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오늘의 좋은시

[스크랩] [김신영]소리의 옹립(擁立)

무봉 김도성 2016. 3. 23.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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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의 옹립(擁立) 오래되었어, 바위틈에 세들어 사는 내 활자들이 이 거리를 쓸면서 비척거린 지는. 붉은 미진(微塵)이 수목과 큰 강을 지나 길에서 길을 만나 낄낄거렸지 바위산에서는 내 정보가 네게로 넘어가는 소리 화면에 담겨 아우성치느라 그 끝이 환하다 소리에 네가 담겨 오고 내가 담겨 가고 미세한 소리 하늘을 넘어 걷잡을 수 없어 대머리독수리는 폭풍을 쏘아 우주까지 제압하였다 하여, 소리 내지 마라, 누군가 너를 낱낱이 읽으리 움직이지 마라, 너의 발자국 남김없이 읽히리 울지 마라, 너의 울음 구곡간장 곡곡에 들리리 가지 마라, 준비하지 않았다면 실망뿐이리 잘생긴 얼굴 왕느릅나무가 황제로 옹립되어 파리들 둥글게 모여 열렬하게 박수치는 소리가 울린다 고사목 군락에서 그가 가지를 흔들며 헛기침하는 소리 계곡에 가득히 울린다 아니다, 진물 흘리는 상처, 진초록물이 드는 소리 수백 마리 응애가 이파리에 붙어 응애응애 진을 빠는 소리 불붙는 불개미 수천 마리 젖은 잎으로 둥지 짓는 소리 염소 똥을 굴려 만든 집, 나뭇잎을 돌돌 말아 지은 집도 없이 평생 홈리스로 유령이 되어 우주를 떠다니는 발소리, 풀 여치가 뒷다리를 떠는 소리, 고사리가 새벽에 기지개 켜는 소리 버섯이 먹물을 지고 가는 소리, 집유령거미가 그물망 치는 소리 바위틈 이끼가 한 철 물 마시는 소리, 그 틈, 에, 나의 황제가 있다 詩/김신영

        http://cafe.daum.net/sogood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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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오늘의 좋은시
      글쓴이 : 이문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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