주고 서로 몸을 비볐다. 둘이는 깨끗이 비누 물을 씻었다. 그리고 유가타를 입고 객실로 돌아 왔다. 그녀는 간단한 화장과 몸에 향수를 뿌렸다. 그리고 둘이는 알몸으로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황홀한 두 번째 밤을 맞이했다.
*. 마지막 날
온천으로 몸을 푼 탓인지 잠을 잘 잤다. 미녀는 잠이 많았다. 새근새근 잠도 잘 잔다. 도출은 옆으로 누워 팔로 턱을 괴고 지나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반듯한 이마, 초승달 모양의 눈썹, 볼록하고 큰 눈 껍질, 호랑나비 더듬이 같은 속눈썹, 마늘쪽을 올려놓은 것 같은 코, 코 속이 보일 듯 말듯 한 코 구멍, 답답하지 않은 인중, 석류 알 같은 부드러운 입술, 게란 모양의 턱, 길게 뻗은 시원한 목으로 볼수록 신비스럽다.
전통 미인의 30가지 조건으로 미스코리아를 선발 하는 기준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1) 살결, 치아, 손은 희어야하고 (3白)
2) 눈동자, 눈썹, 속눈썹은 검어야하고 (3黑)
3) 입술, 볼, 손톱은 붉어야하고 (3紅)
4) 목, 머리, 팔다리는 길어야하고 (3長)
5) 치아, 귀, 발길이는 짧아야하고 (3短)
6) 가슴, 이마, 미간은 넓어야하고 (3廣)
7) 입, 허리, 발목은 가늘어야하고 (3협)
8) 엉덩이, 허벅지, 유방은 두터워야하고 (3태)
9) 손가락, 목, 콧날은 가늘어야하고 (3細)
10) 유두, 코, 머리는 작아야한다. (3小)
30가지 조건 중 27점은 줄 수 있는 미인의 조건을 갖춘 여자다.
누가 미인은 박복(薄福)하고 팔자가 드세다고 말했던가. 일찍 남편과 헤어진 지나가 불쌍했다. 감히 넘보지 못할 여인을 범한 것이 죄(罪)를 지은 것 같았다. 물론 지나가 원(願)해서 응했으나 도출에게는 너무나 과한 여자였다. 도출은 그녀에게 후회하지 않겠냐고 여러 번 확인했었다. 그녀는 12년이라는 긴 세월을 사모(思慕)하고 기다렸다고 했다. 그녀를 보니 도출은 만감(萬感)이 교차 했다. 그녀는 잠에서 깨었다.
그녀는
“당신 잘 잤어요.” 인사를 했다. 도출은 당신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응!”하고 도출은 짧게 답했다.
“당신도 잘 잤어요.”
“네!” 하고 지나도 짧게 답했다.
그리고 빙그레 웃었다. 도출은 가볍게 입술에 키스를 했다.
“지금 몇 시 예요.”
“ 7시요.”
“아침 먹고 출발 준비 해야지요.”
“그럽시다.”
둘이는 간단히 샤워하고 세수를 했다. 지나는 몸단장과 화장에 시간이 걸렸다. 그곳 날씨가 좀 더웠다. 지나는 파카를 벗고 가방에서 청바지 두벌을 꺼냈다. 한 벌은 도출에게 주었다.
“내가 당신 줄려고 한 벌 더 사왔어요.”
“입어 보세요.”
오리지널 카우보이 미제였다. 상의도 청바지 색의 긴팔 와이셔츠이다. 지나 역시 같은 청바지에 상의는 목이 긴 붉은색 T를 입었다. 그리고 머리에 붉은색 니트 모자를 눌러 썼다. 그리고 큼직한 선글라스를 쓰니 영락없는 외국 여배우(女俳優) 같았다. 도출은 아이비 클럽 모자를 썼다. 그녀는 도출을 보고 훨씬 젊어 보인다고 웃는다.
“지나! 고마워.”하며 도출은 지나를 끓어 안아 등을 가볍게 두들겼다.
둘이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이제는 일행이 낯이 익어 눈인사를 많이 했다. 호텔 일층 로비에서 빵으로 식사를 했다. 지나는 식성이 맞는지 맛있게 먹는다. 지나는 식사 후 과일과 커피를 가져 왔다. 둘이는 눈을 마주하고 별 말 없이 차를 마셨다.
