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오늘의 좋은시

[스크랩] [조영심]상침(上針)을 뜨다

무봉 김도성 2016. 4. 29.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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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침(上針)을 뜨다 사랑하는 이의 잠든 허공을 수시(收屍)해 보았는가 그가 차지한 잠매(潛寐)의 고요가 오그라들지 않도록 어느 별자리에 다시 태어날 저 절명의 어둠이 고이지 않도록 오랜만에 맘껏 잠든 아버지 반듯한 몸과 마음 재갈재갈 펴고 주무르고 향탕수, 쑥향으로 씻기고 나, 참으로 오래된, 새 옷 한 벌 입혀드리련다 살진 햇살과 생명의 소리 온갖 냄새의 기억이 드나들던 북두칠성 통로까지 여리디여린 솜으로 닫아걸고 평생을 살아도 한 장밖에 가질 수 없는 여섯 자 한 자 세 치 황망한 지금(地衾)을 편다 하얗게 입을 벌린 솔기 아래부터 위로 좌에서 우로 열을 불에서 갈라낼 수 없듯 고통을 마음에서 뗄 수 없어 곡에 곡을 시접해 부동의 영잠을 시침한다 나무 은정을 막듯 한 땀 한 땀 한 생을 오롯이 지어 보낸다 — 얘야, 울지 않아야 보인단다 저기 저, 새로 생겨난 아버지 별자리, 빛날 찬(燦) 집 우(宇) 詩/조영심

          http://cafe.daum.net/sogood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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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오늘의 좋은시
        글쓴이 : 이문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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