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오늘의 좋은시

[스크랩] [김정환]스캔들 혁명사

무봉 김도성 2016. 9. 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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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캔들 혁명사 베스트셀러 신정아 고백록 주요독자가 50대라니 50대인 나 기성회비라는 말의 슬프고 장한 뜻 아는 마지막 세대였다가 시시껍절한 섹스 스캔들이 일약 정치적 과격으로 되는 최초의 지저분한 세대에 속하고 나의 혁명사 육체에 밴 추문을 씻어내는 식일 밖에 없다. 의식의 잔인은 얼마나 완화해야 기억되지? 자살을 뺀 들뢰즈와 알튀세르는 레닌 뺀 마르크스와 같다는 말이 고무줄 없는 빤스 운운으로 들린다. 왜 사람들이 명작 건축에서 자연사하지 않는가, 왜 자살하거나 피살되는가? 집을 나서면 우리 동네 제법 번듯한 건물 지하가 반 너머 성인용품 시뻘건 물감에 허리까지 잠겼고, 그것에 발 담그며 내가 되뇐다. 가장 야하고 청초한 말, '여자는 온몸이 악기다,' 가장 오래되고 언제나 개인적인 말, 가장 넘치나 가장 아껴 쓰는 말, 가장 육감적이지만 냄새와 상극인 말, '여자는 온몸이 악기다.' 혁명사보다 혁명 전후사가 더 혁명 실패사보다 혁명 살아남은 차르 귀족 딸 고생 얘기가 더 흥미로운 나의 사태에 나는 어디까지 찬성할 것인가. 오래전 죽은 벗의 오랜만 생가를 보았다. 동생 찾아 월남, 전쟁과 혁명 및 남한과 무관하게 오래 사셨던 큰아버지 문상하고('정환아 사는 게 정말 지겹다') 식구들과 함께 탔던 구포 시내 경전철 덜컹대는게 이승도 저승도 아닌 상자 속이고 그 앞에 철길 아무리 뻗어도 아기자기했고 더 멀리 안개 속 낙동강 철교, 참화를 벗고 다리가 미끈했다. 행군이 운명이라는 소리 빤하다. 생이 어떤 사태인지도.정치는 70년대 민주화 운동 주역들이 아직도 제일 잘 하니 80년대 아직 오지 않았고 죽었다. 정말 혁명사 쓰고 있구나. 벌써 미수꾸리나 하려 들고… 내가. 나 말야? 어긋난 데 익숙해져 세상 살 만하다 싶으면 세상이 더 어긋나 거기에 다시 맞추어 다시 살 만하다 싶으면 세상 어긋나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는 이 악화를 파탄으로 정화(淨化)할 밖에 없을까? 그것들도 분명 우주가 있을 것이다. 자기들의 무한대를 닮았으나 자기들 지능으로는 도저히 다 이해할 수 없는, 바다에 우렁쉥이나 이름 없는 수초들 말이다. '한 끗 더', '조금만 더'는 그럴 수 없이 위대한 인간 언어지만 그정도로는 언감생심인 우주가 있기는 있을 것이다. 아파트 정원에 봄이면 어김없이 육덕 좋은 엉덩이를 까는, 왜 사냐면 웃는, 민낯과 큰 절의 맥문동 같은 것들 말이다. 이천십이 년 오월 현재 그 사내 밤 열두 시 넘은 전화 두 달째 없는 것 크게 기뻐하고 있다. 술 정신은 차린 모양이군. 정치와 시민 없고 정치 비판과 시민운동만 있는 세상 살 만한 동안. 그러나 세드나*. 오 냉혹한 풍요. 북극 얼음 바다 속 고래와 바다표범 포유류 낳은 성스러운 말씀, 명명은, 마디마디 잘린 냉동 아이스케익 손가락들. 카약, 카약, 갈가마귀, 카약, 갈가마귀, 카약, 딸, 애원하는, 애비, 겁에 질린. 애원도 단검도 너무 잔인하여 분노에 달할 수 없는 생명이 운명의 단어 같은 모든 걸 밀어내고 맥락도 그 밖도 모종도 없이 밀어닥치는 신화 아니라 직접성의 지옥, 빙하기 제의로서 육체가 그냥 견딜 밖에 없는, 악화와 심화로밖에는 종말을 앞당길 수 없는 혁명사 있었다. 다시 쓸 수 없다. 혁명 이전 혁명의 냉혈을 푸는 혁명사 쓰며 앉아있다. * 이누이트 신화 바다여신 詩/김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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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오늘의 좋은시
        글쓴이 : 이문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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