오늘은 아침에 벳부에 있는 지옥 온천을 돌아보았다. 바다지옥과 소혈 지옥을 관광했다. 마을 곳곳에 온천의 수증기가 시골 아침밥을 짓는 연기처럼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지하 수 백 미터 아래에서 뜨거운 열탕과 증기가 솟아오르는 광경이 마치 지옥을 연상 시킨다 해서 이름이 붙여진 관광지다. 마치 물빛이 초록물감을 풀어놓은 듯이 파랗다.
“온천의 꽃”이라 불리는 유황을 재배하는 유노하나 재배지를 관광했다. 지하의 온천 수증기가 볏 집으로 둘러싼 볏 집에 유황 수증기가 맺혀 고체로 변한 것을 유황의 꽃이라 한다. 그 수증기에 달걀을 읽혀 관광객에게 팔았다. 지나와 도출은 계란을 하나씩 사서 먹었다. 맛은 별로였다.
활화산(活火山)이 타고 있는 아소(阿蘇)로 이동했다. 해발 1300미터 높은 산길을 향하여 버스는 달렸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쌓였다. 아소 산에는 쿠사센리, 고메즈카, 해발 1,323미터에 분화구가 있어 활화산으로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세계에 이름 있는 활화산으로서 남북 거리가 약 1킬로미터, 동서 400미터, 주위 약 4킬로미터 화구가 연기를 내뿜는 모습을 직접 감상 할 수 있었다. 이곳 아소 산에서 활화산을 바라보며 점심으로 일본 전통의 우동을 먹었다. 일행 대전 노인이 소주를 내놓아 지나와 도출은 반주로 마셨다. 식사 후 화산을 배경으로 지나와 함께 많은 사진을 촬영했다. 아소 산 중턱에 있는 목장으로 이동했다. 목장 안 휴게소에서 세계에서 가장 맛이 있다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한 개에 300엔이었다. 말 그대로 맛이 있었다.
아소 산 분화구를 뒤로 하고 구마모토성(熊本城) 관광 길에 올랐다. 오사카성(大阪城), 나고야성(名古屋城)과 함께 일본 삼대 城의 하나로 1607년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건축한 성이다. 일본을 상징하는 홍보매체에 등장하는 건물로 웅장하며 주변의 경관이 수려했다. 여행 중에 가장 보고 싶었던 곳이다. 성의 규모도 크고 깔끔하며 아름다 왔다. 지나와 박도출은 많은 사람들 속에 서로 놓칠 세라 손을 잡고 구석구석 관광을 했다. 그리고 기념으로 많은 사진을 찍었다.
둘이는 마지막 관광지인 구마모토 베르데로 향했다. 구마모토 베르데는 리조트형의 호텔로 놀이 시설인 마쓰이 그랜드와 어우러진 리조트형의 호텔로 주변이 아름다웠다. 호텔로 오는 중에 와인 공장을 견학했다. 이날은 일본 건국기념일로 공휴일이었다. 그곳에서 와인을 시음하고 포도로 만든 과자를 먹어 보았다. 마지막 숙박을 위해 베르데 호텔에 도착했다. 하루 종일 걷고 차를 탄 탓인지 좀 피곤했다. 둘이는 숙소에 들어와 옷 입은 채로 침대에 누웠다. 시계를 보니 5시다. 6시부터 저녁식사를 한다고 했다. 둘이는 잠시 눈을 붙였다. 서로 끌어안고 달콤한 잠을 잤다. 얼마를 잣을 까. 밖이 조용하고 어두웠다. 시계를 보니 6시 반이다. 몸이 개운 했다. 1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일행이 모두 내려와 식사중이다. 뷔페였다. 가벼운 음식으로 골라 적게 먹었다. 가지고 간 팩소주가 있어 지나와 나누어 반주로 마셨다. 몸이 생기가 돌고 기분이 좋았다. 일행은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갔다. 몇 젊은 부부만 남았다. 지나는 웃으면서 지난 이야기를 입에 올렸다. 옛날 평창 카바레에서 춤추던 일, 오이도 사건, 복권 당첨, 평촌 **공원 데이트, 범계역 노래방과 로데오 거리 풍경을 맛깔스럽게 이야기 했다. 말하고 웃을 때 마다 좌우 입가에 있는 보조개가 매력 적이다. 값싼 소주 한잔이 사람을 바꾸어 놓았다. 웨이터에게 차 두 잔을 주문했다. 그리고 도출은 지나에게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화장실을 가면서 생각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뭐 좋은 이벤트가 없을까? 지나도 매우 즐거워하는데. 호텔 안내에 들렸다. 마침 한국교포가 운영하는 호텔이라 한국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호텔이다. 호텔 맨 위층에 극장식 카바레가 있었다. 앞쪽 무대에는 악단의 반주에 맞추어 가수가 노래하거나 관광객의 신청곡을 받아 노래도 할 수 있었다. 한 번에 기본이 1만 엔이다. 그리고 틈틈이 디스코나 브루스 탱고 음악에 맞추어 모두 나와 함께 춤을 출 수 있었다.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운영하기에 한국노래도 가능했다. 식당에 막 들어서니 지나가 빨리 오라 손짓 했다. 둘이는 말없이 차를 마셨다. 밖은 밤이라 어두웠다.
