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오늘의 좋은시

[스크랩] [안명옥]친절한 일요일

무봉 김도성 2016. 3. 27.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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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절한 일요일 목마의 등에 아이가 앉아 았다 목마의 등에 여자가 앉아 있다 놀이공원엔 제 자리에서 달리는 목마들이 모여 있다 초원을 달리는 상상이 목마들을 견디게 하고 있다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돌아가는 하루 떨어지는 게 두려워 기둥을 단단히 붙잡고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리고 벗어날 수도 수도 이탈할 수도 없는 반복이 계속되고 시간은 가는데 헛도는 인생 발을 내리고 싶어도 쳇바퀴 돌고 당신을 쫓아가지만 까마득히 손닿지 않는 거리 바로 앞에서 뒤를 돌아보고 웃는데 등만 보이는 당신을 앞서지도 못하고 회전목마를 타는 동안 메리고라운드를 외치고 서로의 미소를 모방하고 서로의 표정을 따라 하고 서로의 손짓을 유행으로 만들고 아이가 놓쳐버린 목마는 어디쯤 달리고 있나 여자가 놓아준 목마는 초원을 달리나 아이의 꿈에 목마가 찾아오고 대기가 불안정한 날 여자는 낙마하는 꿈을 꾸고 스치는 풍경 놓치지 않으려 머릿속의 생각을 내던져 버리고 기회를 놓친다는 불안 때문에 회전목마에 다시 올라탄다 지폐의 액수만큼 올라탄다 친절한 일요일의 긴 줄이 끝없다 詩/안명옥

          http://cafe.daum.net/sogood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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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오늘의 좋은시
        글쓴이 : 이문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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