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오늘의 좋은시

[스크랩] [성미정]거기에 흰 털이 났습니다

무봉 김도성 2016. 5. 3.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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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에 흰 털이 났습니다 큰일이 났습니다 처음 흰 털을 발견했을 땐 정말이지 화들짝 놀랐더랬습니다 섹스 앤 시티의 사만다의 기분이 이해됐습니다 그녀는 거기 난 흰 털을 염색하려다 빨간 털로 만들어버린 적이 있었지요 그걸 보고 배꼽 잡고 웃었는데 내 일이 돼버리니 남편에게 들킬까 전전긍긍하게 됐습니다 한동안은 머리에 듬성듬성 흰 털 난 사람만 보면 묻고 싶어졌습니다 저기요 혹시 거기도 거기에 흰 털이 났나요 이미 거기가 흰 털로 뒤덮인 분들이 들으면 흰 털이면 어떻고 빨간 털이면 대수냐 흰 털이나마 소복이 덮여 있으면 따숩고 고마운 줄 알거라 머리털 빠지듯 그 털도 죄 빠지고 맨송맨송 민둥산 되고 나면 허 참 그 얼마나 허전 시린 일인 줄 아는가 그깟 흰 털 세 가닥 가지고 흰소리 치지 마라 호통칠 일이겠지만 무시로 거기에 흰 털이 더 늘었나 그대로인가 확인하고 싶어지고 은근히 거기 난 흰 털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저는 아직도 거기의 흰 털에는 이렇게 아리송한 초짜라서 흰 털 세 가닥 값도 못하고 이렇게 흰 털 타령이 늘어집니다 詩/성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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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오늘의 좋은시
        글쓴이 : 이문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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