도출은 지나에게 호텔 주변을 산책하자고 제의 했다. 도시 변두리의 한적한 곳으로 호텔 경내가 꽤나 넓었다. 지나와 도출은 룸에 올라가 가벼운 겉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겨울답지 않게 포근했다. 하늘에는 쏟아 질듯이 별이 총총하다. 우리나라 공기 좋은 시골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좀 과장 되게 말하여 손을 뻗어 잡을 정도로 하늘이 가깝다. 공기가 상큼하다. 지나도 쉼 호흡을 크게 했다. 우리가 가는 길을 가로등이 밝혔다. 수령이 오래된 침엽수와 상록수의 정원수가 잘 가꾸어 졌다. 둘이는 서로 팔짱을 끼고 경쾌하게 걸었다. 그녀는 팝송과 가요 가곡을 감미롭게 불렀다. 그녀는 가끔 도출의 귀에 대고
“선생님! 고마워요,”
“사랑해요!”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었다.
도출은 그녀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총각 처녀로 착각을 일으켰다.
“선생님! 오늘이 마지막 밤인데 앞으로 저는 어떻게 해요.”
약간은 울먹이는 목소리다. 도출은 지나를 공원 의자에 앉게 했다.
“이제 저도 인생을 알고 재미있게 살 나이입니다.”
“무정한 남편이 나를 두고 떠났으니 저는 어떻게 합니까?”
“제가 나쁜 년 이지요.” 하며 눈물 고인 눈으로 나를 올려 보았다.
도출은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있지 않아, 걱정 마!” 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도출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었다.
“지나! 내말을 명심해.”
“이 세상에 잊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다.”라는 말을 꼭 기억해.
“문제는 시간이야,”
“세월이 당신의 상처를 치료할 꺼 야.”
“그리고 잃어버린 자식은 평생 잊지 못하나 죽은 자식은 쉽게 잊어버린다 했어.”
“분명히 말하지만 죽은 당신의 남편 영혼이 당신에게 상심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치유 할 것이야.”
“나는 25세에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었어요.”
“그때 마을 처녀와 열애 중인데 어머니는 결사반대 아버지는 찬성 했어요.”
“그 처녀가 첫사랑인데 3년을 죽자 사자 사귀다 헤어 졌어요.”
“첫사랑 가슴앓이 치료하는데 30년이 걸렸지요.”
그리고 도출은 한숨을 길게 토했다. 잠시 무엇인가 생각에 잠기다 말을 이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늘 네가 장가가는 것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씀을 했어요.”
“그 말이 유언이 되고 말았어요.”
“우리 아버지는 시골 농사꾼으로 치아가 하나도 없는 주름 많은 합죽이 에요.”
“젊어 상처한 후 재혼하여 위로 누님 한분 낳고 아래로 아들 5형제 중 나는 둘째입니다.”
“그때 아버지가 67세 한 많은 가슴을 안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린 늦둥이 동생들 홀로 남은 어머니를 남기고 간 아버지의 한을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당시에는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 왔습니다.”
도출은 괴롭지만 마음을 알아주는 지나에게 가슴을 열었다.
“비록 합죽이 아버지이지만 등에 지게를 지고 아는 것이 힘이라고 배워야 한다고 공부를 시킨 아버지를 존경(尊敬)합니다.”
“아버지가 만일 6.25같은 난리에 행방불명이 되었다면 지금까지 나의 가슴에 한이 매쳤을 겁니다.”
“불효한 마음일지 모르나 삼년상을 지나니 쉽게 잊을 수가 있었습니다.”
“내 말은 한(恨)이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세상에 잃어버린 가족 이외에 잊지 못 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도출은 정성을 다해 사랑을 다해 진심으로 낮고 조용한 어조로 차근차근히 말을 했다. 지나는 눈물을 거두며
“작가님 존경해요!” 하며 도출의 품속을 파고들었다.
