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깍두기 눈물

무봉 김도성 2016. 5. 13. 13:46

 



 

    깍두기 눈물

     

    무봉

    병상이 아내를 움켜쥐고 있는 동안

    화사하게 익어가는 봄날에

    환자복을 입은 아내 손잡고

    병원 근처 공원을 산책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부부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농익어 재를 막 넘어가고 있는 봄을

    아쉬워하듯 안됐다는

    혀끝 차는 소리가 들리는듯했다

     

    이제는 세상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던

    가슴에 못질하는 셈치고

    피처럼 붉게 물들이며

    아쉬움을 붙들며 살아야 한다

     

    우리 부부가 사는

    노년의 세상은

    햇볕 잘 드는 세상에서

    아름답게 꾸미며 살고 싶었다

     

    연한 꽃잎 세파에 흔들리며

    가슴에 못질 하는 셈치고

    다리에 힘이 솟아

    집으로 갈수 있다는 아내가슴에

    희망의 나무를 심었다

     

    어렵게 살았던 꽃다운 신혼시절

    대전 어느 식당에선가

    설렁탕 한 그릇에 깍두기 국물만

    마셨다는 아내의 말에

     

    해거름 따라 재를 넘는

    봄날의 황혼을 바라보며

    깍두기 눈물 붉게 물들인다.


       

       

      '1. 자작시 원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짐 내가 질 것이요  (0) 2016.05.13
      The power of love 배경음  (0) 2016.05.13
      깍두기 눈물  (0) 2016.05.13
      가시나무새 연주곡  (0) 2016.05.11
      만원짜리 시계를 손에 들고  (0) 201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