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오늘의 좋은시

[스크랩] [이병철]불과 빨강과 뱀

무봉 김도성 2016. 6. 18.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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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빨강과 뱀 입 속에서 몇 번, 계절이 바뀌어 네가 늦봄을 내밀 때 나는 꽃잎에 덮인 꿀벌들의 소로와 벼랑 틈 숨은 폭포를 몰래 감춘다 우리는 속으로만 스며드는 핏물을 붙잡고 선지덩어리로 굳어지는 중이야 아니, 은밀한 배꼽까지 활짝 열고 진공상태의 죽음을 듣고 있는지도 모르지 혀끝의 여름, 혀끝의 겨울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해? 나는 모퉁이들로 우글거리는 마을이 될 거야 불붙은 얼음들이 떠다니는 테트리스도 좋고 그건 그렇고, 너는 정말 달다 이빨 사이마다 체온계가 꽂혀있어 우리는 이제 전염병 창궐한 격리병동이야 비린내 나는 해동생선이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흉한 점괘야 서로가 도망 못 가게 불과 빨강과 뱀으로 묶어도 묶어도 아름다운 음악처럼 풀어져버리고 계절이 바뀌어도 도깨비 뿔 같은 종유석만 밀어 올리는 우리는 서로 입 벌린 무덤이 되어 하루 종일 먹고 뱉고 먹고 뱉고 삼키지도 못하면서 죽었다가 부활하는 장난, 목구멍 타들어가는 불장난만 하면서 詩/이병철

          http://cafe.daum.net/sogood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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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오늘의 좋은시
        글쓴이 : 이문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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