“작가님! 목사님 같아요.”
“어쩜 말을 그렇게 잘 해요.”
“힘이 솟아요.”
그녀는 도출의 팔을 끌어 걷자고 했다. 콧노래를 불렀다. 어린아이 같았다. 청순 그대로다. 시계를 보니 8시 반이다. 한 시간 산책했다. 방향을 바꾸어 호텔로 걸었다. 그녀는 박의 손을 놓을 줄 몰랐다. 도출은 지나에게 제안 했다.
“오늘 마지막인데 신나는 음악에 따라 노래도 하고 춤도 출까?”
“여기 어디 그런 곳이 있나요.”
“암! 내가 만들어 보지.”
도출은 장담했다.
“작가님! 대단하네요.”
지나는 설마 하는 눈치다.
“우리 빨리 가요.” 그녀는 재촉했다.
둘이는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6층 카바레로 올라갔다.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우리 여행단 일행 중 젊은 부부 한 두 쌍이 보였다. 둘이는 무대가 잘 보이는 좌석을 잡아 앉았다. 도출은 지나에게 물었다.
“술은 맥주 양주 무엇으로 할까?”
지나는 맥주를 주문했다. 기본에 과일 야채 안주를 가져 왔다. 지나는 시원한 맥주를 따랐다. 도출도 지나 술잔에 맥주를 따랐다. 둘이는 건배를 했다.
“지나간 사랑의 추억과 미래의 행복을 위하여!”
외치고 러브 샷으로 건배를 했다. 한 번에 컵을 비웠다. 배꼽 밑까지 시원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이 그라스를 서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지나는 잽싸게 도출의 컵에 술을 부었다. 도출도 지나 잔에 맥주를 부었다. 지나는 오이 안주를 도출의 입에 물리고 잠깐하며 반대편을 물었다. 그리고 입술이 닿을 때까지 서로 상대의 귀를 잡고 오이를 먹었다. 조명과 흔들리는 불빛으로 다른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다. 모두들 자기네 사랑에 빠졌다. 둘이는 서로 술잔을 부딪치며 마셨다. 연거푸 세잔을 마셨다. 취기가 돌았다. 이때 디스코 음악이 흘렀다. 지나가 도출을 끌었다. 객석의 젊은 쌍이 절반은 나왔다. 나름대로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10여분 춤을 추었다.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사랑도 젖고, 추억도 젖고, 행복이 춤을 추었다. 검은 상처의 브루스가 악단의 연주로 감미롭게 시작한다. 무명의 한국인 여가수가 노래를 불렀다. 남녀가 춤을 추었다. 지나는 춤 실력이 대단했다. 도출이 춤을 잘 못 추는 것을 지나는 안다. 그러나 리듬을 탈수 있기에 지나는 도출에게 몸을 맡겼다. 둘이는 끌어안고 서로의 볼을 비비며 앞뒤 좌우로 움직였다. 가끔은 서로 입술을 교환했다. 흥분된 그녀의 몸에서 품는 열기가 도출의 몸을 달구었다. 허리를 돌아 도출도 모르게 손이 엉덩이로 흘렀다. 브루스가 끝나고 트롯 음악이 시작 되었다. 둘이는 자리로 왔다. 반 컵의 맥주로 땀에 젖은 갈증을 풀었다. 그녀는 도출에게 기대앉았다. 그리고 사랑에 젖은 눈으로 도출을 올려 보았다. 도출은 가볍게 키스를 했다.
초청 가수의 노래가 끝나자 신청곡을 받았다. 도출은 미리 지나가 모르게 잘 부르는 장윤정의 유리 구두와 재청을 대비해 노사연의 우리 만남을 적어 2만 엔과 사회자에게 주었다. 노래 할 분은 서울에서 오신 민지나로 적었다. 넉넉한 팁에 사회가 1번으로 지나를 신나게 소개 했다. 지나는 깜짝 놀랐다. 팡파르가 울리고 박수가 터졌다. 도출은 지나를 무대로 밀어 올렸다. 자기가 아는 유리 구두 전주가 나왔다. 그녀는 자신을 가지고 미모에 맞는 율동으로 열창을 했다. 2절을 부를 때는 관객이 박수를 치며 따라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앙코르 재청이 나왔다. 노사연의 만남 반주가 시작 되었다. 자신이 있는 듯 지나는 한발 나와 객석을 향해 인사를 했다. 그리고 쌍쌍이 앞으로 나와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기성가수 노사연 못지않게 색 다르게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인사를 하자 일제히 박수가 터졌다. 내려오자마자 젊은이 테이블에서 합석해 한 잔 할 것을 강력히 제안했다. 지나는 도출을 바라보았다. 도출은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허락했다. 한 10여분 대화하며 몇 잔 마셨다. 시계를 보니 11시 반이다. 도출은 지나와 함께 숙소로 내려 왔다. 도출은 또 하나의 사건을 만들었다. 지나는 매우 만족하고 흡족한 여행으로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 했다.
“작가님! 아니 여보 고마워요.”
도출은 여보란 말에서 애정을 느꼈다. 넓은 탕에 온천수가 나왔다. 욕조에 물을 채웠다. 그리고 탕 옆에 때를 미는 간이침대가 놓여 있다. 도출은 그녀에게 더운 물에 몸을 푹 담그라 했다. 도출은 전신 마사지로 피로를 풀어 줄 생각을 했다. 지나는 10여분 몸을 담갔다. 도출은 팬티만 입고 때 미리처럼 침대에 누우라 했다.
“어떻게 해! 안 돼!” 하며 거절했다.
도출은 단 둘이 있을 때는 지나에게 당신 호칭을 요구했다.
“당신이 먼저 안마 하세요.”
“알았어.”
“지나는 몸을 데웠으니 먼저하고 나는 나중에 할께.”
그래서 겨우 허락했다.
“그럼 당신도 팬티 벗으세요.”
“나도 좀 보게요.”
그래서 둘이는 전신 나체로 밝은 불빛 아래에서 서로 눈요기를 했다. 천정을 보고 똑 바르게 누우라 했다. 그리고 수건으로 눈을 가렸다. 지나는 부끄러운지 손으로 그곳을 가렸다.
“어허! 볼일 다 본 몸인데 손이 왜 그곳에 가나.”하며 도출은 지나의 손을 양 옆으로 놓았다. 그리고 잠을 자라 했다.
“잠이 안와요.” 하며 도출의 고추를 툭툭 치며 장난했다.
“어허! 무엄하도다.”
지나는 깔깔대고 웃었다. 도출은 더운 물을 퍼서 때 미리가 하듯 얼굴에서 발끝까지 물을 흘렸다. 그리고 머리부터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마사지를 했다. 5분도 못되어 골아 떨어 졌다. 고양이 앞에 생선이 도마에 올랐다. 도출은 입에 군침이 돌았다. 성욕을 억제 하느라 찬물을 마셨다. 도출은 10여 년 전 경혈을 찾아 마사지 하는 경락 마사지 법을 이수 했다. 지나의 얼굴 수건을 벗겼다.
경락(經絡)이란 침을 놓거나 뜸을 뜨는 자리인 경혈(經穴)과 경혈(經穴)을 연결하는 선을 말하는데 몸과 팔 다리를 세로 방향으로 달리는 선(線)으로, 좌우 12쌍이 있다.
몸이 식지 않도록 더운 물로 보온을 해주었다. 그리고 몸에 비누칠을 해 깨끗이 닦았다.
지나는 세상모르고 잠에 골아 떨어 졌다. 마른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제거하고 드라이로 머리를 말렸다. 도출은 두 손으로 지나를 안아 침대에 누였다. 그리고 등 부분을 가볍게 마사지로 마무리 했다. 여자는 잘못 마사지 하면 멍이 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다. 도출도 간단히 세면하고 잠을 청했다. 도출은 가끔 아내에게도 경락 마사지로 피로를 풀어 준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2월 12일 날이 밝았다. 깜짝 놀라 시계를 보니 8시다. 지나도 두 팔을 올리며 눈을 떴다.
“어제 밤 나 어떻게 되었어요.”
“목욕탕에 있었던 것은 기억하는데.”
“내가 어떻게 침대로 왔지.”
“이사 짐 센터 박 씨에게 부탁해 옮겼지.”
“에이! 거짓말.”
“이 알몸을.”
“그럼.”
도출은 지나를 안아 목욕탕으로 옮겼다.
“빨리 샤워하고 밥 먹으러 가지.”
오늘은 10시 30분 출발로 식사 후 시간이 많았다. 8시 30분에 식당으로 갔다. 벌써 먹고들 나온다. 아침을 가볍게 했다.
도출은 지나에게
“어제 술 먹은 것 괜찮아.”
“늦게 자서 피곤하지 않아.”
“아니요, 몸도 가볍고 기분이 좋아요.”
“누구 덕인지 알아.”
“작가님 저를 어떻게 했어요.”
“짓 주물렀지.”
“죽어 자더구먼.”
“세상에 업어 가도 모르니.”
“당신은 내꺼야.”
지나는
“어이구!”
앙큼한 사람하며 도출의 다리를 가볍게 꼬집는다. 식당에서 올라와 몸단장과 짐을 정리하고 나니 9시 30분이다. 출발 1시간 전이다. 어제 밤에 거닐던 호텔 공원을 산책했다. 멀리 높은 산과 목장들이 보였다. 아쉬운 시간이 흘렀다. 30분 간 산책하고 호텔로 돌아 왔다. 그리고 짐을 챙겨 내려 갈 준비를 했다. 둘이는 서로 몸이 부서져라 포옹을 했다. 한동안 말없이 끌어안고 서있었다. 지나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도출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등을 어루만졌다. 도출도 마음이 괴로 왔다. 이제 떠날 시간이다. 진정 시켜 차에 올랐다. 후쿠오카 공항까지 2시간 이동해야 했다. 도착하여 점심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해야 한다. 시내 면세점에 가보니 살만한 것이 없었다. 도출은 쓰고 남은 돈 250만원을 지나에게 주었다. 지나는 극구 사양했다. 결국은 도출이 보관하고 혹 둘이 만나는 날에 쓰기로 했다. 도출이 개인적으로 선물을 사주고 싶으니 말하라 했다. 그녀는 사양했다. 도출은 외제 화장품 코너에 가서 세트로 진열된 가격을 보니 50만 원대가 있어 여기서 고르라 했다. 꼭 사주시려면 자기에게 맞는 화장품 30만 원짜리를 사 달라고 했다.
“나도 작가님 하나 선물 할래요.”
40만 원대 디지털 카메라를 박에게 선물했다.
“혹 앞으로 둘이 여행 갈 기회가 있으면 이 카메라로 촬영해요.”
도출은 고맙다고 받았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14:35 이룩하여 15:30에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오후 4시 공항버스를 타고 안양에 5시 30분에 도착했다. 범계역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시계를 보니 7시다. 집에 혼자 가기를 꺼려했다. 택시를 타고 집에 바래다주었다. 집은 친척을 통해 매매토록 했고 미국으로 가기 전에 이사 짐 센터에 의뢰 꼭 필요한 것만 택배를 의뢰 해 놓았다.
“내가 도울 일이 없느냐.” 도출은 지나에게 물었다.
머리를 가로 저었다. 미국에 가서 자리를 잡으면 연락하기로 약속하고 헤어 졌다.
지나의 꿈같은 여행도 끝나고 미국으로 떠나버린 빈자리가 박도출에게 크게 다가섰다. 갑자기 다가왔던 짧은 인연의 사랑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한 사랑이었다. 남들이 자신에게 돌을 던진다 해도 또 그런 일이 생기면 다시 사랑할 것이다. 비록 아내에게는 큰 죄를 지었지만 한 여자의 사랑을 받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에서 도출은 남자로서 다시 살아난 것을 느꼈다.
세상의 잣대로 자신을 재면 한없이 무너지겠지만 가슴에 뜨거운 피가 흐르고 나이가 아닌 인간의 본성에서 느끼는 그 감정은 그 누구도 함부로 말 할 수가 없다.
다들 자신의 일이 아닐 때는 함부로 말하지만 막상 자신의 일로 닥치면 어느 누구도 도출의 사랑을 욕 할 수 없다는 걸 가슴에 담으며 지나가 떠나가 버린 빈 하늘을 보며 겨울이가고 따뜻한 봄이 오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애칭으로 “아로요”라 부르던 서정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름다운 (로)맨스의 (요)정의 앞 세 글자를 따서 아로요라 부른다.
달(月)을 이고 떠난 女人
우연한 인연으로 만난 여인
사모의 情 가슴에 남긴 여인
차가운 달을 이고 떠난 여인
굳이 생각하려 하지 않아도
억새 순에 걸린 달을 보면
여인의 얼굴이 그려집니다.
그 여인을 다시 만날 일도
다시 사랑 할 나이도 아닌데
그 사랑에 가슴이 설레고.
어느 누구에게도 말 못할
사랑하나 가슴에 묻어두고
달뜨는 밤에만 훔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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